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젊은 작가 특집

예스24는 매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를 찾습니다. 올해는 20명의 작가를 후보로 6월 18일부터 7월 15일까지 투표를 진행합니다. 젊은 작가 20인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볼까요?

작가님의 기억 속에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첫 책은 무엇인가요?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부모님 책장에서 몰래 꺼내 든 책이 문순태 작가의 『걸어서 하늘까지』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제겐 동화가 아닌 첫 책이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사실, 줄거리는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지금까지도요. 여덟 살 아이가 이해할 만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책장을 놓을 수 없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던 기억만큼은 지금까지도 생생합니다. 부모님께 들키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기억도요. 참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첫 책을 출간하기 전에도 많은 이야기를 써오셨으리라 짐작합니다. 최초의 습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 첫 단편은 운동선수의 도핑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80매를 채우는 데에 석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운동선수의 삶이나 도핑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어서 자료를 읽고 공부해야 했거든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꼭 그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오랜 시간 저를 사로잡고 있던 ‘재능의 영역에서의 좌절감‘을 어떻게 해서든 극복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침, 소설 쓰기가 좋은 도구가 되어줬고요. 그때는 기본적인 기술을 모르는 데도 매일 조금씩 쓰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어요.   

습작과 출간의 큰 차이 중 하나는 독자가 있다는 점 같습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독자와의 첫 접촉의 순간이 궁금합니다. 

올해 초 파주의 작은 서점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북토크를 했습니다. 무척 추운 날이었어요. 기온이 영하 16도쯤이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아무도 북토크에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꽤 많은 분이 오셔서 깜짝 놀랐어요.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날 참석한 독자들의 얼굴을 머릿속에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사진처럼 마음에 간직하고 싶어요.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분들에게 가장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신을 이해하는 연습하기. 습작할 때 ‘소설 쓰기는 자기를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한다‘라는 말을 많이 듣곤 했습니다. 요즘 부쩍 그 말을 떠올려요. 소설을 쓰면서 마주하는 질문 중 상당수의 답은 이미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요.  

지금까지 출간한 작품 중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꾸만 되돌아가게 되는 인물이나 작품이 있나요?

제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엄마입니다. 소설 속에서 그들은 모성애를 언제나 의심하고 시험합니다. 그들의 모성애는 세상이 기대하는 바와 달리 불완전하고 뒤틀려 있으며 깨져있죠. 이상적 (혹은 전형적) 어머니상에 대한 저의 강박이 반감으로 변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 강박과 반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고요. 

언젠가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은 소재나 인물이 있나요?

(다소 추상적이지만) 원죄와 연좌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습니다. 

만약 평행 우주에서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나요?

문학 외에 다른 분야의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음악가, 화가 혹은 무용수. 

인류 멸망을 앞두고 지하 벙커에 도서관을 지을 예정입니다. 딱 세 권의 책을 보관할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고르시겠습니까?

르네 데카르트 『방법서설』, 스티븐 비스티&리처드 플라트 『크로스 섹션』, 호메로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