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틴앤드(15&), 달콤한 웰메이드 팝
시간도 꽤 지났고 개성 있는 음악을 하고 있지만 대중은 아직도 오디션과 어린 나이를 먼저 떠올립니다. 음반을 들어보면 그 이미지에 갇혀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음악적인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귀에 들립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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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틴앤드(15&) < Sugar >

 

15&

 

이상하게도 피프틴앤드에 관한 이야기는 음악 그 자체보다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유독 이하이, 백아연과 같은 동기들에 비해 TV 프로그램 출신, 어린 나이 등의 이름표의 잔향이 짙다. 디지털 싱글만 세 곡이니 음악 자체 결과물도 많이 없었지만 그 적은 표본만을 보고도 사람들은 피프틴앤드의 부침과 소속사 JYP의 기획에 아쉬움을 표했다. 신인으로서 결코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이 두 소녀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기적을 노래하는', '위대한 보컬' 등의 수식어는 피프틴앤드에 대한 대중들의 가치 척도를 상당히 높여놓았으나, 이들은 아직 손볼 곳도 많고 배울 점도 많은 10대 소녀들이다.



 

오디션과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괜히 부풀려진 감이 없지 않은 이미지 메이킹은 이들에게 부담이면 부담이지 하등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 시선을 의식했던 「I dream」이 이상하게 작위적으로 들렸던 이유도, 보다 자연스러웠던 「Somebody」가 오히려 좋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이를 전제로 깔고 간다면 첫 정규 앨범 < Sugar >에 대한 평은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다. 1950년대 모타운 소울의 향취를 풍기지만 대중적 접근성으로는 다소 산만한 「Sugar」를 전면에 내세운 것부터가 인식과 무관한 피프틴앤드만의 음악 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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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 결과물은 아쉽긴 하지만 대부분 곡들은 대중적인 멜로디와 음악적 지향의 균형을 잘 잡아 매끄럽게 빚어졌다. 영국의 네오 빈티지 소울 흐름을 가져온 「Shy ma boy」의 당돌함, 10대의 풋풋한 감성을 모던한 R&B 트랙으로 표현한 「Silly boy」에서 훨씬 자연스러운 보컬과 곡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색소폰 루프로 소울의 느낌을 낸 「Not today not tomorrow」, 정통 R&B에 충실한 「Rain & cry」에서의 보컬은 오리지널의 그것을 연상케 할 정도로 인상적이진 않으나 감상에 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최근 박진영이 아닌 다른 작곡가들과의 협업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의 행보가 피프틴앤드에게도 훌륭한 결과물을 가져다주었다. 어디 한 곳에 치우침 없으면서도 고유의 음악적 색채를 발현하는 웰메이드 팝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소득은 드디어 그룹 이름에 맞는, 나이에 맞는 노래가 주어졌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꿈, 원대한 희망을 노래하며 기적을 경쟁하는 것보다는 이런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화려한 기대에서 비롯된 부담감을 떨쳐내고 맞는 옷을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 Sugar >는 분명 '달콤한' 성과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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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