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씬에서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아트페어는 한 장소에 수십개의 갤러리가 한 번에 모인다는 측면에서 컬렉터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행사이다. 미술종사자들 또한 미술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어김없이 방문하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갤러리들이 힘주어 보여주고 싶은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기 때문에 아트페어는 미술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때문에 아트페어는 단순히 미술품을 사고파는 장터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고, 새로운 MZ컬렉터의 등장과 빠르게 변화하는 미술시장의 발맞춰 새로운 아트페어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저마다 다른 전략으로 미술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신개념 아트페어 5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출처 : 아트오앤오 홈페이지
1. 90년대생 컬렉터가 직접 만든 아트오앤오
2024년도에 처음 개최된 아트오앤오는 그 등장부터 많은 미술씬의 주목을 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90년대생 젊은 컬렉터가 직접 아트페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젊은 청년이 만들어서 주목받은 것은 아니었다. 전세계 유수의 아트페어를 모두 보러 다닌 찐컬렉터로서 아트페어의 아쉬운 점과 좋았던 점을 몸소 경험한 이가 만들었기에 얼마나 흥미진진한 아트페어가 될까에 대한 기대감에 가까웠다. 실제로 베일에 쌓인 아트오앤오가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는 기대 이상이라는 평이 더 많았다.
우선 아트페어의 정체성을 가장 많이 결정짓는 요소는 참여 갤러리들이다. 그런 점에서 아트오앤오의 참여 갤러리는 그간 여타의 국내 아트페어에서 보기 어려웠던 해외 갤러리들이 많았다는 점이 가장 신선한 포인트로 다가왔다. 그러한 정체성을 더욱 강화한 올해의 2025 아트오앤오는 참여 갤러리의 60% 이상을 해외 갤러리로 꾸렸는데, 컬렉터의 입장에서 해외 곳곳을 모두 갈 수 없기에 한자리에서 그간 보기 어려웠던 전세계 갤러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출처 : 아트오앤오 홈페이지
실제로 아트페어 방문했을 때에는 갤러리의 라인업 뿐 아니라 그들이 선보이는 부스마다의 작품 또한 새로웠다. 한 부스는 일본의 CON_갤러리와 한국의 WWNN 갤러리는 콜라보레이션 부스로 나와 갤러리간의 우정과 더불어 신선한 조합의 디피를 선보였고, 전세계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뉴욕과 브뤼셀 기반의 Nino Mier Gallery가 나와 그 존재 자체로 신선함을 뽐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직접 방문한 관람객으로서 쾌적한 vip 라운지와 엄선된 F&B 브랜드 등 컬렉터의 경험이 섬세하게 고려된 아트페어라는 인상을 받았다. ‘Young and Fresh, but Classy’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기존의 명성과 가격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작품의 퀄리티와 프로그램의 우수성으로 갤러리를 선별하며 신선함을 전하는 아트오앤의 2026년 세번째 에디션을 기대해보자.
사진 : 연희아트페어
2. 길거리 자체가 페어장이 되는 연희아트페어
보통의 아트페어는 거대한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다. 한 번에 수십개의 갤러리가 모이기 때문에 이런 공간을 감당할 곳은 컨벤션 같은 대형 공간 말고는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국내 아트페어 단골 공간은 자연스레 강남의 코엑스, 세텍, 혹은 DDP와 같은 곳으로 형성된다. 이러한 대형 공간은 아트페어가 가지는 힘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계점이기도 하다.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고, 또 한정된 공간 옵션으로 인해 대관의 난항을 겪는 아트페어팀들의 고충도 듣게 된다.
반면 연희아트페어는 갤러리들이 한 공간으로 모여야 한다는 발상 자체를 뒤집으면서 탄생했다. 삼청동과 한남동 못지 않게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밀집한 연희동 홍연길의 특성을 그대로 살려 골목길을 페스티벌의 현장으로 바꾼 것이다. 부스 크기의 제약에서 벗어나 본래 자신들의 공간을 살려 전시를 열기 때문에 훨씬 이색적인 디스플레이와 전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게다가 연희동에 위치한 갤러리는 깔끔한 화이트 큐브의 공간이 아닌 주택과 상가를 개조해 만들어진 곳이 많아 공간 자체가 이색적이기도 하다.
