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연희’를 지키는 구선아 작가와 ‘아직독립못한책방(아독방)’의 박훌륭 작가, 두 책방지기가 1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가 한 권의 책에 담겼다. 그들은 책 이야기에 기대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을 전했다.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말하는 것은 숨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오랜 관심사와 최근의 화두와 고유한 가치관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산책자』와 『인생의 베일』과 피츠제럴드와 조르주 페렉 사이를 거닐며 서로의 이야기를 묻고 들었다. 한 명의 독자로서, 한 사람의 부모로서, 그리고 책방지기로서 ‘읽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장마와 장마 사이 주고받은 편지엔 함께 읽는 기쁨,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애정, 책에 관한 고민과 책방 운영의 고단함, 생활의 덜컹거림, 쓰는 사람의 시간이 담겨있습니다.
(『책 읽다 절교할 뻔』 프롤로그 중)
책 추천하면서 괴롭히려고 붙인 이름
두 분은 어떻게 인연을 맺으셨어요?
구선아 : 제가 청탁을 했었어요. 서울시에서 작은 연구 프로젝트 같은 것들을 진행했었는데 그때 독립서점 운영자들 여러 명한테 원고 청탁을 했었고, 그 중 한 명이 박훌륭 작가님이었어요. 직접 뵈었던 건 아니고 이메일로 연락을 드렸어요.
박훌륭 : 그러다가 제가 ‘그럼 한 번 찾아갈게요’ 하고 인사치레로 말씀을 드렸고, 몰래 (책방연희에) 찾아갔죠. 말없이 찾아가서 계산할 때 인사드리면 깜짝 놀라시는데, 그런 반응이 재밌어서 다른 책방들도 자주 그렇게 찾아가거든요. (웃음)
“우리도 그런 거 합시다, 교환편지” 하고 제안하신 건 박훌륭 작가님이셨죠?
박훌륭 : 이전에 책방연희에서 기획한 ‘책방 운영자의 사생활’이라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같이 했었어요. ‘다음으로 뭘 해볼까’ 생각하다가 우리도 편지 같은 형식으로 한번 해보자고 이야기가 됐고,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이번 책의 출간 계획이 있으셨어요?
구선아 : 그건 아니었고, 처음에는 무료로 메일링 서비스를 했어요. 매주 한 편씩 교차로 써서 400여 명에게 보냈어요.
『책 읽다 절교할 뻔』이라는 제목은 어떻게 지으셨나요?
박훌륭 : 예전에 ‘아직독립못한책방’(이하 ‘아독방’)에서 같은 이름의 이벤트를 했었어요. 책방 손님들 중에서 열 분 정도를 모집했는데 그 분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제가 랜덤으로 매칭을 해서 상대에게 책을 선물하도록 했어요. 매칭된 상대의 책 취향을 파악해서 선물할 책을 고르는 거였죠. 그때 이벤트의 이름을 일본 번역서 『책 읽다가 이혼할 뻔』에서 따왔는데, 그 이름이 이번 책의 제목이 됐네요.
구선아 : 뉴스레터는 ‘책 읽다가 절교할 뻔’으로 발행이 됐어요. 책 제목 후보가 여럿 있었는데 그 중에 지금의 제목이 있었고요.
박훌륭 : 원래는 서로 책 추천하면서 괴롭히려고 이런 이름을 붙였는데, (웃음) 하다 보니까 그렇게는 안 됐어요.
구선아 : 서로 타격감이 별로 없었던 것 같기도 해요. (웃음)
‘이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으면 참 좋겠다’라고 생각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구선아 : 책 좋아하고 글을 쓰는 책방 운영자라 하더라도 새로운 일이나 이벤트를 스스럼없이 시작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엄청 고민하고 재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희 둘은 전자인 것 같아요. ‘재미있겠다’라고 생각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같이 하게 된 거죠.
그 점은 확실히 두 분이 닮은 것 같습니다. 책 취향이나 읽기 방식은 어떤가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요?
