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뮤지컬] <명성황후> 김소현·손준호, 무수한 질문 끝에
배우 김소현, 손준호가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다시 한번 부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글 : 이솔희 사진 : 에이콤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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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는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로,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후이자 시대적 갈등의 중심에 선 명성황후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인 1995년 초연되어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김소현은 2015년 처음 <명성황후> 무대에 선 후 2018년, 2021년에 이어 올해에도 명성황후 역을 맡았다. 2018년 고종 역으로 <명성황후>에 합류한 손준호 역시 세 시즌 연속 작품과 함께하고 있다. 다시 한번 <명성황후> 무대에서 부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명성황후>를 다시 만난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소현   사실 10년 전 처음 <명성황후> 출연을 제안해 주셨을 때는 몇 번이나 거절했었어요. 그런데 제작사에서 ‘너만의 명성황후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설득해 주셔서 용기를 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어요. 그런데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명성황후>를 만나 작품과 역할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예전에는 스쳐 지나갔던 단어들, 장면들이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10년 동안 살아오면서, <명성황후>라는 작품에 반복해서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깊이감이 생긴 덕분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역사를, 우리나라의 관객분들과 함께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세대와 성별을 뛰어넘어서 한마음이 될 수 있는 작품이라서 매 공연 눈물이 나는 것 같아요. 

손준호   매 시즌 캐릭터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고종이 유약한 인물이었다는 평가와 달리, 자신만의 노력과 고심이 있었다는 자료를 기반으로 유약하지 않은 면을 잘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이번 시즌에는 부부로서의 관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고종의 모습을 조금 더 고민했고요. 한 시즌 안에서도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해보면서 고종이라는 인물이 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드는 게 좋을까 계속 고민했어요.

 

이번 시즌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김소현   아무래도 인물의 역사적 평가에 대한 고민이 매 시즌 가장 큰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도어떻게 하면 명성황후의 이야기가 관객분들의 마음에 더 잘 녹아들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이번 시즌에 명성황후로서 200회 공연을 맞게 되었는데, 주변에서는 ‘같은 공연을 200번쯤 하면 눈 감고도 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그 반대예요. 하면 할수록 질문이 더 많아져요. 종종 신인 시절의 저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때는 모든 게 자신 있었거든요. 지금은 한껏 주눅이 들어 있고요. (웃음) 무대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공연 한 회 한 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 잘 알아서 그런 것 같아요. 질문이 많아지는 것도 그 이유예요. 관객분들께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지 잘 알기 때문에,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민을 하게 돼요.

 

말씀하신 것처럼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보니,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을 듯합니다. 

김소현   창작진분들과 함께 매 시즌 고민해요. 어떻게 해야 관객분들의 공감을 끌어 낼 수 있을까. 저는 아내이자 엄마로서 명성황후가 어떤 마음이었을지에 대해서 집중했어요. 내 남편,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했을 것이고, 늘 안타까운 마음을 품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공연의 마지막 넘버인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명성황후가 죽은 뒤 부르는, 즉 역사에는 없는 장면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장면에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요. 관객분들도 그 장면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손준호   저 역시 인물의 마음에 집중하고자 했어요. 명성황후를 어떤 마음으로 사랑했을까, 친정을 선포할 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면서 찾아갔어요. 세 번의 시즌을 거친 지금도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요. 


 

두 분이 한 작품에서 상대 배역으로 호흡을 맞춘 건 2018년 <명성황후>가 처음이었어요. 그전까지는 함께 무대에 서는 걸 피했다고 들었는데,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니 어떤가요.

김소현   <명성황후> 이전까지는 같은 작품을 하더라도, 함께 공연을 한 적은 없었어요. 일부러 서로 다른 날 출연했죠. 저희가 함께 출연하면 관객분들의 몰입을 방해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명성황후>로 처음 같은 무대에 섰을 때에도 관객분들이 낯설어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캐릭터 그 자체로만 봐주신다는 게 감사했어요. 그 덕분에 함께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어요.

손준호   저도 관객분들이 작품으로만, 캐릭터로서만 저희를 바라봐 주신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말 감사했어요. 같은 작품에 함께 출연한다는 게 배우로서 큰 장점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다른 작품에서는 연습 때 해결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집에서 혼자 고민하다가 다시 연습실에 가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연습 때 해결하지 못한 부분도 집에 와서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배우로서 서로의 장점을 꼽아보자면요.

손준호   제가 까마득한 후배여서 선배님을 평가하기엔 좀 그렇지만(웃음) 제가 뮤지컬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에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이렇게까지 사랑하고, 아낄 수 있구나, 이렇게 푹 빠져서 살 수 있구나 알려준 사람이고요. 

김소현   흔들림 없는 뿌리를 지닌 배우예요. 그래서 저처럼 감정적으로 잘 흔들리는 사람에게는 정말 든든한 상대역이죠. 그리고 준호 씨는 무대에서 몰입을 정말 잘해요. 상대 배우의 눈에서 준비되지 않은 눈물을 흘리게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데, <명성황후> 공연 때 그걸 해내더라고요. 하루는 1막 엔딩 장면에 눈물을 펑펑 쏟는 모습을 보고 저도 그 감정에 몰입이 돼서 눈물을 흘리느라 노래를 못 할 정도였어요. 준호 씨가 <오페라의 유령>으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던 날에도 제가 상대역이었는데, 문득 ‘많이 컸다’ 싶더라고요. (웃음)

 


<명성황후>가 30년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손준호   우선, 우리나라 역사를 주제로 한다는 점이 크게 다가와요. 전통적인 악기가 사용된 음악의 힘도 크고요. 30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인 만큼 요즘의 작품들처럼 세련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악기가 사용된 음악이라서 그런지 <명성황후> 넘버만의 힘이 있어요. 하나 더 덧붙이자면,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분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작품을 수정하며 30년 동안 발전을 거듭했다는 점도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명성황후> 서울 공연은 오는 3월 30일 막을 내려요.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소현   지난 시즌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꽉 찬 객석을 보기 어려웠는데, 이번 시즌에는 매번 꽉 차 있는 객석을 보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이번 시즌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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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희

뮤지컬 전문 매체 <더뮤지컬> 기자. 좋아하는 건 무대 위의 작고 완벽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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