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 손진원X이융희 [웹소설 대담①]
웹소설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소재와 연출을 통해 세련되어지는지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보면서 이야기하는 시선이 필요해요.
글ㆍ사진 김윤주, 이참슬
2023.10.20
작게
크게

사진: 류한경


웹소설 시장이 1조 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사내맞선』 『시맨틱 에러』 『재벌집 막내아들』 등 웹소설을 영상화 작품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었고, 웹툰화, 게임화와 같이 원천 IP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주목받는 콘텐츠 장르이자 시장이 되었죠. 

그럼 웹소설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웹소설을 연구하고 창작하는 이융희, 손진원 작가와 함께 웹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심도 있는 대화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1.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 / 2. 웹소설 이해 심화 편으로 구성했습니다.

이융희는 작가 겸 문화 연구자, 웹소설 PD입니다. 2006년 작가 데뷔 후 지금까지 웹소설을 쓰고 있으며, GT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개발 본부 팀장으로 작품을 영업, 유통하는 일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서브컬처, 장르문화, 대중문화 전반에 관해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기도 합니다.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웹소설 보는 법』 등을 썼습니다. 

손진원 역시 창작과 연구를 함께 합니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 웹소설을 주로 쓰며, 장르 문학, 한국 서브 컬처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르비평팀 텍스트릿에서 활동하며  『글 쓰는 여자는 위험하다』, 『비주류 선언』 등을 공저했습니다. 


웹소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손진원 : PC통신이나 도서 대여점 시절 인터넷 소설과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랫폼의 존재 같아요. 웹소설은 보통 웹소설 플랫폼에서 1화에 5천 자 정도로 분절된 형태로 유료 연재되는 작품을 말하죠. 댓글란을 통해 독자와 소통도 가능하고요. 

연재 형태이다 보니 1화부터 150화, 200화까지 전체 이야기의 기승전결은 있지만, 각 화에도 분절된 형태지만 흐름이 존재해야 해요. 분절된 각 화를 보면서 독자의 구매 여부가 갈리기 때문에 각 화마다 승-전-결-기이거나 소문자 기승전결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웹소설이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워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과 비슷해요. 웹소설 안에 장르들이 있고 설명할 게 너무 많은데 그걸 간단하게 한마디로 해주세요 하니까 곤란하죠. 

특히 여성향 장르는 예외적인 면이 있어요. 로맨스나 BL 장르는 상대적으로 판타지나 무협 같은 남성향 장르보다는 길이가 짧아요. 그래서 전자책 형태로 출판되는 경우가 많고, 연재 길이가 짧다 보니 작품의 절반 이상, 심지어 완결까지 쓴 다음에 연재 형태로 올리는 경우도 있어요. 

- 여성향 : 주로 여성 독자가 보는 웹소설 장르.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BL(Boys Love), GL(Girls Love) 등의 작품.

- 남성향 : 주로 남성 독자가 보는 웹소설 장르. 판타지, 무협, 대체 역사물 등의 작품.


이융희 : 저는 웹소설의 주된 특징은 1) 속도감 2) 독자와의 소통 같아요.

1)    속도감

웹소설을 빨리 만들고, 빨리 읽는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웹소설은 아주 느리게 읽는 소설이에요. 예를 들어, 밀리의 서재의 완독 시간이라는 개념을 참조하면, 책 한 권을 읽을 때 평균 17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해요. 즉 두세 시간 동안 1권 분량을 읽으며 감정과 정보값을 기억했다가 결말에 터뜨릴 수 있도록 한 것이 소설이라는 구조인 거죠. 

웹소설은 이게 불가능해요. 플랫폼이라는 구조 속에서는 5천 자(A4용지 약 4페이지~6페이지 분량)로 쪼개진 각 편을 업데이트를 기다리며 하나씩 볼 수밖에 없어요. 웹소설 25~30편이 책 한 권 수준이라고 할 때, 소설 1권 분량을 한 달에 걸쳐 읽고, 정보량을 매일 쪼개서 기억하는 거예요. 사람이 한 달 동안 기억할 수 있는 정보량은 한계가 있고, 효율을 추구하다보니 특정한 기호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장르 문학과 잘 맞물릴 수밖에 없고요.

