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조선시대에 네덜란드에 방문했던 조선인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비록 일본에 사로잡힌 피로인 출신이라 조선 본토에서 간 건 아니지만, 엄연히 한 조선인이 인도양과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갔던 것. 이 조선인의 발자취에 역사적 사실과 박성종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소설 『조선인 대항해왕』이 탄생했다.
『조선인 대항해왕』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인해 일본으로 끌려갔던 수많은 조선인들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일본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노예로 팔려가 생을 마감해야 했던 조선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그 시작이다. 하지만 이 슬픈 운명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용기와 기지로 극복하며 유럽의 바다까지 나아갔던 조선인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또, 결국 임진왜란의 원흉인 일본에게 복수하고 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이들의 모습에서 감동과 통쾌한 재미까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크레마 오리지널 연재작 『조선인 대항해왕』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작품의 집필 과정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평소에 지리학과 대항해시대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에는 17세기를 배경으로 한 해양소설이 극히 드물어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집필 기간은 2년 6개월 정도 걸렸고, 읽은 책은 500권 이상 되는 것 같습니다. 논문도 상당히 많이 읽었고요.
『조선인 대항해왕』은 조선시대 유럽으로 간 조선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구상하신 계기를 알려주세요.
박종인 대기자님의 『대한민국 징비록』을 읽고 영국인 최초로 사무라이가 된 윌리엄 애덤스(소설 및 드라마 ‘쇼군’의 모티브가 된 인물)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이후부터 17세기 항해사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명숙 교수님의 『보물섬은 어디에』를 읽고 유럽에 간 조선 사람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VOC)의 기록 원문을 본 후 이 인물에 대해 미친 듯이 빠져들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냥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작품 중 주인공이 과학과 진리를 탐구해 인류를 무지로부터 구해내고자 하는 혁명적 조직 JCU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 조직은 어떤 모티브가 있었나요? 그리고 이 조직을 이야기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도록 넣으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던 시기에 유럽에 존재했던 많은 비밀결사들, 예컨대 프리메이슨과 장미십자회, 특히 영국 런던 왕립협회 소속 자연철학자(훗날의 과학자)들의 사모임인 ‘보이지 않는 대학’ 등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또한 『다빈치 코드』와 성전 기사단으로부터도 영감을 얻어 입단식을 묘사할 때 활용했습니다. 참고로 포르투갈의 항해왕자 엔히크의 정식 지위도 그리스도 기사단장으로, 유럽인에게 대항해시대란 해양 십자군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기독교와 반기독교 세력 간의 다툼도 아주 흥미로운 소재라 이야기의 토대로 삼았습니다.
대항해시대와 해양사에 관심을 갖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개인적으로 죽기 전에 꼭 써야할 책이 있습니다. 『유럽이 세계를 지배한 이유』라는 책으로,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님의 역저 『총, 균, 쇠』의 뒤를 잇는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15세기 신대륙의 발견으로 지리상의 중심이 된 점. (그 이전의 중심은 터키-이집트-이라크를 잇는 삼각지대로 괴베클리 테페 유적 및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이 발원한 곳임. 지리상의 중심축은 자북극(磁北極)이 바뀌는 것처럼 계속 이동하는데, 유럽으로 갔던 중심축도 1, 2차 대전으로 인해 미국과 소련으로 갔다가 소련 멸망으로 미국이 단일 중심축이 된 것.)
2) 유럽의 어떤 지역이든 700㎞ 이내에 바다가 있다는 점. (유럽에는 다종다양한 지중해들이 많음. 아조프해, 흑해, 지중해, 비스케이만, 켈트해, 북해, 발트해, 노르웨이해 등등. 특히 지중해는 250만㎢에 에게해, 아드리아해, 이오니아해, 티레니아해, 발레아레스해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중간 중간에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위치해 항해술을 익히기에는 최적의 장소임. 거기다 조금만 범위를 확장하면 홍해, 페르시아만, 카스피해 등을 가진 중동과도 연결됨. 기본적으로 대양항해는 지중해형 항해를 마스터한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엄청난 이점임. 그렇게 유럽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선점할 수 있었고, 더구나 지표면의 70%가 물이기 때문에 바다를 장악했던 유럽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
3) 인류 최초로 문명이 발원한 중동 및 아프리카와 인접한 문명권이라는 점. 이 또한 엄청난 지리적 이점임. 왜냐하면 인류 문명의 중심축은 변방-중심-포위 순으로 이동하기 때문.
즉, 항해술과 바다, 지리상의 중심이라는 이점이 없었다면 유럽이 흥기할 일도 없었던 것이죠. 이러한 이유로 저는 대항해시대와 해양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다양한 적대적 대상들이 등장하지만 특히 니혼마치와의 충돌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주인공의 개인적인 복수이기도 하지만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대한 민족적 복수의 느낌도 있는데요. 이 부분도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합니다.
4번 질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소설에서나마 일본인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동아시아에는 8개 이상의 니혼마치, 그리고 더 많은 수의 일본인 거주지가 있었는데, 이는 훗날 2차 대전 때 일제의 점령지와도 상당히 겹칩니다. 실제 역사에선 임진왜란 때 남의 나라, 즉 명나라의 도움을 받았지만 소설 속에선 누구의 도움 없이 주인공과 조선 사람들 스스로 복수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은 네덜란드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어떻게 이런 설정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는 극소수의 네덜란드 본토 여성들이 있었는데, 그나마도 대부분 고아라든지 사회 하층민이었습니다. 상류층 여성은 항해기간도 오래 걸리고, 말라리아 때문에 죽을 확률도 높은 이 지역에 오길 꺼려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네덜란드 여성과 아시아 남성 간의 결혼은 금지되어 있었는데(유럽 남자가 아시아 여성을 첩으로 두는 건 가능) 소설 속에서나마 두 사람을 연결시켜 줌으로써 인종과 국가 간의 장벽을 허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집필하실 계획인지 말씀 부탁드려요.
제가 사육신의 후손이라 사육신 관련 소설 『천벌』을 집필 중입니다. 사육신 유성원의 딸이 궁궐에 의녀로 들어가 세조를 독살해 복수한다는 내용입니다. 영화 <올빼미>와 비슷한 플롯이며, 주인공은 『얼음과 불의 노래』의 아리아 스타크와 유사합니다. 또한 역사 에세이인 『동아시아의 대항해시대』, 『유럽이 세계를 지배한 이유』를 쓸 계획입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