박훌륭 : 저도 그렇고 구선아 작가님도 육아를 하시니까, 책 읽는 패턴은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자투리 시간에 계속 읽는 거죠. 그런데 관심 있는 키워드가 다르니까 관심 분야가 조금 갈리고요. 아무래도 둘 다 서점을 운영하니까 지금의 트렌드라든지 어떤 작가의 어떤 글이 좋고 또 화제가 되는지, 그런 건 공통 관심사로 알고 있어요.
구선아 : 확실히 그런 점은 있는 것 같아요. 약간 비슷한 정보들을 접하니까, 출판계나 문학계의 큰 흐름을 알고 있다든지, 그런 건 확실히 같겠죠. 그런데 서로 공부한 것이 다르고 일하는 분야가 다르니까 개인적인 관심사는 다르죠.
두 분의 편지가 책 이야기만으로 채워져 있는 건 아니에요. ‘요즘 읽는 책’을 화두로 일상을 이야기한다고 할까요. 그 점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구선아 : 대놓고 책 이야기를 할 거였으면 지금의 리스트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더 자체적으로 검증하고, 좀 더 사람들이 검증했다고 생각하는 책들이 많이 들어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책방지기로서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느끼는 부담감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선아 : 그런 것보다는, 제가 SNS 같은 곳에서 추천하거나 언급한 책들을 다른 사람들이 읽으니까 거기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책방에서 조금 눈에 띄게 큐레이션 해놓은 책이랑 SNS에 제가 읽었다고 올리는 책의 판매율이 더 높으니까요.
다른 사람이 읽을 책을 추천하는 건 진짜 쉬운 일이 아니죠.
구선아 : 책방에 오셔서 ‘제가 읽을 건데, 추천해 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하루에 한 분씩은 있어요. 요즘은 자신이 여행갈 곳과 관련된 책을 추천해달라고도 하시는데, 그럴 때는 진짜 머리가 계속 돌아가요. (웃음) 나를 믿고 그 책을 사서 보시는 거니까, 추천하는 일이 쉽지 않죠.
“책방”과 “서재” 사이
이번 책에서 ‘책방지기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동네책방의 경우에는 책방지기의 정체성이 곧 책방의 정체성이 되잖아요.
구선아 : 맞아요. 거기에 약간 부담스러움이 있기도 하죠. 저는 책방 운영자의 정체성에 따라서 책방이 유지되는 걸 조금 걷어내려고도 해요. 그래서 책방의 SNS 계정도 오피셜하게 운영하려고 하는데, (생각처럼) 그러지는 못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수록 사람들이 좋아하거든요. 예를 들면 ‘나는 이 책을 읽고 너무 좋았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책이 훨씬 관심을 많이 받고 판매도 많이 돼요. 그러니까 완전히 오피셜한 것과 책방 운영자가 드러나는 것 사이에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내 취향으로 꾸린 작은 책방이라지만 모든 걸 내 취향대로만 하면 그건 책방이 아니라 서재라고 생각되거든요”라고 쓰셨죠. 이제는 “책방”과 “서재”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셨나요? 아니면 여전히 흔들리세요?
구선아 : 여전히 흔들리죠.
박훌륭 : 그렇죠. 만약에 책방에 없는 책인데 서너 명이 계속 그 책을 찾는다면 ‘들여놔야 되나?’ 고민이 되죠. (웃음) 몇 번 들여놓은 적도 있고 ‘안 들여놔도 괜찮을 거야’ 생각한 적도 있어요. 반대로 저희가 들여놓은 지 4년 정도 된 책을 골라 가시는 분도 있거든요. 그럴 때 ‘책은 정말 주인이 있구나’ 생각하죠. 백퍼센트 내 취향대로 하지는 않더라도 8대2 정도로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은 해요.
구선아 : 맞아요. ‘이 책은 진짜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안 찾는 책도 있고.
박훌륭 : 새로 나온 책 중에 유명한 책들을 다 들일 수도 없고. 저희 책방에 어울리고 제가 읽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책을 들이는 건데, 아무래도 흔들릴 때는 있죠.
