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를 찌르는 반전과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30만 독자를 사로잡은 『회색 인간』 김동식 작가의 AI를 주제로 한 초단편소설 모음집. 열여덟 편의 초단편소설에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대기업이 된 ‘보그나르 주식회사’의 AI 관련 제품과 기술을 사용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자기 전 AI 장치를 이용해 하루를 바라는 대로 다시 사는 사람들, AI 로봇 아내에게 전 재산을 상속한 대기업 회장, 예술가가 없어진 시대에 옛 예술을 노래하는 얼굴 없는 가수 등.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통해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에서의 인간 역할을 탐구하고 인간이기에 가능한 희망을 전한다.

챗GPT, 딥시크 등 요즘 AI를 주제로 한 이슈들이 넘쳐나는데요. 지금 이 시점에서 AI를 소재로 한 『보그나르 주식회사』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챗GPT의 등장은 저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SF에서만 보던 막연한 미래가 눈앞까지 다가와 제 턱을 후려갈긴 느낌이었죠. 그때부터 AI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관련 소설도 많이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내친김에 ‘AI 관련 소설집을 내볼까?’ 싶었고, 이렇게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소설에는 AI 육성 시뮬레이션 ‘나 키우기’, 설정한 값으로 대상을 볼 수 있는 안구 임플란트, 어린 시절을 함께 한 AI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AI 기술이 등장하는데요. 이 중에서 작가님이 실제로 사용해보고 싶은 기술이 있다면요?

하나만 고르자면 ‘나 키우기’가 재밌을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다마고치’ 키우기가 유행이었는데, 너무 비싸서 못 했거든요. 그렇다고 성인이 된 지금 ‘다마고치’ 키우기를 하기에는 좀 심심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 키우기라면? 즐거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제대로 학교에 다닌 김동식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소설에 다양한 논쟁과 독특하고 기발한 설정이 많이 나옵니다.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셨나요?

뉴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성우를 대체한 AI’ 관련 뉴스라든지, ‘언어 장애 해결 임플란트 성공’ 관련 뉴스 같은 것이요. 그리고 일반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서 화제가 된 소식은 온 인터넷을 돌아다니거든요. 웹서핑을 하다 이런 것을 종종 보게 되는데, 거기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AI 노벨상」에서는 AI의 노벨상 수여를 둘러싼 논쟁이 펼쳐지는데요. 이제 곧 현실에서도 벌어지게 될 모습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AI와 인류가 어떤 모습으로 공존하게 될까요? 이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과도기가 있긴 하겠지만, 결국에는 AI도 하나의 인격으로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요? 다만, 인조 다이아가 천연 다이아보다 훨씬 더 완벽하게 무결점이어도 시장 가치는 천연 다이아가 압도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무용한 무형의 가치를 가진 인간이 AI보다 우위에 선 형태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가」에 이런 대사가 등장합니다. “AI를 안 쓴다는 말은 사회와의 모든 연결망을 끊겠다는 거야.” 먼 미래에는 ‘AI 없이 한 달 살기’가 밸런스 게임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AI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먼 미래에 ‘AI 없이 한 달 살기’를 제안한다면 작가님의 선택은?

저는 당장 스마트폰 없이 한 달 살기도 못 할 것 같은데요. 필수로 행해야 하는 조건이 없는 이상은 어려울 것 같고요. 「그런가」에서처럼 10억을 준다고 하면 도전할지도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유치하지만 날카로운 날것의 느낌이 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초창기의 저는 그랬던 것 같은데, 최근 점점 무뎌지는 느낌이 들어서요. 유치한 걸 창피해하지 않아야 하는데, 선을 확 넘기가 어렵네요.

『보그나르 주식회사』를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오랜만에 출간한 초단편 소설집입니다. 독자들에게 “역시 김동식은 초단편인가?”라는 말을 듣는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