2)    독자와의 소통

웹소설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장르인 것은 분명해요. 가장 중요한 사실은 독자가 완성된 구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미완성의 한 편 한 편을 구매할지 말지 매일 확인한다는 거예요. 이번 한 편에서 독자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면 다음 편 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만족감을 줘야만 다음 편으로 넘어갈 수 있어요. 각 편이 미완성으로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는 이야기고, 독자에게 만족감을 평가받기 위해서는 24시간이라는 물리적인 시간이 늘 필요해요. 플랫폼에는 평균 1만 종 이상의 작품이 끊임없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면, 이러한 시장 구조가 웹소설의 서사적인 특징, 형식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죠. 

물론 이 설명은 특정 남성형 판타지 소설에 국한되어 있긴 해요. 종이책부터 시장의 전통이 이어져 온 로맨스 소설, BL 소설 같은 장르는 단행본으로 출간되거나 플랫폼에서 서비스하기도 하죠. 웹소설의 모든 경우를 한 가지로 설명하기는 어려워요. 다만, 경향성은 이러하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죠.


웹소설에 대해 상업적이다, 유치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손진원 :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콘텐츠 생산자 중에 먹고사니즘을 상상하지 않고 콘텐츠를 만드는 분이 있을까요? 만약 ‘상업성’의 반대말이 1990~2000년대에 말한 ‘문학적인 것’이라면, 너무 닫힌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이융희 : 웹소설에 상업적이고 유치한 작품이 있지 않냐고 묻는다면, 맞아요. 하지만 분명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많죠.

웹소설 시장 구조에서 상업적인 것은 기본 전제예요. 애초에 네이버라는 플랫폼이 상업적인 공간을 만들면서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죠. ‘상업적이냐 아니냐’의 질문에서 벗어나, 상업적인 공간 안에서도 웹소설이 다루는 내용이 다양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해요. 모든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상업적이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다큐멘터리도 있고 교양 방송도 있고 사회적 의미를 지닌 콘텐츠도 많지만, 케이블 방송처럼 상업적인 채널도 있죠. 웹소설도 마찬가지로 콘텐츠의 내용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웹소설도 많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대체 역사물 장르를 생각해 볼까요.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서 한국 사회를 부강하게 만들려면 제일 먼저 당시 우리가 왜 약했는지 이유를 찾아야 하죠. 그리고 그걸 수정하는 거예요. 많은 대체 역사물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약점과 실패, 실수와 오명에 대해 끊임없이 수정해요. 그런 작품 가운데 굉장히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는 작품도 꽤 많죠.

웹소설에 대해 보통 ‘유치하다’, ‘이야기가 너무 뻔하고 반복적이다’는 비판을 하죠. 하지만 그건 현재만을 단편적으로 봐서 그런 것 같아요. 저는 웹소설을 트렌드가 아닌 ‘패션’이라고 이야기해요. 패션도 일주일 지나면 비슷한 제품이 유행하고, 유명 브랜드에서 패션쇼를 하고 나면 여러 쇼핑몰에 비슷한 옷이 나오는 것처럼요. 웹소설 시장도 똑같아요. 태생이 장르 문학이기 때문에 비슷한 구조와 소재를 다루면서 그 안에서 참신한 해석과 새로움을 견주면서 집단적인 문화군을 이루죠. 

통시적으로 보면, 웹소설 시장은 3개월만 지나도 달라져요. 6개월만 지나면 옛날 소설 같다고 느낄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변하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 웹소설 플랫폼에 들어가면 다 비슷한 작품밖에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웹소설을 아예 읽지 않는 분들이 그런 분석을 많이 해요. 이제는 웹소설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소재와 연출을 통해 세련되어지는지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보면서 이야기하는 시선이 필요한 거죠. 웹소설에 대해 전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웹소설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매해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융희 : 시장 확대의 가장 큰 요인은 IP 확장 가능성 때문이죠. 웹툰화 시스템도 많이 정착되고 해외로 나가는 유통망도 구축되니 좋은 웹소설이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역설적인 면도 있어요. 웹소설에 지속해서 돈을 쓰는 마니아 독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IP가 확장되면서 외부 독자를 불러들여 시장이 커져 보이는 면도 있거든요. 