이번 책에서 ‘책방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요. ‘책방연희’는 어떤 분위기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으셨어요?
구선아 : 처음에 서재를 컨셉으로 잡았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저의 취향에 가까운 책들이 더 많았고, 지금은 조금 줄어든 상태예요. 물론 큰 카테고리의 취향은 같지만, 더 전문적이거나 개인 서재에 꽂힐 만한 책들이 그때는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분위기 자체도 개인 서재 같은 느낌을 원했어요. ‘책방연희’가 홍대에 위치해 있고 지하 1층이기도 하고, 그런 여러 가지를 봤을 때 제가 생각하는 ‘책방연희’의 분위기는 노르스름한 조명에 낭만적인 무언가가 있는 거였어요. 정확하게 어떤 분위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 분위기를 몽글몽글한 구름 상태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여담이지만 지금 광화문역 근처에 2호점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곳은 여기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될 것 같아요. 광화문이라는 지역이 갖는 느낌이 홍대와는 다르잖아요. 저는 책방이 위치한 장소에도 영향을 받아서, 그에 따라 분위기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박훌륭 작가님은 “아독방은 독립하고 싶지 않은 공간”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어요. “약국과 책방의 조합이라는 아이덴티티”가 있기 때문이라고요. 지금도 같은 생각이세요?
박훌륭 : 그렇죠. 저는 큰 꿈이 없고요. (웃음) 지금처럼 저희 손님들이랑 소통하면서 책 이야기를 하는 책방으로 유지하고 싶어요. ‘아독방’의 시작도 그랬어요. 책방으로 소개되면서 알려졌다기보다, SNS에서 서로 책 이야기를 계속 하다 보니까 ‘이런 책방이 있대’ 하는 식으로 알려졌거든요. 그래서 그런 컨셉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도 그게 좋아요. 엄청 커지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아독방은) 저에게 재밌는 책들을 소개하는데, 더 커지면 ‘이런 책을 소개한다고?’ 하는 반응이 많아질 것 같고. (웃음) 저희는 SNS에서는 ‘책방연희’랑 다른 게, 약간 친구같이 하는 편이에요. 댓글도 친구처럼 달고 장난도 치고 하는데, 그렇게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책방에 찾아오시는 분들과 ‘단골’ ‘동네친구’ 같은 관계를 유지하시는 것 같고, 그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구선아 : (박훌륭 작가를 바라보며) 손님들이랑 같이 식사도 하시잖아요.
박훌륭 : 그 분들은 대부분 ‘아독방’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저희랑 연이 유지되는 분들이에요. 나이대가 비슷한 분들이고.
구선아 : 저희도 단골 분들이 계신데, 그 분들이 서로 모르는 채 단골이 되신 경우가 많아요. 저는 그 분이 책방에 몇 번 오셨는지 잘 모르는데 얼굴은 낯이 익고, 그 분도 저와 많이 대화를 하지는 않았는데 여러 번 오신 거죠.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서 소통을 좀 하고, 그 다음부터는 인사를 하고, 그런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분들이 꽤 많은데 그걸 다 늦게 알았어요. (책방에) 진짜 많이 오시는 분들은 저희가 하는 모든 클래스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제가 이제 오시지 말라고 할 정도로. 왜냐하면 서울이 아닌 곳에서도 오시니까, 그러면 진짜 오시지 말라고 그러거든요.
박훌륭 : 그런 분들이 진짜 단골이에요. (책방지기가) 책 좀 그만 사라고 하고. (웃음)
구선아 : 책 그만 사라고 하고, 뭐 좀 사오지 말라고 하고. (웃음) 그런 분들이 많지는 않은데, 제가 하는 일을 다 지지해주는 분들이 계세요. 진짜 소수인데, 너무 고마운 분들이죠. 제가 『책만 팔지만 책만 팔지 않습니다』에도 썼는데, 충북에서 진짜 자주 찾아오시는 분이 계세요. 다른 책방에 가셔서 ‘내 인생 책방은 책방연희라고’ 이야기하신대요. (웃음) 제가 다른 손님한테 그 이야기를 듣고 운 적이 있어요. 그런 분들 계시면 진짜 고마운 것 같아요.
