디어후프, 아방가르드적 요소와 대중성의 오묘한 관계
미니멀리즘에 기초한 펑크와 갖은 노이즈, 바로 다음마저 예상할 수 없는 아방가르드한 성향 등, 귀를 괴롭히는 방법론이 여전히 기저에 있으나 그 사이에 대중적이라 할 요소들을 은근하게 끼워 넣었다
글ㆍ사진 이즘
2014.12.26
작게
크게

디어후프(Deerhoof) < La Isla Bonita >

 

미니멀리즘에 기초한 펑크와 갖은 노이즈, 바로 다음마저 예상할 수 없는 아방가르드한 성향 등, 귀를 괴롭히는 방법론이 여전히 기저에 있으나 그 사이에 대중적이라 할 요소들을 은근하게 끼워 넣었다. 2008년의 < Offend Maggie >서부터, 어쩌면 그 전작인 2006년의 < Friend Opportunity >서부터 모습을 보인 팝의 공기가 이번 음반에서도 계속된다. 짧게 끊어 반복시키는 훅 라인이 인상적인 「Paradise girls」가 이 흐름의 시작을 알리고 통통 튀는 멜로디와 리프로 들이미는 「Doom」이 음반의 색을 틔운다. 사토미 마츠자키의 보컬 벌스에서 흡입력이 발생하는 「Last fad」도 이 맥락에서 언급할만하며 공간감 있는 사운드 톤으로 여유롭게 접근한 「Black pitch」도 역시 마찬가지다. 비정형이 횡행하는 와중에도 귀를 당기는 지점들이 곳곳에서 자리한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펑크의 전형으로 접근한 「Exit only」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L (4).jpg

 

위와 같은 캐치한 요소들과 기존의 난해한 사운드가 잘 섞여있다는 데에 이번 음반의 성과가 있다. 이들이 규칙으로 삼는 온갖 불규칙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음반 전반에 놓인 날카로운 기타 톤과 노이즈, 고막을 자극하다시피 만든 리프, 친절하지 않은 곡 전개가 트랙마다 기습을 가한다. 이 모든 걸 한 데 집합시킨 「Big house waltz」는 어쩌면 듣기 곤란한 곡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쯤에서 시야를 넓혀볼까. 흥미로운 콜라주들이 연속한다. 앞서 소개한 매력 있는 멜로디들까지 더하면 상승효과는 더 크다. 「Doom」은 빼놓을 수 없는 수작이다. 비틀어낸 사운드와 분위기를 바꾸는 진행, 신경질적인 연주들이 경쾌한 보컬 라인 너머에서 다양한 질감을 더한다. 「Last fad」의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 「Exit only」의 펑크 리프 위에서 펼쳐지는 소리의 전시도 소구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부드러운 선율로 출발해 울림을 머금은 연출, 호흡을 빼앗는 전개 변환이 차례로 나타나는 잔잔한 킬링 트랙 「Mirror monster」도 같이 챙겨두자.

 

상당히 재미있는 음반이다. 가까이에서는 각 요소들이 분산돼있는 듯 들리면서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하나의 그림처럼 모두 잘 어우러져있다. 우수했으나 거친 변칙들이 대다수를 이뤄 복잡하게도 다가왔던 초창기, 2000년대 초의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듣기 좋을 부분들도 여럿 존재한다. 게다가 2010년대를 성공으로 이끈 < Deerhoof Vs. Evil >, < Breakup Song >과도 모양이 또 다르니 신선하기까지 하다. 낯섦 속에 익숙함을 감추는 창작력이 실로 뛰어나다. 물론 이번에도 '뭐 이래' 싶은 음악이지만, 불편함이라는 단어만으로는 밴드의 역량을 포장하기 어렵다. 끝없이 음악의 한계를 넓힌 수많은 안티테제들 가운데 이들의 이질성 또한 포함돼있으니까.

