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만 18살, 성인이 되었다는 자유를 느낄 새도 없이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이들이다. 고아원 출신이라는 편견, 집을 구해야 하는 문제, 의지할 곳이 없다는 외로움 등 이 모든 것들을 홀로 이겨내야 한다. 이제 우리가 몰랐던, 자립준비청년들의 이야기를 허진이 작가를 통해 들어보자.
작가님 안녕하세요. 『비밀에 기대어』 책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자립준비청년 허진이입니다. 『비밀에 기대어』는 보육원에서 자랐던 유년 시절부터 부모가 된 지금까지의 제 삶을 담아낸 에세이입니다. 자립준비청년으로서 감춰두고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낸 글들을 통해 사회가 자립준비청년을 더 많이 알고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분들이 비로소 알게 된 사실과 이해를 바탕으로 자립준비청년이 보다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또한 책을 통해 오래 품고 있던 비밀을 꺼내 놓으며 어느 순간에는 비밀에 기대어 하고 싶었던 말을 마음껏 털어놓고, 외롭고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다시 돌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따뜻하고 애틋했던 경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이 책이 위로와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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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이라는 단어가 낯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알려주세요.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보호를 받다가 만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되어 사회로 나와 자립을 준비하게 되는 청년을 의미합니다.
19년 동안 지내던 보육원을 퇴소했을 때 심정이 어떠셨을지 궁금해요.
"이제 마음 둘 곳이 어디에도 없구나."(84쪽)
19년 동안 저를 안전하게 지켜주었던 보육원을 떠나는 때는 설렘과 막막함이 공존했습니다.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다짐했지만 외롭고 공허한 마음은 금세 그 다짐을 무색하게 하였습니다. 돌아갈 곳 없어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제 결정으로 만들어 갈 앞으로의 삶을 최소한 숨거나 움츠리는 방식으로는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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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분들이 계실 듯해요. 우리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요?
"그렇게 안 보여서 몰랐어." 제가 지인들에게 보육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힐 때 종종 듣는 말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인상은 보통의 삶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보육원 아이들은 이럴 거야'라는 고정된 생각, 그리고 자신과는 아주 먼 곳에서 많이 다르게 살고 있을 거라는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우리가 오해 없이 편안한 사이가 될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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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었을 때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아이를 가졌을 때, 그리고 아이를 낳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큰일났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부모에게 사랑을 받아본 경험도, 일반적인 가정에서 자란 경험이 없는 제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아무리 상상해 봐도 좋은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좋은 부모가 될 수 없겠다며 울적한 기분이 들던 때에 누군가의 질문으로 나의 상황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이 없는 만큼 아이에게 순수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소신 있는 엄마'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었죠. 이제 막 36개월이 지난 아이를 돌보는 지금도 어린 시절 결핍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지만 자립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결핍이 아이를 향한 세심한 사랑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좋은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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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비밀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정말 꺼내놓기 힘들었던 이야기가 있었을까요?
모든 에피소드에 용기가 필요했지만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에는 울컥하는 마음에 쓰던 글을 멈추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아'라며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겨우 슬리퍼 한 짝 잃어버린 것에 엄마 선생님에게 매를 맞고…. 하지만 이제는 엄마가 되어서인지, 사랑받고 싶어서 애썼던 어린 시절의 저를 엄마의 마음으로 충분히 안아주고 돌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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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비밀에 기대어』 독자분들께 한마디 남겨 주세요.
아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어느 정도로, 어떻게 필요한지는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입니다. 자립준비청년으로서의 경험을 담은 이 책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알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들의 깊은 사정을 알게 되었다면 부디 마음으로라도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고, 또 그 비밀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다정한 친절을 베풀어 주신다면 좋겠습니다.ᅠ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비밀에 기대어
출판사 | 파지트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