책을 어떻게 떠나겠어요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영업 당한 책도 많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책 있으세요?
박훌륭 : 저는 『말을 부수는 말』이요. 키워드 자체도 재밌을 것 같았고요. 구선아 작가님이 그 책을 읽게 된 이유로 말씀하신 문장이 있어요. 책에도 썼는데, 그 문장이 되게 끌려서 읽었었어요.
구선아 : 저는 『인생의 베일』을 읽었어요. 작가와 책 제목은 알았지만, 고전을 무척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어서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만 읽거든요. (이번에) 『인생의 베일』을 읽었고, 책의 맨 처음에 등장하는 『지루함의 심리학』도 박훌륭 작가님이 이야기해서 읽었어요. 서로 편지를 쓰기 전에 만났는데, 그때 『지루함의 심리학』을 읽고 있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러고 나서 그 책을 보았고 책 초반부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이른바 ‘책태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두 분이 비슷했습니다. ‘이 시기를 빠르게 벗어나야 된다’는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아요.
박훌륭 : 아무래도 그런 경험들이 쌓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구선아 : 돌아갈 걸 아니까.
‘나는 왜 책을 떠나지 못할까? 왜 계속 돌아올까?’ 자문해 보셨어요?
박훌륭 : 떠나지 못한다기보다는 안 떠난 상태 같아요. 책을 안 읽고 있더라도 떠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다시 돌아오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읽을 기회가 있으면 또 읽는 것 같아요. 그래서 떠나지 않은 상태죠. 책방에 책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떠나겠어요. (웃음)
구선아 : 이제는 일이 되기도 했으니까 또 다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걸 많이 하고 사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이 되면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되는 일들이 있잖아요. 읽어야 되는 책이나 뭔가가 있죠. 그러니까 이제는 떠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했어요. (웃음) 프롤로그에 썼듯이 “책과 뒤엉켜 사는” 상태인 것 같아요. 풀기엔 너무 많이 뒤엉켜 있어요. (웃음)
좋아하는 일도 일이 돼버리면 애정이 식을 때가 있는데요. ‘이게 나의 일인데, 애정이 식으면 안 돼. 다시 불을 지펴야지’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두 분은 어떠세요?
박훌륭 : 그럴 때 있는데, 저는 그럴 때 이벤트를 해요. 책과 관련된 재미를 좀 더 느껴보고 같이 으쌰으쌰 하려고. 이벤트를 하면서 약간 불타오르면 그 힘으로 다시 가요. ‘아독방’에는 ‘사장님이 기분이 안 좋을 때 이벤트를 한다’는 정설이 있어요. (웃음) 이벤트 공지를 올리거나 굿즈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면 ‘왜 우울해요?’ ‘무슨 일이에요?’ 이렇게 카톡이 와요. (웃음) 보통 그렇게 극복을 하죠.
구선아 : 저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요. 다 백프로 하지 않아서 엄청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책방에도 백프로 올인하지 않고, 글쓰기도 그렇고, 읽는 일도 그렇고, 모든 걸 올인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일들도 오고 가면서 하나에 지치지 않는 것 같아요. 지칠 때 돌파구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전부 다 오래 유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하나의 이유는, 되게 좋거나 부러운 지점이 있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잖아요. 사적인 대화나 공적인 만남일 수도 있고, 제가 북토크를 열었을 수도 있고 참여했을 수도 있고, 그런 날 밤에 저는 쓰거나 읽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날은 늦게 자요. 좋은 영화를 봤을 때도 그렇고요. 그런 일이 있으면 ‘저절로 하는 힘’ 같은 게 생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두 분은 ‘읽는 사람’이자 ‘쓰는 사람’이시죠. 쓰기 위해서 용기를 내실 때도 있나요?
