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프리즈 LA 2025 : 화마를 딛고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다
팬데믹 이후 성장한 LA 아트씬과 프리즈 LA의 도전.
글 : 변지애
20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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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화마가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LA.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일대를 덮친 대형 산불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가운데, 매년 첫 메이저 아트페어로 주목받는 프리즈 LA(Frieze LA)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소식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 산불로 인해 7,500채 이상의 건물이 전소되었으며,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데미안 허스트, 존 발데사리, 케니 샤프 등 거장의 작품들이 수백만 달러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개인적으로도 화재로 친구와 지인들의 집이 불탄 상황에서 과연 작품을 구매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나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2025 프리즈 LA 페어장은 게티재단이 주도한 약 175억 원 규모의 ‘LA 예술 공동체 화재 구호 기금’ 설립을 지원하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매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기네스 팰트로, 켄달 제너 등 유명 인사들의 방문으로 화제를 모았던 셀러브리티 컬렉터의 라인업 대신, 올해는 화재 복구 기금 마련이 주요한 테마로 부각되었다.



Frieze Los Angeles 2025

 

팬데믹 이후 성장한 LA 아트씬과 프리즈 LA의 도전

팬데믹 종료 후 조지 콘도, 알렉스 카츠 등 블루칩 작가들의 전시와 방문이 이어지며 급성장한 LA의 아트씬은 이제 상당한 국제적 입지를 다졌다. 이에 발맞춰 프리즈 LA 역시 프리즈 마스터 부스를 운영하고 아티스트 스튜디오 투어를 기획하는 등, LA만의 특성을 살리는 다채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판매 수익 전액을 기부한 런던의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Victoria Miro Gallery)와 뉴욕 티모시 테일러 갤러리(Timothy Taylor Gallery) 등이 신선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과거에는 LA 특유의 화려한 취향을 반영한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면, 올해는 더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컬렉션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트랜스젠더, 이민 정책 등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LA 특유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강하게 유지되었다.


Massamba Diop, performance with Marc Selwyn gallery at Frieze Los Angeles 2025

한국 갤러리들의 활약

전 세계 20개국 96개 갤러리가 참가한 올해 프리즈 LA에는 한국 갤러리들도 뜻깊은 참여를 이어갔다. 한국의 대표 화랑인 국제 갤러리는 박서보, 하종현, 강서경 등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며 그 입지를 확고히 했고 조현 화랑은 이배와 뉴욕 디아비컨(Dia Beacon)에서 전시를 앞둔 키시오스(Ki Si Ose)의 2인전을 기획하며 주목을 받았다. 커먼웰스 & 카운슬(Commonwealth and Council)은 페어장 입구에 자리하며 반가움을 더했다. 이 갤러리는 LA 기반의 한국계 미국인 김기범이 이끄는 공간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특히, 리움미술관 전시에 참여했던 갈라 포라스 김(Gala Porras-Kim)을 비롯해,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적 연결성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Joyhun at Frieze Los Angeles 2025. Photo: Casey Kelbaugh

 

LA 갤러리의 활발한 확장과 변화

프리즈 LA가 열리는 동안, 페어장 밖의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LA를 대표하는 갤러리인 데이비드 코단스키(David Kordansky) 외에도,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는 10년 전 다운타운에 진출한데 이어, 최근 웨스트 할리우드 지점을 새롭게 오픈했다. 또한,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의 LA 귀환,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의 LA 지점 개관, 그리고 페로탕(Perrotin), 리슨(Lisson), 마리앤 굿맨(Marian Goodman) 등 여러 해외 갤러리가 새롭게 문을 열며, LA의 아트씬은 한층 다채로워지고 있다.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는 LA의 터줏대감 같은 존재로, 특히 아시아 디렉터 이정헌의 환영 속에 방문객들은 깊이 있는 작품 설명과 함께 갤러리의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프리즈 LA에서는 샘 매키니스(Sam McKinniss)와 레슬리 밴스(Lesley Vance)의 전시를 선보였다. 특히, 레슬리 밴스는 아시아 컬렉터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작가로, 생생한 붓질과 색채의 리듬을 탐구하는 추상 회화로 유명하다. 오는 3월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 직전, 이태원의 갤러리 신라와 협업하여 윌리엄 E. 존스(William E. Jones)의 전시를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Lesley Vance: Paintings, Watercolors, David Kordansky Gallery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는 새로운 갤러리 빌딩을 오픈하며 LA 아트씬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이번 즈위너의 개관전은 리사 유스케이바게(Lisa Yuskavage)의 개인전으로, 그녀는 강렬한 색채와 여성의 나체를 비유적 상징으로 표현하는 회화 스타일로 제니 사빌(Jenny Saville)과 자주 비교된다. 유스케이바게의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 회화에서 영감을 받으면서도, 현대 사회가 가진 여성에 대한 통념과 선입견을 탐구하는 점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다. 



Lisa Yuskavage, The Artist’s Studio, 2022 © Lisa Yuskavage Courtesy the artist and David Zwirner.

라구나 비치에 위치한 피터 블레이크 갤러리(Peter Blake Gallery)는 1960-70년대 서부 미니멀리즘과 빈티지 디자인을 결합한 전시로 주목을 받았다. 이 전시는 래리 벨(Larry Bell), 프레드 에버슬리(Fred Eversley), 샘 길리엄(Sam Gilliam) 등의 작품과 함께, 한국 작가 김영주의 구조적 조형 작업을 선보였다. 김영주는 단순한 캔버스 회화가 아니라, 공간성과 운동성을 강조한 구조적 작업을 통해 회화와 건축의 경계를 확장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LA, 글로벌 아트 허브로 자리 잡다

뉴욕과 런던, 그리고 전 세계 주요 아트씬과의 연결이 더욱 활발해지며, LA는 이제 세계적인 아트 허브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갤러리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Post Fair와 같은 신생 아트페어가 등장하면서 LA는 매년 글로벌 트렌드를 이끄는 중요한 아트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2025 프리즈 LA는 위기 속에서도 LA 아트씬의 강한 생명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해였다. 예기치 못한 재난 속에서도 예술이 가진 힘은 여전히 유효했고, 오히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예술의 가치를 더욱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글: 변지애

편집: 아티피오

 

필자 변지애는 기업과 개인에게 취향과 목적에 맞는 작품을 소개하고 컨설팅하는 아트딜러입니다. 현재 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대표이자 유럽 마스터피스를 다루는 런던의 유명 갤러리 로빌란트 보에나(R+V)의 한국 대표로 매년 프리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4년 아트 싱가포르, 타이페이 당다이, 도쿄 겐다이 등 아시아 지역 메인 페어 한국 총괄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전 세계 갤러리와 아트페어를 통한 경험을 담은 <컬렉터처럼 아트투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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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애

기업과 개인에게 취향과 목적에 맞는 작품을 소개하고 컨설팅하는 아트딜러입니다. 현재 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대표이자 유럽 마스터피스를 다루는 런던의 유명 갤러리 로빌란트 보에나(R+V)의 한국 대표로 매년 프리즈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24년 아트 싱가포르, 타이페이 당다이, 도쿄 겐다이 등 아시아 지역 메인 페어 한국 총괄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전 세계 갤러리와 아트페어를 통한 경험을 담은 <컬렉터처럼 아트투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