사실 웹소설 실질 독자 숫자는 그렇게 크지 않아요. 이번 문화체육관광부 산업 현황 실태 조사에서도 580만 명으로 나왔는데 그 숫자는 모수를 크게 잡은 것 같고, 핵심 독자 지표를 봐야 해요. 독자 500만 명, 아마추어 작가 20만 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구매를 얼마나 하는지, 웹소설 독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건지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예요. 

지금 인기있는 웹소설 『화산귀환』을 보면 웹툰을 본 사람들이 뒤 내용이 궁금해서 원작 웹소설로 넘어오거든요. 근데 그런 독자 중에서 다른 웹소설은 안 보고 『화산귀환』 만 보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이 분들은 웹소설의 독자라기보다는 『화산귀환』 의 독자라고 할 수 있죠. 『재벌집 막내아들』도 방송이 되었을 때 웹소설 판매 수치가 280배 늘었다고 했는데 그것이 다른 작품 구매로 이어졌다면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막상 큰 성장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손진원 : 웹소설의 코어 독자가 대중이라고 하기엔 어렵고, 마니아가 탄탄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게 더 정확한 것 같아요. 웹소설 시장을 말할 때, 영상화, 웹툰화, 게임화를 할 수 있는 원천 IP로서의 웹소설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처음부터 웹소설 시장이 이렇게 형성된 것은 아닐 수도 있어요. 

웹소설이라는 말 자체를 만들고 이게 널리 퍼질 수 있게 만든 것은 2013년도 네이버 포털에서 웹툰 바로 옆에 웹소설 섹션을 만들면서 시작됐는데, 그 이전에도 우리가 웹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인터넷 소설들이 존재했어요. 북큐브, 문피아, 조아라 같은 곳에서 연재가 되고 있었지만 포털과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이런 작품들이 모이는 중요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문학장 전체를 봐도 문단 문학 외에도 장르 문학이 있는 것처럼, 이전에도 장르는 계속 존재했죠. 포털과 플랫폼이 장르들과 여러 서사를 끌어들이고 투자나 자본 유입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융희 : 코어 독자, 즉 소설을 많이 보고 즐기는 독자의 숫자를 추산했을 때, 많아도 200만 명을 안 넘긴다고 보거든요. 적게는 80만 명에서 150만 명 정도인데 그 숫자를 대중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예를 들면 대중이 많이 본 영화를 말할 때 1천만 명을 중요한 지표로 삼잖아요. 제가 강연을 할 때 학생들에게 100만 명 정도 본 판타지 영화를 예로 들면 대부분 잘 몰라요.(웃음) 웹소설 코어 독자가 딱 그 정도거든요. 웹소설을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콘텐츠 학과,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되게 많아요. 2017년부터 대학교에서 웹소설 관련 강의를 했는데, 한국에서 독서를 가장 많이 하는 표본이 있을 국어문학과나 문예창작과에서도 웹소설을 보는 사람은 40명 학생 중 2~3명 정도예요. 많아 봤자 10명 내외고요. 

소수가 열정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해서 이슈가 되는 시장인 거죠. 잠재력이 많다고도 볼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장벽이 두꺼워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이런 패턴이면 장르 안에서 문법들이 되게 강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그 장벽을 깬다면 무한한 확장을 하겠지만, 그걸 깨지 못하면 쇠락 위기를 마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웹소설은 타깃 독자를 어떻게 설정하나요?

이융희 : 여성향과 남성향의 타깃이 많이 다를 거예요. 판타지 쪽은 기본적으로 소재에 따라 타깃이 달라지거든요. 남성향은 어떤 연령대의 환상을 채워줄 수 있을지를 세밀하게 분석해요. 

