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블랙 키스(The Black Keys) <Turn Blue>
전작 < El Camino >에서의 강성 기조를, 그보다 한 차례 앞선 < Brothers >에서의 무게 실린 사운드를 그대로 이어온다. 대신 방향을 조금 비틀었다. 이번 음반에는 몽환과 즉흥으로 자아낸 사이키델릭의 컬러를 담아냈다. 몽롱한 톤의 전주와 후주에 4분을 할애하는 첫 트랙 「Weight of love」에서부터 그 색이 드러난다. 팔세토 보컬과 기타 리프가 교차하는 「In time」, 울리는 사운드로 공간감을 확보하는 「Turn blue」 등의 트랙들도 마찬가지다.
초반 두어 트랙만으로도 음반의 분위기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해보자. 수작이다. 블랙 키스를 이야기함에 있어 긍정의 방향으로 계속 회자될 음반이다. < Thickfreakness >나 < Rubber Factory >, < Brothers >와 같은 음반들과 비교했을 때에는 파급력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나 전작에서 보인 변화의 선을 끌어왔다는 점과 그 위에서 다른 스타일로의 시도를 추구했다는 점이 이 음반의 가치를 충분히 동일선상에 놓게 한다.
아쉬운 곡이 하나 없다. 앞서 언급한 「Weight of love」로 시작하는 초반부 라인들도 좋고 「Fever」를 기점으로 전반을 환기시키는 중반부의 곡들도 상당한 지점에 올라있다. 키보드 라인으로 치고 나가는 「Fever」와 음향 효과를 적극 활용해 사이키델릭의 질감을 획득한 「Year in review」, 템포가 변화하는 곡 구조와 솔로 연주가 돋보이는 「It's up to you now」 등이 이 부분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핑크 플로이드의 「Breathe」를 연상시키는 「Bullet in the brain」도 인상적이다.
킬링 트랙들이 곳곳에서 속출하는 형상이다. 막바지의 곡들에서도 각각의 색깔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디스코 리듬으로 묵직하게 곡을 몰아가는 「10 lovers」는 비트에 무게를 실은 「Fever」와 「Year in review」에서의 방법론을 바탕으로 하며, 마지막에 이르러서까지 기타가 힘을 풀지 않는 「In our prime」은 사이키델릭 넘버로서 음반의 공기를 다시 작품 첫 머리인 「Weight of love」로 견인시킨다. 두 곡 모두 음반에 흐르는 각양의 접근법들을 정확히 짚는 셈이다. 뜻밖의 스트레이트한 개러지 스타일로서 음반을 깔끔하게 맺는 마지막 트랙 「Gotta get away」 역시 출중하기는 마찬가지다.
방향을 돌려 저변을 넓힌 작품이다. 절제시킨 블루스 록만이 블랙 키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음반을 통해 철저히 공시한다. 소구를 끌어올리는 팝 컬러에서도, 다채롭게 영역을 잠식해나가는 사이키델릭 사운드에서도 능란한 실력을 펼친다. < Brothers >로 시작하는 이들의 2010년대는 연일 역작의 연속이다. 「Fever」, 「Year in review」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트랙에 인상적인 키보드 연주를 얹은 덴저 마우스에게도 찬사를 표해야겠다.
게다가 덴저 마우스는 공동 프로듀서로서 음반 전반을 세련되게 만드는 데에도 기여했다.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 훌륭한 캐스팅이다. 장르 특유의 모호함을 이유로, 또는 기존과의 다른 향방을 이유로 음반에 난색을 표하는 의견 또한 적지 않지만 그보다도 이 듀오의 역량이 사실 더 큰 빛을 발한다. 작금의 블루스 신이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최신판 사이키델리아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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