박훌륭 : 진지한 글을 쓸 때 약간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냥 편하게 쓸 때는 제 생각 그대로 쓸 수가 있는데 뭔가 목적이 있는 글이라든지, 어떤 교훈을 위한 글이라든지, 독자들에게 울림을 줘야 되는 글이라든지, 그런 글을 작정하고 써야 될 때 용기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임하는 자세부터도 다르고 부담이 오죠.
구선아 : 이제까지 쓰지 않았던 글인데 쓰고 싶은 글을 쓸 때도 그렇고요. 진짜 잘 쓰고 싶을 때도 그래요. 책이 아니라 한 지면을 받을 때도 진짜 잘 쓰고 싶은 때가 있어요. 어떤 이유에서건. 그럼 너무 힘주어 쓰게 돼요. 그걸 버려야 되는데 잘 안 되고요. 나중에 보면 제 눈에는 너무 잘 쓰고 싶은 게 너무 티가 나는 거예요. 그런 게 좀 창피해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묻어 있으니까. 그 욕심을 버릴 수 있는 용기... 라고 하기에는 너무 거창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쓸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이렇게 책 이야기 실컷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길 것 같은데요. 그런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박훌륭 : 동네책방을 자주 가시면 그런 친구가 한두 명 분명히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책방에 자주 오시는 분들 중에도 서로 몰랐다가 이벤트나 여러 일들을 거치면서 알게 되고 같이 독서모임을 하시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게 소수로 (책 친구를) 찾으려면 동네책방이 제일 편한 것 같아요.
구선아 : 책방 운영자만이 아니라 거기에 오는 다른 독자와의 관계도 생기니까요.
박훌륭 : 책방에 자주 오다 보면 나와 맞는 독자들을 만나기 쉬운 것 같아요.
두 책방에서 준비하고 있는 이벤트라든지, 기획하고 있는 일들이 궁금합니다.
박훌륭 : 이 책이 나온 기념으로 오랜만에 ‘책 읽다 절교할 뻔’ 이벤트를 한 번 할까 해요. 동네책방 서너 군데랑 같이 책방 버전으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 동네책방에 자주 오시는 손님들이 이 동네책방 손님들에게 책을 선물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 부비프라는 동선동에 있는 책방이랑 ‘단골 대항전’을 한 번 했거든요. 단골들이 상대편 책방에 가서 책을 사는 거예요. 첫날에 마침 독서모임이 있다고 해서 저희 책방 손님들이랑 같이 ‘오늘 첫날인데, 우리 선빵하러 갈까?’ 하고 빵을 사서 찾아갔어요. ‘선빵입니다’ 하면서 빵을 드리고 책을 우르르 샀죠. (웃음) 그쪽에서도 서로 모르는 사이인 척 연기하면서 저희 책방에 찾아오셨었어요. (웃음) 그런 식으로 한번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구선아 : 저희는 이 책으로 ‘그믐’에서 모임을 하려고 하는데요. 내가 읽은 책 이야기를 제대로 할 곳이 없으니까, 멤버들한테 마음껏 이야기를 할 수 있게끔 하고 싶어요. 『책 읽다 절교할 뻔』의 번외편처럼. 책 속의 편지처럼 독자 본인이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 구선아
매일 읽고 쓰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쓰는 사람. 대기업 광고대행사에서 9년간 일하다 그만두고 덜컥 ‘책방연희’를 열었다. 작은 책방이 만드는 읽고 쓰고 나누는 경험이 조금은 나은 세상을 만들 거라 믿는다. 지은 책으로 《책만 팔지만 책만 팔지 않습니다》, 《일상 생활자의 작가되는 법》, 《때론 대충 살고 가끔은 완벽하게 살아》, 《퇴근 후, 동네 책방》 등이 있다.
* 박훌륭
약사이자 글 쓰는 사람. 책이 좋아서 일하는 공간에 ‘아직독립못한책방’, 이름하여 ‘아독방’을 열었다. 항상 재미있는 일을 꿈꾸고 실천하려 노력한다. 지은 책으로 《이름들》, 《약국 안 책방》, 《환상의 댄스 배틀》(공저)이 있으며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이런 직업!》을 번역했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조영주
202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