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책 읽기의 힘』, 『영어 그림책 느리게 100권 읽기의 힘』 등을 출간하며, 좋은 영어책을 천천히 깊게 읽기를 강조해온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고광윤 교수. 이번에는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을 출간하며 삶에 대한 글을 천천히 읽고 손으로 써 내려가는 시간을 권한다.
『영어 필사, 인생의 문장들』을 출간하셨습니다. 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많은 영어책을 읽어왔습니다. 방황이 많았던 시기였는데, 그 속에서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문장들이 하나둘 마음에 남기 시작했지요. 그 문장들은 단순히 멋진 표현이 아니라, 나 자신을 발견하고 바로 세우며,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마음에 깊이 새겨진 문장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틈틈이 반복해 필사하며 곱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여 온 문장들이 결국 이 책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나,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삶에 대한 통찰력 있는 글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 주제를 다루셨나요?
저는 이 책에서 ‘보편적이면서도 매우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되는, 피할 수 없는 질문들을 중심에 두고자 했지요. ‘나는 누구인가?’,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나?’, ‘그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같은 질문들은 인류가 오래도록 되풀이해 온 고민이지 않습니까?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은 하나하나가 그런 질문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품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사랑받고 반복해서 읽혀 온 문장들이기에, 그 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이 담겨 있다고 믿습니다.
저 역시 그 문장들을 통해 위로받고 삶의 방향을 찾아왔기에, 그런 경험을 이 책을 통해 다른 분들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왜 우리는 이 문장들을 영어로 접해야 할까요?
영어는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일 뿐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수많은 작가와 사상가들의 손을 거치며 다듬어진 언어입니다. 세계적인 문학과 철학, 인문학의 중요한 고전들 중 상당수가 영어로 쓰였거나, 영어로 충실히 번역되어 전해져 왔지요.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 러시아어 등으로 된 고전 원문을 우리가 직접 읽기는 어렵습니다. 영어는 바로 그런 텍스트들을 가장 널리, 그리고 원문에 매우 가깝게 접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원전의 언어가 무엇이든 우리는 영어로 된 문장을 통해 그 안에 담긴 깊은 생각과 시대를 초월한 통찰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고전 속 명문들을 영어로 소개하고, 또 영어로 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빠르게 습득하고 활용할 것을 강요하는 시대입니다. ‘슬로우 미러클’이라는 이름을 오래 쓰고 계시고, ‘천천히 읽으면 깨닫게 된다, 손으로 쓰면 삶이 된다’는 카피도 눈에 띕니다. 어떤 의미와 의도가 담겨 있나요?
빠르게 변하고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느린 시간의 힘’을 믿습니다. 기적은 결코 빠르게 오지 않으며, 느리게, 꾸준히 쌓인 시간 끝에 비로소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너무나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활용하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속도만을 좇다 보면 깊은 이해와 진정한 깨달음은 놓치기 쉽습니다. 나만의 고유한 색깔, 진실된 관계, 삶에 대한 통찰과 깨달음을 얻으려면 느리게 가야 합니다. 천천히 가면서 하나하나 제대로 느끼고, 또 삶으로 살아내야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의 근간 역시 바로 이 느림의 가치에 있습니다. 빠름이 미덕인 시대에 제가 느리게 읽기를 통한 ‘슬로우 미러클’을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좋은 글을 천천히 읽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는 시간은 곧 내면의 성찰과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손으로 직접 글을 써보는 필사는 느림의 가치를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손끝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적으며 문장에 담긴 생각과 감정을 온몸으로 느껴 보세요. 그 느림의 시간 속에서 삶은 조용히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쌓인 느린 시간이 결국 삶을 바꾸는 힘이 됩니다. 그것이 바로 ‘슬로우 미러클’입니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단연 문장의 선정과 번역입니다. 책의 중심이 되는 문장들인 만큼, 하나하나가 누구나 공감하고 곱씹을 수 있는, 큰 울림을 지닌 글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수집해 온 많은 문장들 중에서,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담고 있으면서 문장으로서의 아름다움도 함께 갖춘 글들만을 엄선했습니다. 그렇게 추려낸 문장들을 ‘나’, ‘관계’, ‘삶’이라는 세 가지 큰 주제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독자 각자의 삶에도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하나의 흐름이 있는 이야기가 되도록 묶고 배열했습니다.
번역 역시 직접 했습니다. 의미의 단순한 전달을 넘어 원문의 감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우리말로 자연스럽고 품격 있게 읽히는 글을 만들고자 공을 들였습니다. 읽고, 쓰고, 되새길수록 더 깊이 스며드는 문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영어 원문과 함께 우리말 번역도 직접 필사하고 낭독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렇게 하면, 그 울림은 더 깊어질 것입니다.
모든 문장이 의미가 있겠지만 교수님의 인생 문장이 있다면 세 개만 뽑아주세요.
영어 격언 중에 “When the going gets tough, the tough get go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the) going은 ‘일이 진행되는 상황’, get going은 ‘행동을 시작하다, 본격적으로 나서다’는 뜻이지요. 결국 “상황이 힘들수록, 강한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더 의연하게 나선다”는 의미입니다. 돌이켜 보면 저 역시 그렇게 살아온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인생 문장을 세 개만 고른다면 아래의 문장들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The world breaks everyone,
and afterward, some are strong at the broken places.
― Ernest Hemingway, A Farewell to Arms
세상은 모든 사람을 부순다.
그런데 그 후에 어떤 사람들은 그 부서진 곳에서 강해진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무기야 잘 있거라』
Out of life’s school of war—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 Friedrich Nietzsche, Twilight of the Idols
전쟁터와도 같은 삶이라는 학교에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 프리드리히 니체, 『우상의 황혼』
Let everything happen to you.
Beauty and terror.
Just keep going.
No feeling is final.
― Rainer Maria Rilke, “Go to the Limits of Your Longing”
모든 것이 당신에게 일어나도록 허용하세요.
아름다움도 공포도.
그냥 계속 나아가세요.
그 어떤 감정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갈망의 끝까지 가라」
마지막으로 이 책을 어떤 사람이 펼치면 좋을까요?
이 책은 진정한 나를 찾고, 진실된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든 분들을 위한 책입니다. 이 책은 또 삶의 방향을 잃었거나, 잠시 멈춰 선 사람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이자 격려의 말입니다. 이 책은 빠른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고 싶은 사람, 자신만의 삶을 찾고 그 삶을 위한 확신과 지혜가 필요한 사람에게도 잘 어울릴 것입니다. 이 책에 담긴 문장들이 여러분 곁에 조용히 머물며,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작은 등불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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