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 스스로 세상에 맞설 수 있다는 믿음을 담았어요”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본 조선의 시작, 역사가 새롭게 살아난다.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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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손주현 작가는 아이들의 눈과 목소리로 역사를 다시 바라본다. 『한양도성 98일』은 조선 건국 직후, 단 98일 만에 완성된 한양도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창작동화다. 허풍과 장난이 심해 ‘뻥수’라 불리지만, 누구보다 재치 있고 정 많은 산골 소년 봉수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무너지는 성벽과 굶주림, 권력자들의 욕망 속에서도 위기에 꿋꿋이 맞서는 봉수의 용기는, 어린이 또한 역사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역사를 새로운 상상력으로 만나기를 바란다. 지금부터, 『한양도성 98일』에 담긴 세계와 그 상상력의 출발점을 더 깊이 들여다보자.

 


『한양도성 98일』은 조선의 새 도읍 한양에 백성들을 동원해 98일 만에 성벽을 쌓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셨습니다. 작가님께서 이 이야기를 처음 떠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박물관 관람도 즐기고 유적지 방문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어느 날 한양도성 둘레길을 걷다 낙산 구간에서 글자가 새겨진 성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성벽에 글자를 새긴 것을 ‘각자성석(刻字城石)’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습니다. 평소에 우리가 아는 조선은 처음 세워졌을 때의 조선과 많이 다른데 그것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까를 마음 한편에 두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성벽의 글자와 결합하면 재미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 싶었지요. 이 경험이 이야기를 쓰는 출발점이 되었답니다.

 

실제 역사나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어린이 독자들에게 풀어내는 일은 쉽지 않은 도전일 것 같습니다. 동화를 집필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데 가장 신경 쓰신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또 실제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으셨는지도 들려주세요.

저는 당시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를 마치 눈앞에서 보듯 생생하게 그려내되, 역사적 사실이 틀리지 않도록 하는 데 가장 신경 씁니다. 『한양도성 98일』의 주요 사건인 성벽 축조 기록을 보면, 98일은 내리 이어진 것이 아니라, 초봄과 늦가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지킨 것은 ‘98일’이란 날짜고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럽도록 한 번에 성벽을 쌓은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 일러두기로 밝히는 정도로만 살짝 사실을 비튼 겁니다. 그 외에 상상해서 썼을 것 같지만, 작업 시간을 늘여 부역 일꾼들이 처벌을 받았다거나 성벽이 무너져 사람들이 다쳤다거나 하는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입니다. 요컨대 재미와 흥미를 최대한 추구하되 잘못된 사실이나 거짓을 넣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글을 씁니다.

 

주인공 봉수는 허풍도 세고 장난꾸러기이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재치와 용기를 발휘하는 사랑스러운 인물입니다. 봉수라는 캐릭터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혹은 작가님의 어린 시절이나 주변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주인공은 사건을 주도하고 해결합니다. 다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만 있다면 그 인물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아이보다 재치와 용기가 필요하지요. 여기에 약간의 허점이 있다면 더 친근해집니다. 예전부터 제 주변에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부풀려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봉수처럼 자신의 결점을 깨닫고 매 순간 조심하며 고쳐 나가려는 친구가 있었어요. 저는 그 모습이 오히려 처음부터 완벽했던 사람보다 훨씬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봉수를 주인공으로 삼을 때, 바로 그 친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사진2)

 

작품 속에는 웃음과 용기, 그리고 어린이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생기 넘치는 힘이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동화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린이가 가진 힘’은 무엇이며, 이를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읽는 가장 큰 목적은 ‘즐거움’입니다. 그 즐거움이란 웃음일 수도, 감동의 눈물일 수도 있지요. 물론 늘 감동을 전하고 싶지만 언제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편하게 쓸 수 있는 ‘웃음’을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는 편입니다. 웃음은 독자가 이야기를 놓지 않고 끝까지 따라오도록 이끄는 힘이 되지요. 독자는 이를 통해 동화 속 어린이의 발걸음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습니다. 그 어린이가 세상을 바꿀 정도의 큰 일을 하진 않더라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장치를 시도하려 합니다.

 

봉수는 억울한 누명을 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또 부역의 실상과 권력자들의 탐욕을 밝히기 위해 스스로 나섭니다. 어린이가 세상의 불의에 맞서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오늘날 어린이들에게도 큰 울림을 줄 것 같은데요, 작가님은 역사와 지금의 어린이 독자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동화 속 주인공은 어린이이기 때문에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거나 하는, 역사에 남을 만큼의 큰일을 해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갖는 ‘나는 할 수 없어, 내가 나서야 뭐가 바뀌겠어.’라고 하는 마음과 구별되는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일이 닥쳤을 때 포기하지 않고 한 발 앞으로 나가려는 시도만으로도, 대부분의 사건을 해결하거나 상황을 바꿀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행동은 역사 안에서 작은 시도일 뿐이지만,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일으키듯 역사를 현재로 이어주는 힘이 됩니다. 이것은 결국 오늘날의 우리를 돌아보는 데도 영향을 줍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디서 와서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하지요. 어린이는 역사동화를 읽으며 과거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그 속에서 앞으로 나아갈 길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작가님은 전작들에서도 역사와 사회 속에서 어린이의 삶과 목소리를 다뤄 왔습니다. 그렇다면 『한양도성 98일』은 이전 작품들과 어떤 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을까요? 또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 요소, 그리고 독자들이 꼭 발견했으면 하는 감동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새로운 시도를 꼽자면, 이전 작품 속 주인공들이 처음부터 다 갖춰진 인물인 것과 달리, 『한양도성 98일』의 봉수는 다소 흠이 있는 성격으로 설정했다는 것입니다. 작은 흠이 있지만 사건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지요. 독자들이 발견해 주었으면 하는 것도 바로 이 점입니다. 주인공의 성장과 변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어린이 독자들, 그리고 함께 책을 읽을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이 이야기를 읽는 어른이라면, 조선 시대에 대해 유교 사상이 지배하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시대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린 시대는 막 개국해 개혁의 기운이 넘치던, 열려 있고 생기 넘치는 시기를 배경으로 했습니다. 딸도 똑같이 재산을 분배 받고, 공노비도 낮은 관직을 맡을 수 있었으며, 양반의 수는 아주 적고, 대다수가 양인이던 시절이었지요. 더러 어른들이 먼저 ‘이 시대에 불가능한 이야기다.’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러한 고정관념보다는 ‘혹시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른 사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열린 마음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정말 이런 사건이 가능했을까?’, ‘이런 인물이 실제로 있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보는 활동도 흥미로운 독서의 연장이 될 것입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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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98일

<손주현> 글/<이영림> 그림

출판사 | 킨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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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