1)    남성향 

대표적인 남성향 장르가 무협인데, 무협 장르는 독자 연령층을 높게 잡아요. 무협지가 만화방으로 들어오던 때가 1960년대, 홍콩 영화가 만들어지고 이소룡이 유행하던 게 1970년대예요. 1970~80년대에는 무협지 인기가 정말 좋아서 홍콩과 대만의 삼류 작품까지 다 번안했다고 해요. 긴 소설은 초등학교 고학년, 12세부터 15세 사이에 읽을 수 있는데, 그 당시 10대, 20대인 사람은 1940~50년대생이죠. 이분들이 지금도 무협 웹소설 댓글 창에 “내 나이가 70인데 이런 무협은 처음 봤다”고 남기시는 분들이고요. 웹소설이 어린 연령대만 본다는 것도 편견인 거죠.

물론 플랫폼에 따라 20대 독자가 많은 곳도 있어요. 20대는 타 연령층보다 게임이나 타 매체에 익숙한 연령대라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결국 어떤 소재를 어떤 무게로 다룰 것인지, 어떤 공감대를 다룰 것인지에 따라 타깃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죠. 

『재벌집 막내아들』에는 IMF 전으로 회귀해서 판교 분당에 땅을 사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것에 공감할 수 있는 나이는 40대~50대죠. 지금 제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1960년대가 배경이라 박정희 대통령 이야기를 막 하거든요. 댓글을 보면 50대 정도 되는 분들이 “나 때는 이랬는데” 하면서 좋아하세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가이브러쉬 작가의 『갓겜의 제국 1998』을 보면, 한국의 게임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완구와 결합해 최초의 굿즈를 유통하는 내용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바로 “이거 OOO의 일화네요. 제가 그때 영업 담당자였습니다”라는 댓글이 달렸어요. 그 시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당시를 낭만으로 만드는 웹소설로 들어오는 거죠. 


손진원 : 여성향은 약간 달라요. 

2)    여성향

여성향 장르인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BL, GL의 특징은 주인공과 상대 인물 간의 로맨틱한 관계가 주가 된다는 거예요. 사랑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통하기 때문에 확실히 젊은 독자의 유입이 빠른 것 같아요. 가령 웹툰을 재미있게 본 젊은 독자가 있다면 웹툰 독자의 니즈를 맞춰주는 작품들이 웹소설 안에 소규모이긴 하지만 존재하거든요. 그러면 독자가 유입될 수 있어요. 

남성향 장르만큼 연령 차이가 영향이 크지는 않지만, 할리퀸 로맨스 시절인 1990년대, 2000년대부터 쭉 읽어왔던 현대 로맨스의 코어 독자, 1990~2000년대 당시 누적되었던 한국 순정만화의 영향이나, 일본 서브컬처가 유입되었던 상황, 그리고 판타지 독자였으나 여성 주인공의 판타지를 읽고 싶어 하는 이들을 포괄하게 된, 로맨스 판타지 독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죠.



남성향 독자와 여성향 독자가 서로 활발하게 섞이기도 하나요?

손진원 : 남성향 판타지 중에서도 여성 독자의 지지를 받는 『전지적 독자 시점』 『적국의 왕자로 사는 법』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같은 작품들이 있어요. 이 작품들을 보면 남성향 판타지의 문법으로 시작하고 흐르지만, 어느 순간 여성향적으로 관계를 읽는 독자 분들이 생겨요. 가령 『전지적 독자 시점』은 주인공 김독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 유중혁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두 사람의 관계를 여성향의 코드, 관계 지향적이거나 성애적인 코드로 읽어낼 가능성이 있었던 거죠. 공식 설정은 아니지만, 2차 창작이라는 팬덤의 영역에서요.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여성향과 남성향으로 시장이 나뉘고 있고, 모든 플랫폼과 독자, 작가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작품을 생산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비평적으로 논의할 때 이렇게 나뉘는 것이 적합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남성향 작품을 읽는 여성 독자 비율이 좀 되는 편이고, 여성향 작품의 남성 독자 비율은 그보다는 낮지만 존재하거든요.


『전지적 독자 시점』, 『화산귀환』처럼 폭넓게 팬덤이 형성되는 작품에는 특별한 독자 타깃 방식이 있던 걸까요?

