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잘 마시는 사람도 입에 대기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술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합니다. 음식 이야기를 하다보면 뗄 수 없는 단짝 술, 알고 나면 더 매혹적인 음료 술! 이번 달에는 술에 관한 책 네 권을 소개합니다.
『취함의 미학』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저/김동환 역 고반
인류는 어쩌다가 술을 마시게 된 걸까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철학 교수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교수는 술에 취한 덕분에 지금의 문명을 쌓아 올릴 수 있었다는 과감한 주장을 펼칩니다. 인간의 술 사랑과 취하는 과정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근거를 제시하며 술취함의 미덕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고고학, 역사, 인지신경과학, 약리학, 사회심리학, 문학, 유전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방대한 지식도 놀랍지만 쉽고 명료한 설명과 예시가 책에 푹 빠져들게 합니다. 술취함이 창의성 향상, 신뢰 구축, 낯선 이들과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도 음주운전, 성병, 싸움과 같은 음주의 어두운 면까지 들여다보며 술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해주는 책입니다.
『주정뱅이 연대기』
마크 포사이스 저/임상훈 역 | 비아북
벤저민 프랭클린은 “좋은 술이 없는 곳에 좋은 삶이란 없다”고 말했습니다. 장자는 “술 마시는 꿈을 꾸는 사람은 아침이 밝으면 슬프다”며 한탄했죠. 만취하지 않고 적당히 마시면 좋으련만 술을 마시다보면 다양한 사건과 사고가 따라오기 마련이죠. 수메르의 선술집과 맥주 이야기부터 그리스의 심포지엄, 중세 영국의 에일하우스, 미국 서부의 살룬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술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인류의 음주와 만취에 대한 역사책 중에 가장 재미있는 책입니다. 좋아하는 술 한 잔을 옆에 두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취할 준비』
박준하 저 | 위즈덤하우스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알쓰인 저자가 쓴 K-술 소개서라니 읽기 전부터 흥미롭습니다. 전통주 소믈리에이자 기자인 저자가 전국의 양조장을 찾아 다니면서 생생한 우리 술의 현장을 보여줍니다. 요즘 세대의 관점에서 우리 술의 현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이라는 점에서도 신선합니다. 옛날 술을 마시는 요즘 사람들, 새로운 우리술의 세계를 열어가는 사람들을 책 속에서 만나며 우리 술의 현장 속으로 빠져들다 보면 결국 하나 사서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소주는 순해지고 막걸리는 독해지는 트렌드, 오크통에서 일 년 이상 숙성시키면 왜 전통주가 아닌지에 대해서까지 알아가는 재미가 가득합니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임승수 저 | 수오서재
왠지 와인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책도 그렇죠. 하지만 이 책은 다릅니다. 자신을 생계형 작가라고 부르는 저자가 좌충우돌하며 슬기로운 와인생활을 위해 초심자에게 필요한 와인 지식만 쉽고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정가에 속지 않는 알짜 와인 구매법부터 가성비 와인 리스트, 와인에 맞는 하지만 비싸지 않은 안주 고르는 방법까지 저자가 직접 체험을 통해 모은 실용적 팁이 가득합니다. 이 정도면 나도 와인 세계에 입문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죠. 책에 소개된 와인을 찾아보면서 읽는 것도 좋고 직접 마트에 가서 구매해보는 것도 좋아요. 저자의 맛깔나는 하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와인 이야기를 읽고 나면 같은 와인 한 모금이라도 더 맛있게 느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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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이자 푸드라이터. 주변 사람들이 푸드파이터인지 푸드라이터인지 헷갈려 할 정도로 먹는 일에 진심이다. 캐나다 이민 시절 100kg 직전까지 체중이 불었다가 20kg 이상 감량하면서 음식 환경이 체중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을 실감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 『정재훈의 식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