 

 

 

 

2014/12 이수호 (howard19@naver.com)

 



[관련 기사]

- 더티 룹스, 무서운 신인의 등장
- 아이유, 세대를 초월하는 감성
- 콜드플레이, 진보와 퇴보의 기로 
-일리네어, 대중성과 음악성을 갖춘 힙합레이블
-악동뮤지션 “박진영, 이적, 타블로 선배님 닮고 싶어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Deerhoof #La Isla Bonita
1의 댓글
User Avatar

앙ㅋ

2015.01.10

가까이에서는 각 요소들이 분산돼있는 듯 들리면서도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하나의 그림처럼 모두 잘 어우러져있다니 대단하네요.
답글
0
0
Writer Avatar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Writer Avatar

Deerhoof

디어후프는 1994년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그랙 소니어(드럼&보컬)와 롭 휘스크(베이스&보컬)에 의해 결성되었다. 킬 록 스타즈의 설립자 슬림 문은 1995년에 올림피아에서 열린YOYO-A-GOGO 페스티벌에서 그들의 라이브를 보고 첫 싱글인 Return of the Wood M'lady』를 릴리즈하기로 결정한다. 1996년 4월 일본에서 아메리카로 넘어와 채 1주가 되지 않았을 때, 사토미 마쯔자키는 그들의 싱글을 처음으로 듣게 된다. 그때까지 악기의 연주 경험이 전혀 없었던 그녀는 2주 후에 보컬리스트로 밴드에 가입하여 투어에 참가하고 있었다. 1997년에 롭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고, 남겨진 사토미와 그랙은 디어후프 최초의 CD 『The Man, the King, the Girl』을 완성시킨다. 이것은 같은 해 킬 록 스타즈(KRS)와 문의 새로운 레이블인 5 Rue Christine(5RC)에 따라 공동 릴리즈 되었다. 1998년에 사토미는 베이스를 치기 시작하고 롭이 돌아와 기타리스트로 재 가입한다. 또한 동시에 게리 굿(키보드)도 참가하였다. 다시 한 번 KRS/5RC 로 부터 릴리즈를 한 1999년의『Holdypaws』를 녹음 후에 롭과 게리가 탈퇴하고 그 때에 미네폴리스로에서 베이에리어로 이사해 온 (전 Colossamite 의)존 디트릭이 기타로 참가한다. 2000년에 이 새로운 편성으로 콘서트를 레코딩한 후 디어후프는 오스트리아의 레이블 Dual Plover 에서 과거 다른 라이브 음원을 포함한『Koalamagic』을 릴리즈했다. 당시로부터 4년을 거슬러 올라가 롭과 그랙 둘이서 구상하고 있었던 음악을 담은 앨범『Halfbird』는 2001년에 완성되어 같은 해 Menlo Park 에서 릴리즈되었다.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 사토미와 존, 그리고 그랙은 새로운 구성으로 최초의 스튜디오 앨범인『Reveille』의 레코딩을 행하고 2002년에 KRS/5RC 에서 릴리즈되었다. 2001년의 12월에는 같은 지역 밴드중에 사이가 좋았던 Curtains의 기타리스트인 크리스 코엔이 디어후프에 가입했다. 2002년의 끝에 그들은 『애플 오 』를 녹음하고 2003년 3월에 KRS/5RC 에서 발표하게 된다.(일본반은 같은해 5월에 피바인 레코드에서) 그리고 딱 1년후인 2004년 3월에 빨리도『밀크 』을 릴리즈. SPIN지에서「완벽한 앨범」이라고 평가되는 둥 각방면에서 절찬을 받았다. 2005년 3월에는 첫 일본어 가사로 만들어진 EP『미도리노 코스모스(Green Cosmos)』, 더욱이 같은 해 10월에는 앨범『더 런너즈 』를 이어서 릴리즈하며 그 왕성한 제작 의욕을 끊임없이 풍부한 음악적 아이디어로 표현해낸다. 2006년 5월 The Curtains 의 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크리스 코엔이 탈퇴. 트리오 구성으로『프렌드 오퍼튜니티 』를 완성하고 2006년 12월(구미에선 2007년 1월)에 릴리즈. 2007년 7월에는 첫 후지 록 페스티벌에 출연. 2008년 2월 새로운 기타리스트 에드 로드리게즈가 가입. 다시 4인구성이 되어 같은 해 10월에 앨범『오펜드 마기 』를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