사진 : 연희아트페어
연희동에 위치한 대표적인 갤러리 아터테인이 기획한 연희아트페어는 올해로 벌써 6회차를 맞이했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골목길 아트페어를 표방하며 골목길에 모여 바베큐를 먹고 함께 예술의 에너지를 모으는 분위기였다면 갈수록 연희아트페어만의 무드를 좋아하는 팬층이 쌓이고, 탄탄한 홍보가 더해져 올해는 정말 골목길 자체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총 17개 갤러리가 연합한 2025 연희아트페어의 별미는 ‘아트러버 캠프’로 예비 컬렉터와 작가를 위한 유익한 강연과 네트워킹 행사로 꾸려진다. 점점 발전하는 아트페어를 지켜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있을까.
사진 : 울산국제아트페어
3. 진짜 첫 컬렉팅을 위한 울산국제아트페어
서울 이외의 다양한 지역에서도 저마다의 특색으로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그 중 울산에서 열리는 울산국제아트페어를 주목해볼 만하다. 주로 해비컬렉터를 대상으로 대작과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대구와 부산의 아트페어와 달리 울산은 신혼 부부, 가족을 위한 아트페어로 브랜딩하며 10만 원대 작품도 선보이는 친근한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그야말로 ‘첫 컬렉팅’하기 좋다는 입소문을 타며 해를 거듭할 수록 질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와 시장이 좋지 않았다는 2024년에도 판매 작품수와 매출액을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시켰고, 부대 프로그램과 지역성을 살린 연계 행사들로 호평을 받았다. 필자는 2021년 울산국제아트페어 제 1회부터 2024년까지 연속으로 방문하면서 이 성장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특히나 울산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작가를 발굴하는 부스에서 수상한 작가가 바로 다음해 미술시장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키즈 도슨트를 도입해 아이들이 직접 아트페어 현장에서 도슨트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이는 여느 아트페어에서는 보기 힘든 가족친화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실제로 어린이들이 마이크를 들고 부스에 찾아가 소개할 때 주변에서는 탄성이 터지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그저 귀여워서 듣게 되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작품을 보게 되는 새로운 경험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진 : 울산국제아트페어
올해는 6월 5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6월 6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지역인 만큼 여행코스를 만들어 방문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또한 비교적 최근 건립된 울산시립미술관은 미디어아트 전문미술관을 표방하고 있어 꼭 한 번 방문해볼 만한 미술관이다. 아트러버라면 다가오는 6월 울산행을 계획해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 신한카드/더프리뷰
4. 컬렉터와 갤러리 모두가 환호하는 더프리뷰
한 때는 아트페어가 종료되면 매출액이 연신 기사를 통해 공개되곤 하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판매액이 곧 아트페어의 성공지표였지만, 점점 이러한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물론 판매를 해야 갤러리와 작가 모두 지속적인 비즈니스와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지만 판매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트페어의 성공을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를 떠올리면 바로 참여하는 주최들이 아트페어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 갤러리와 작가 모두 주목하는 아트페어가 바로 더프리뷰이다.
놀랍게도 미술씬에서 이제는 깊이 자리매김한 더프리뷰는 신한카드 사내벤처에서 출발하였다. 다양한 금융권이 미술시장의 진입을 시도했지만 거의 유일하게 미술씬의 호평과 참여를 이끌어낸 이들의 비결은 운영자들의 진심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실제로 더프리뷰를 만든 팀은 대표부터 기획자까지 모두 국내 갤러리 구석구석을 찾아다녔다. 메이저 아트페어에는 아직 진입하지 않은 소규모 갤러리들만이 가지고 있는 실험성과 혁신성에 주목해 이들을 한데 모아 만든 아트페어는 확실히 다른 에너지가 감돌았다.
금융과 아트의 시너지를 제대로 보여는 더프리뷰는 매해 새로운 공간에서 열리는데 올해는 작년의 힙한 분위기의 성수와는 또 다른 공간을 선택했다. 바로 서울역 뒤 빨간 건물, 옛 국립극단 공간이다. 오랜 세월을 간직한 공간인 만큼 올해의 느낌은 또 새로운 것으로 예상된다. 5회차를 맞은 올해는 38개 갤러리에서 2백여명 작가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회화뿐 아니라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들이 유통되는 현장을 지켜보고 싶다면 다가오는 6월 한국 미술계를 이끌 젊은 작가들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더프리뷰 2025를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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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널 위한 문화예술 공동 대표)
널 위한 문화예술 공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