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를 위한 초등 학폭 지침서
초중고 학생들의 여러 사례를 접한 저는 오히려 초등 저학년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이때 제대로 대처하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피해와 가해를 되풀이하며 태도가 굳어지기 때문이에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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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모의 걱정이 하나 더 늘어납니다. ‘아이가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리 애는 소심한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지?’ ‘요즘은 어린 나이에도 학교폭력이 일어난다던데…….’

 

실제로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응팀에서 근무한 저자는 친구 관계를 맺는 첫 시기, 즉 초등 저학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의견이 서로 부딪쳤을 때 무턱대고 화부터 내는 습관이 들면 나중에 가해자로 몰리기 쉽고, 눈치를 보며 움츠러드는 아이는 만만하게 여겨져 피해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에요. 본격적인 사회생활이 시작되는 초등 저학년, 장난과 폭력의 경계선을 분명히 알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변호사라는 직업상 딱딱한 법조문을 다루는데 능할 텐데, 첫 책이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 책이에요. 쓰는 데 힘들진 않으셨나요? 

변호사는 누군가를 변호해 주는 게 업이기 때문에 제 감정을 싣지 않는 글을 주로 써왔어요. 그런 글만 써오다가 이번에 책을 쓰면서 처음으로 제 감정을 마음껏 담아 넣었답니다. 조금 더 재밌게, 조금 더 이해하기 쉽길 바라며 써 내려간 책이에요. 부디 제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또 변호사로 글을 쓸 때면, 제가 변호해 드리는 의뢰인과 판사 등 독자가 누군지 알고서 글을 써요. 그런데 이번에 책을 쓰면서 처음으로 독자를 정하지 않고서 글을 썼네요. 과연 어떤 어린이들이 이 책을 읽어줄지 두근거리고 설렙니다.

 

책 제목에 ‘아홉 살’이라는 나이가 나와요. 학교폭력은 고학년 때도 있는데 딱 집어 ‘아홉 살’을 꼽은 건 왜인가요?

저학년 때도 학교폭력 사안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과격하지 않을 때예요. 그래서 ‘저학년은 아직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요. 하지만 초중고 학생들의 여러 사례를 접한 저는 오히려 초등 저학년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어요. 이때 제대로 대처하는 법을 익히지 않으면 피해와 가해를 되풀이하며 태도가 굳어지기 때문이에요. 참, 하나 더 덧붙이자면, 조금 심각한 폭력이 시작되는 중・고학년을 위해 『열두 살, 용감하게 맞서요』라는 책도 집필 중이랍니다. 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SNS를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시기인 만큼, 사이버폭력과 성폭력에 관한 내용을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에요.

 

학교폭력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아직도 잊히지 않는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어요. 예쁘게 머리를 땋은 초등학교 저학년 여자아이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함께 학폭심의실로 들어왔죠. 피해 학생이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녔다는 명예훼손으로 신고되어서요. 부모님과 함께 학폭심의실에 앉아 ‘학교폭력 가해 관련 학생(학교폭력 결정을 받기 전까지 가해 학생은 ‘가해 관련 학생’으로 불립니다)’이란 호칭으로 불리는 어린 친구를 보며 가슴이 답답했어요. 제가 “혹시 학교폭력이 뭔 줄 알아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요?”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럼 왜 여기에 온 것 같냐고 하니 “잘 모르겠어요. 그냥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저도 따라 했는데…….”라고 어리둥절해하더라고요. ‘학폭’이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는 나이에 학교에 결석계를 내고, 수업 시간에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 학폭심의실에 온 거죠. 그 친구를 보고 더는 이렇게 어린아이들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학교폭력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아이들과 부모님이 꼭 알아 두어야 할 점이 있을까요?

보통 학교폭력에 피해자로도 가해자로도 연관되지 않았으면 하죠.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혹시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걸까’ 자책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학교폭력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어요. 학교생활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고, 그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학교폭력이 되니까요. 폭력이 일어나면 일단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는 것부터 생각했으면 해요.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하면 부모님은 억장이 무너지죠. 무작정 가해 학생을 찾아가서 혼내는 부모님도 있고, 괜히 나섰다가 유난으로 보일까 쉬쉬하는 부모님도 있어요. 저는 감정에 휩쓸려 즉각 대응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학교폭력 절차에 임하세요. 아이가 당한 피해 사실을 충분히 주장하고 소명한다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으니까요. 

 

책 구성이 독특해요. 이야기가 끝나면 가해 학생의 마음이 나오고, 변호사 선생님의 조언이 덧붙어요. 또 채팅창 일대일 대화, 법률 코너까지 여러 형식이 섞여 있어 흥미롭습니다. 이런 구성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조금 더 가뿐하게 전하고 싶었거든요. 호흡이 짧은 저학년 친구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양한 코너를 넣어 보았습니다. 이야기 형식으로 엮은 건,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예요. 학폭위에 온 학생들에게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받은 적 있어요?” 하고 물으면 다들 받았다고 해요. 그런데도 막상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거죠. 저는 당장 내일 학교에서 이런 일을 겪는다면 이런 방식으로 대응하면 된다는 걸 쉽고 재미있게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피해자일 때보다 가해자일 때 부모로서 더 힘들다고 해요. 내 아이가 가해자일 때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학폭위 과정 중 ‘내 아이가 그랬을 리가 없다’라고 계속 부정하시는 분도 있고,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며 아이 옆에서 죄지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시는 분도 있어요. 나도 몰랐던 내 아이의 모습을 마주하면 심정이 정말 복잡하지요. 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가 다시는 가해 학생이 되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부모로서 당연히 마음이 아프겠지만, 아이가 더 큰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미리 막을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셨으면 해요. 왜 그런 행동이 나쁜지 차근차근 말해주고, 피해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도록 하세요. 이 과정은 아이의 행동 교정에도 긍정적이지만, 학폭위 과정에서 더 나은 판결로 이끄는 데 유리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축하합니다! 엄마가 되고 나니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축하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네요. 한층 더 깊게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아동 멘토링 등의 활동을 해서 아이의 마음과 부모님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니, 제가 이전에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마음이 충분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아기의 세상이 부모뿐이라 제 품에 안겨 제 손을 꼭 잡고만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겠죠. 거기서 기쁜 일도 있겠지만 힘든 일을 겪으며 부딪치기도 할 텐데, 그럴 때 아이가 단단하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겠다는 결심이 서더라고요. 『아홉 살, 단호하게 말해요』는 ‘만일 이 책을 내 아이가 읽는다면?’이라는 가정을 하고 썼는데요, 우리 아이도 나중에 이 책을 읽으며 그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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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단호하게 말해요

<이해은>

출판사 | 리틀에이(Littl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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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