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성과 비폭력, 미디어와 프로파간다, 아동 학대와 돌봄, 대량학살과 재현, 인권과 인간성, 장애와 불능화, 동성애와 인류애, 성폭력과 전시 강간, 이민과 이주 문제… 세계 곳곳에서 해마다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 그리고 피해자인 약자들의 삶을 철학자 9인과 예술가 14인의 시선으로 분석한 예술 에세이 『애도의 미학』. 작가 한선아는 이 책에서 태동한 문장들이 모여 꿈꾸어 볼 가치가 있는 세계, 소외된 자를 위한 다정한 세상이 펼쳐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첫 책 『애도의 미학』이 출간되었어요. 이 책은 어떻게 쓰게 되었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만약 한평생 단 한 권의 책만은 쓸 수 있다면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오랫동안, 또 신중하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 답이 『애도의 미학』이었습니다. 학부 졸업 논문부터 시작하여 석사 졸업 논문까지, 돌이켜보니 제가 관심을 가졌던 주제는 언제나 동시대 미술과 사회적 비참함 (죽음, 소외, 주변화)의 연결성이더라고요. 따라서 2년 동안 꼼꼼히 준비했던 석사 졸업 논문 주제를 발전시켜 더욱 대중적인 형태로 다듬었고, 저의 눈시울을 붉히고 마음을 움직였던 작품과 철학 이론을 더 많은 분에게 전하고자 아홉 편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쩌면 제 일생의 연구 주제가 될 수도 있을 키워드, 그러니까 ‘비참한 삶에 대한 예술/철학적 조명’을 담아낸 『애도의 미학』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 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셨다고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상가 혹은 예술가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공부하면서 많은 사상가와 예술가에 대해 배웠습니다. 한 명씩 고르기가 참 어려운데 그럼에도 선택을 내려보자면 아무래도 주디스 버틀러의 취약성 이론과 테레사 마르골레스의 작품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애도의 미학』 1장이 버틀러와 마르골레스를 다루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죠. 무엇보다 그 두 사람을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우선 버틀러의 취약성 이론은 정말이지 다정한 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언제나 서로를 의지하며 보조해야 한다는 이론이야말로 혐오가 지배적인 현시대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마르골레스의 작품은 ‘포렌식 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사건 현장에 놓여 있던 각종 증거 물질을 가장 간결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전환하여 ‘애도 불가한 죽음’을 예술적으로 승화하기 때문이죠. 부검할 시신을 닦은 물을 활용해 만든 비눗방울, 국가에 의해 발생한 실종자들의 유품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걸어 다니는 공원 한복판에 묻어두는 작품,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유산된 아이의 장례를 치르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아이의 무덤을 만들어 주는 작품 등등. 만약 제가 예술가로 활동했다면 마르골레스가 시도했던 바로 그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 및 사회 상황이 좋지 않잖아요. 작가님께서는 그러한 문제들을 조명하고 피해자인 약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에 앞장서고 계시고요. 여러 이유로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께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주실 수 있을까요?
따뜻한 집에서 마음 편한 일상을 보내는 제가 감히 그 어떤 분께 선뜻 위로를 보내 드릴 수 있을지 걱정되는 마음도 앞서지만, 딱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해드릴 수 있다면 책 속에 써 둔 저의 진심을 인용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형태로든 제가 이미 쓴 글과, 앞으로 이어질 글들을 모두 ‘당신’에게 바치는 글일 것이라고요. 그 글들은 어떤 애달픔을 담고 있을 것이며, ‘당신’을 모르는 어떤 존재들도 끝끝내 ‘당신’의 아픔을 알아차리기 위해 듣고, 보고, 다가가고 말 것이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그러므로 우리 모두 아파도 포기하지 말고 서로를 기다려 보자고. 그리고 그러한 기다림 속에서 희망, 사랑, 그리고 유토피아라는 것이 단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일 뿐만 아니라, ‘상상하지 않기도 어려운 것’임을 함께 깨달아보자고. 그런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쉬는 날에는 주로 무슨 일을 하세요?
저는 타인과 ‘따로 또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쉬는 날에는 주로 독서, 영화 감상, 그리고 전시회 방문 등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독서에 관한 취향이라면 세계문학을 번호순으로 읽는 것을 좋아하고, 영화는 아트나인과 같은 예술 극장에서 상영하는 비상업 영화를 선호하며, 전시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전공이 현대 미술 쪽이다 보니 현대미술 전시를 많이 보러 다닙니다. 전체적으로 저의 내면세계를 확장해 줄 수 있는 여가 활동에서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평소 어떤 책들을 즐겨 읽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애도의 미학』 독자들에게 추천해주실 만한 책이 있을까요?
저는 고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하여 세계문학 번역서를 읽는 것을 좋아하고, 다양한 철학가의 사상을 배우는 일에도 흥미를 느껴서 그들의 저서를 국문 번역본으로 찾아보는 일도 좋아합니다. 또한 문장과 표현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국내 작가의 다양한 단편 소설집이나 에세이, 그리고 비평집을 읽어보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사실은 취향을 정하지 않고 가급적 많은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고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만약 『애도의 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할 만한 딱 한 권의 책이 떠오르는데, 그 책은 비참한 사회적 죽음에 대한 저의 관심을 정립해 주기도 했고, 어쩌면 저의 인생관 자체를 정의해준 하나의 문장이 등장하는 ‘인생책’이기도 합니다. 바로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라는 책인데요. 아름다운 문체에 감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마 책 속에 등장하는 아래 문구를 만나지 못했다면 『애도의 미학』도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기회가 되신다면 일독을 추천해 드리며, 아래 문장을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은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과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는 비참함 앞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일이다. 그것은 동료들이 거둔 승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돌멩이 하나를 놓으면서 세계를 건설하는 데 일조한다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
『애도의 미학』 이후 새로운 책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후속 계획이 궁금합니다.
한 권 한 권 신중하게 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따라서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이 마음속에 새롭게 축적되었을 때, 그때 새로운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 단계에서는 우선 ‘포렌식 미학’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내용을 쓰고 싶다는 어렴풋한 마음만 있는 상태입니다.
끝으로, 책에서 못다한 말이 있다면 마지막 인사와 함께 전해주세요.
‘책임’이라는 단어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가령 사르트르는 인간은 언제나 서로에게 참고가 되고 본보기가 되기 때문에, 서로에게 책임을 지고 있다며 ‘책임’의 개념을 확장한 바 있죠. 그러니까 이때의 책임은 개인적 책임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 즉 전체적인 인간상에 대한 책임을 말하게 됩니다. 이는 마치 칸트의 정언명령처럼, 우리의 모든 행위와 선택이 타인이 동일하게 반복해도 무방한 것이어야 한다는 도덕적 책임을 시사합니다. 나 혼자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수많은 ‘나’가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결국 세상은 쓰레기장이 되고 말겠죠. 마찬가지로, 저는 혐오하고 싶은 바로 그 순간에, 역설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은 인간상과 살아가고 싶은 세계의 모습을 신중하게 고민할 책임이 생겨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도 이미 말했지만, 혐오와 폭력을 도구로써 사용하면 할수록, 우리는 다만 그것이 연장될 뿐인 세계와, 그래서 더욱 혐오스럽고 폭력적이게 될 세계와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나 홀로 누군가를 혐오한다고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상은 우리의 마음먹기에 따라 정말로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죠. 함께 그러한 책임을 고민하며 더 다정한 세상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애도의 미학』을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애도의 미학
출판사 | 미술문화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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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0
heejin0518
2025.02.19
화이팅 하세요~~
meilatetony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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