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작업실 
흥미로운 작업을 이어 나가는 작가들의 작업 뒷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한 권의 책이 독자를 만나기까지, 작가들은 어떤 날들을 보냈을까요?

몽쉘과 흰 우유

작업을 하는 동안 가장 의지한 반려 [ _______ ]

만화와 미술 작업을 같이 하고 있는데요, 이번 책을 작업하면서 동시에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심적으로도 부담감이 있었고 체력적으로도 조금 힘들었는데 그럴 때 몽쉘(과거엔 몽쉘 통통)과 흰 우유를 먹으면 당이 올라가서 그런지 기분이 확 좋아지고 작업할 힘이 났습니다. 

몽쉘은 굉장히 크리미하고 초코크림이 참 맛있습니다. 한입을 아주 크게 베어 물고 흰 우유도 크게 한 모금 먹으면 입이 부풀어 오르는데 그 상태가 아주 유아기적 만족감처럼 안정적이고 좋습니다. 몽쉘 중에서는 카카오 버전을 좋아합니다. 한창 먹다가 책이 나오고 개인전도 끝난 지금은 몽쉘이 조금 물려서 초코 다이제(과거엔 다이제스티브)와 흰 우유를 먹습니다. 저에겐 쉬는 시간 같은 ‘먹기’입니다. 

작업실(왼쪽), 작업실 전시 '오늘도 작은방에서 열쇠가게 주인처럼 작업했다'(오른쪽)

작업실을 소개해 주세요. 

제 작업실에는 작은 책상이 많습니다. 만화나 작은 그림을 그리고 디지털 작업을 하는 책상, 만들기 작업을 위한 도구와 재료가 있는 책상, 봉제인형을 만들기 위한 미싱이 있는 책상. 한 개의 의자로 그때그때 맞는 책상에 붙어 앉아서 작업을 합니다. 

콘티를 짤 때나 글을 쓸 때가 아니라면 작업할 때 주로 라디오를 틀어놓고 합니다. 핸드폰 어플로 재생하다가 조금 더 심플하게 듣고 싶어서 트랜지스터라디오로 듣고 있습니다. 광고가 없는 KBS 클래식 라디오 93.1을 듣다가 오후 4시와 오후 8시에는 CBS 93.9를 듣습니다. 7080 가요를 좋아해서요. 슬프고 서정적인 느낌이 좋아요. 

마감이 끝난 후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한적하게 안양천을 걷고 싶었고, 마감과 개인전을 마치고 안양천을 한낮에 혼자 한적하게 걸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걸었던 루틴을 작업하느라 하지 못하고 있어서 그간의 풍경 변화와 새들의 모습이 너무 궁금했었어요. 몇 주 만에 찾았던 안양천에는 그 해에 태어난 아기 흰뺨검둥오리들이 엄마를 따라서 열심히 발장구를 치고 있었습니다. 

할 일이 있을 땐 그것 빼고 모두 재밌게 느껴집니다. 작업 중 특히 재밌게 본 남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저는 인스타그램의 릴스를 많이 봤어요. 그중에도 해외 계정 중에 그... 사람들 넘어지는 거 있잖아요. 주택의 테라스와 계단이 있는 곳이 겨울에 미끄러워서 현관문을 나오다가 우당탕 넘어지는 거요. 그게 그렇게 재밌어서 그런 영상을 모아놓은 계정을 구독하고 그랬어요. 남 넘어지는 걸 계속 보는 게 이상하긴 한데 그땐 그게 재밌었습니다.

『고장 난 기분』 작업 후기

발표불안, 사회불안증에 대해서 썼는데 책을 다 쓰고도 상태는 극복되지 않았고 미해결, 현재진행형입니다. 개인전을 여는 동안 전시장에서 책을 판매하며 사람들을 많이 대면했는데요, 여러분들이 자신의 고장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모두 조금씩 정도는 달랐지만 ‘사람들은 대게 긴장하고 있구나. 나도 그런 사람일 뿐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복하진 못했어도 내가 군중 속 한 명이라는 게 편안했어요. 

‘고장 난 기분’을 반복해서 느끼는 발표 불안인들이 분명 많습니다. 작가님께서도 이분들을 열심히 찾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만나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발표불안에 대해 책 한 권 분량의 이야기를 쓰고 제가 저에게 해준 말은 ‘괜찮아’ 였어요. ‘떨지 마’는 아무 효력이 없는, 힘을 주지 않는 이야기더라고요. 떠는 것 너무 이해하고, 떨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떠는 행위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행동이 아니니까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