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한 저/김준연 사진 | 제철소
“답을 알고 싶은 문제가 있다는 것.” 『과학하는 마음』의 저자 임지한은 과학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빙하, 끓는 물, 유전체, 돌고래, 바이오 센서, 식물, 2차 전지, 유전자 가위, 달 궤도, 인공지능 등 열 가지 주제를 탐구하는 열 명의 과학자를 인터뷰한 기록이다. 각자의 연구 대상에 질문을 던지고, 끝없이 답을 찾아가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낭만’이라는 감상적인 단어가 자꾸 떠오른다. 과학의 언어가 낯선 독자에게도, 그들의 성실한 호기심과 탐구의 자세는 그만큼 진심으로 다가온다. 직업이 곧 꿈이 된 시대에, 여전히 구석구석 질문을 던지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 과학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낯선 과학 이론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갖게 하는, 그야말로 독서의 본질적인 즐거움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참슬 에디터)
희정 글/김희지 사진 | 북트리거
희정 작가가 매번 성실하고 심도 깊은 취재로 펼쳐 보이듯, 누군가의 노동 없이 진공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시공간은 세상에 없다. 이번엔 학교다. 교육공무직과 다양한 직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합치면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는 약 35만 명이라고 한다. 가늠을 위해 책에 나란히 제시된 숫자를 살펴보면, 의사는 14만 명, 간호사는 24만 명, 변호사는 4만 명, 소방관은 6만 6천 명, 경찰은 13만 명이다. 학교에서 일하는 37만 명은 다시 100여 개의 직종으로 세분화되고, 『돌보다, 고치다, 지키다』에는 13개 직업 종사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13개 직업의 구체적인 풍경을 읽다 보면 학교를 존재케 하고 배움을 가능케 하는 100여 개 직업의 존재감이 단단하게 느껴진다. 이번 책에서 사진을 맡은 김희지 작가의 말을 옮겨 본다. “학교는 처음 사회를 배우는 곳이다. 그런 학교가 모든 노동이 존중받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박소미 에디터)
구현경 저 | 파이퍼프레스
그야말로 러닝 대유행의 시대다. 산, 바다, 강, 도심의 인도까지 요새는 길이 있는 곳에는 달리는 사람이 있다. 유행하는 것은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으로서, 얼마 전부터 나도 달리기 대열에 합류했다. 도심에서 할 수 있는 생활체육으로는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 소소하게 스트레스 풀 겸 시작했지만, 어느새 SNS 알고리듬을 장악해 버린 전 세계 러너들의 멋진 기록을 보다 보니 조금씩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다치지 않고, 꾸준히, 좋은 기록을 쌓으며 달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디테일 러닝』은 스스로 운동하는 법을 익힐 수 있도록 운동의 원리와 실제 적용을 가르치는 트레이너 구현경의 러닝 종합 수련서(?)이다. 부상을 방지하는 올바른 자세부터 강도별 다양한 훈련법, 달리기를 위한 근력 운동, 정신까지 수양할 수 있는 호흡 다스리기까지. 이제 막 달리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몸보다 마음이 앞서는 초보 러너라면 기본부터 쌓아 올리며 달리기의 무궁한 세계를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참슬 에디터)
박솔뫼 저 | 민음사
어렸을 때 색종이를 가느다란 직사각형으로 자른 뒤 끝과 끝을 이어 붙여 고리를 만드는 놀이를 해본 적 있는지. 첫 번째 고리 사이로 두 번째 색종이를 통과시켜 두 번째 고리를 만들고, 두 번째 고리 사이로 세 번째 색종이를 통과시켜 세 번째 고리를 만들고…그렇게 만든 알록달록한 색종이 고리 다발이 생각났다, 박솔뫼의 소설집 『영릉에서』를 읽으며. 하나의 장면 혹은 하나의 대화가 나오고 그후 한참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뒤로 돌아간 적 없는데 어느새 앞서 본 장면 혹은 대화에 다시 도착해 있었다. 그럴 때면 풀로 끝과 끝을 이어 붙여 만든 시간의 고리 위를 걷는 것 같아 어리둥절하고 즐거웠다. 영릉의 고리, 도쿄의 리처드 브라우티건 고리, 을지로의 움직임 연구회 고리 등등. 가을볕 아래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계속 걷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박소미 에디터)
가제노타미 저/정지영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돈을 벌고 있는데도 돈이 계속 부족하다. 특별히 큰 지출이 많은 편도 아닌데 모이는 것보다 새 나가는 것이 더 많은 기분이 든다. 소비 생활을 재점검해 할 때임을 알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줄여야 할지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가 생긴다. 『저소비 생활』은 무조건 참고 견디는 절약이 아닌 나를 깊게 들여다보며 내게 걸맞은 생활을 찾아가는 방법을 안내하는 책이다. 그 시작은 "적은 물건과 돈으로 살아가는 삶, 즉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 언뜻 말이 쉽지,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도쿄 도심 직장생활을 관두고 프리랜서로 전향 후 한 달 생활비 한화 70만 원으로 생활하는 저자의 구체적인 소비 라이프 스타일 개선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저비용으로도 높은 만족감을 얻는 생활에 도달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생긴다. 매월 얼마의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닌 얼마의 돈으로 살아가는 목표 정하기, 벌어들이는 돈으로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기, 필요한 것 이외의 물건 혹은 인간관계에 선 긋기, 나답게 살기를 더 깊게 고민하기. 있는 그대로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면, 저소비 생활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이참슬 에디터)
키에스 레이먼 저/장주연 역 | 교유서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게 되는 키에스 레이먼의 『헤비』는 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흑인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일의 무게를 유려하고도 날카롭게 그린 에세이다. 가족 간의 애증과 폭력, 인종 차별, 계급의 역사 등등이 그의 몸을 관통하고, 몸에 축적되고, 몸을 분열시킨다. 그 과정에서 그의 몸은 140kg을 넘기도 하고, 체지방률 3퍼센트 밑으로 향하기도 한다. 극단을 오가는 몸에 대한 통제는 공격이기도 하고 방어이기도 하고 도피이기도 하고 중독이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는 “몸이 지나온 시간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기억”할 수밖에 없다.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 『헤비』를 몸에 새겨진 교차성의 회고록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박소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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