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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알렌, 그녀다운 귀환

한껏 추켜올려진가운데 손가락이 이렇게 사랑스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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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Sheezus’로 짓고, 우뚝 솟은 팝 여제들에게 왕관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무슨 자신감일까요? 근거는 앨범에 있습니다.

릴리 알렌(Lily Allen) <Sheezus>
 

 

릴리알렌


리아나와 케이티 페리, 비욘세와 로드, 레이디 가가를 차례로 언급한 뒤,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렇게 노래한다. 'Give me that crown, bitch(왕관을 내놔 이년들아) / I wanna be a Sheezus(난 Sheezus가 될 거니까)' 그렇다. 카니예 웨스트가 자신을 'Yeezus'라 지칭하며 돌아온 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이 악녀는 「Sheezus」란 타이틀로 '그녀다운' 귀환을 보여준다. 대놓고 시비를 거는 것은 아니지만, 태연한 척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이슈 메이커의 모습 그대로다.

 

전작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사우스 힙합 스타일의 작법은 켄드릭 라마의 최근작에서 「Money trees」를 프로듀싱했던 디제이 다히(DJ Dahi)의 손을 빌려 이뤄냈다. 레코드사에서 싱글로 발표하는 것에 대해 라디오에서 틀만한 곡이 아니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뭐 여기에 굴복할 그는 아니지 않은가. 대중들의 취향은 확실히 「Air balloon」이나 「L8 cmmr」에 더 맞닿아 있긴 하다. 2집 앨범 < It's not me, it's you >(2009)에서 보여주었던 신스팝에서 벗어나, 일렉트로니카 소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쉽게 씹고 불수 있는 '버블껌팝' 제조에 가뿐히 도달한다. 특히 「L8 cmmr」에서는 비디오게임에서나 나올법한 비트와 오토튠을 적절히 이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봐도 5년만의 가수 컴백은 얼추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번으로 세 번째 연을 맺은 프로듀서 그렉 커스틴의 감이 파트너의 요구를 묵묵히 그리고 누구보다 열렬히 존중하며 성원하고 있는 덕이 크다. 「Sheezus」와 「Air balloon」을 제외한 모든 곡에서 마치 전설적인 작곡가 팀인 리버 앤 스톨러(Leiber & Stoller)나 베리 앤 그리니치(Barry & Greenwich) 마냥 나란히 표기되어 있는 이 듀오는, 간만의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척척 들어맞는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다.

 

좋은 트랙들의 나열 속에서 한 가지 거슬리는 것이 바로 일관성 부재다. 기본적으로 배드걸의 캐릭터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러 장르와 다양한 자아가 섞이며 어지러움을 야기하는 탓이다. 「Hard out here」에서는 엠씨 해머의 「U can't touch this」가 떠오를 법한 키보드 루프와 함께 '이 바닥은 어쨌든 X나 힘든거 같아'라며 거친 모습을 보이다가도, 「As long as I got you」에서는 컨트리틱한 기타와 하모니카를 벗 삼아 결혼 생활의 달콤함을 읊기도 한다. 알앤비로의 접근법을 보이는 「Insincerely yours」로 1990년대에 안착했는가 싶으면 , 「URL badman」에는 덥스텝의 워블 사운드를 삽입하며 다시 2013년으로의 시간여행을 도모한다. 궁극적으로 어떤 음악을 하려 했는지,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는 이야기다.

릴리알렌

 

결국 듣는 이들이 설득되는 지점은 그의 '진정성'이다. 키 트랙인 「Life for me」가 넌지시 알려준다. 애티튜드의 시발점은 결국 '내가 나의 삶을 살기 위함'이며 노래하는 것은 모두 한치 거짓 없는 진짜 나의 감정이라고. 그렇게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던 여러 감정의 파편들이 하나의 개인으로 퍼즐을 맞춰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서는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나 혼잡스런 자아 그 자체가 릴리 알렌이며, 동시에 가식이나 허세 뒤에 자리 잡은 우리의 솔직한 자화상임을 말이다.

 

그는 타이틀에 대해 자신이 「Sheezus」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곡이라 언급했다. 발랄함과 유쾌함의 영역에서 꺼내 놓는 발칙함은 여전히 그 매력의 근원이다. 3집은 그것이 겉으로 나타나는 직설적인 속성에 덧붙여 자신의 당당함이 이 세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나아가 듣는 이들에게도 태도의 변화를 촉구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뭐가 Sheezus라는 거야. 카니예 발끝도 못 따라가는구먼'이라고 빈정거리는 사람들에게 '나도 안다고 병신들아!'라고 일갈하는 그를 보며 다들 이렇게 느낄 듯 싶다. 한껏 추켜올려진 그의 가운데 손가락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고.

 

글/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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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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