이융희 : 새로운 타깃을 만들기 위해 소재나 마케팅 면에서 기획했다기 보다는, 소설의 어떤 부분이 운 좋게 대중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고 봐요. 

『화산귀환』 같은 경우는 웹툰화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나 혼자만 레벨업』이나 『황제의 외동딸』 같은 작품도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는데 디앤씨미디어에서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선행 투자를 해서 빠르게 웹툰화를 했어요. 웹툰이 코미코 1위를 하면서 지금의 시장까지 확대되었고, IP 전환을 통해 대중들이 웹소설로 진입할 수 있었던 거죠. 

한편으로 『화산귀환』 은 장르 바깥의 독자에게 친절한 작품이기도 해요. 다른 소설보다 무협을 처음 본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훨씬 자세히 설명해 줘요. 『화산귀환』 이 100 편쯤 됐을 때 작가가 전개가 너무 느려서 죄송하다고 사과문을 쓴 적이 있어요. 일반 웹소설 독자들은 전개가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무협을 읽지 않은 독자들은 쉽게 배우고 들어갈 수 있었던 거죠. 이렇게 가교 역할을 하는 작품이 몇 개 있는데, 이런 작품들이 계속 이슈가 되는 거죠.


『전지적 독자 시점』 의 인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융희 :  『전지적 독자 시점』 은 작가도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판타지 소설을 읽고 있던 내가 어떤 쓸모가 있는지를 말하기 위해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 콘텐츠를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겠다는 주제를 잡고 쓴 메타적인 소설이에요. 사실 판타지를 읽지 않았던 독자는 이해할 수 없는 소설인데, 2차 창작 판에서 판타지의 역사를 자기들 나름대로 다 읽어버리는 거죠. 제가 개인적으로 SNS에서 설문조사를 해보았더니, SNS에 있는 『전지적 독자 시점』  독자 중 다른 판타지를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이 60%가 넘더라고요. 

 『전지적 독자 시점』 은 다른 소설과 다르게 군상극과 남성 투 톱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게 2차 창작을 하는 팬덤의 입맛에 맞았던 소재였죠. 제가 처음 데이터를 볼 때만 해도 문피아 독자 기준으로 여성 독자의 비율이 21%였는데, 지금은 50%가 넘어요. 외부 독자 유입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면서 수치를 역전시킨 거예요. 

『화산귀환』 도 비슷한 경향이 있어요. 트위터에서 『화산귀환』 을 검색하면 “작품이 너무 인기가 많고, 재미있고, 2차 창작도 범람하는 대우주 극강 메이저니까 봐야겠다, 하지만 내가 무협을 잘 모르니까 로판(로맨스 판타지)으로 이해하겠어”라는 분들이 계세요. 문파는 공작가다, 이런 식으로요. 

2차 창작은 일종의 다시 쓰기예요. 그래서 저는 2차 창작을 통해 특정 성별, 계층, 문화, 직위에 국한된 폐쇄적인 장르 문학이 적극적으로 다시 읽어지면서 작품과 장르가 폭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융희

장르 비평가, 문화 연구자, 작가. 한양대학교 국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2006년 『마왕성 앞 무기점』으로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장르문학을 창작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 창작학과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장르 비평 동인 텍스트릿의 창단 멤버이자 팀장으로 다양한 창작, 연구, 교육 활동에 참여했다.
현재 콘텐츠 제작 기업 지티이엔티 콘텐츠제작본부 소설 파트에서 웹소설 기획, 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웹소설 보는 법』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판타지 #게임 #역사』 『비주류선언』(공저) 『악인의 서사』(공저) 등을 썼다.



*손진원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문학 박사과정 수료. 장르비평팀 텍스트릿, 인문학협동조합 소속 로맨스 웹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르비평과 연구를 주로 해왔다.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서브컬처/웹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1960년대 과학소설 연구」를 썼고, 『글 쓰는 여자는 위험하다』『비주류 선언』, 인터랙티브 픽션 『B사감: The New World』의 공저자이다. TRPG 「안녕이라 하기 전에」 제작에 참여했다.




채널예스의 두 기자가 진행하는 크로스 인터뷰 '진심인 편'은

같은 키워드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는 두 사람을 인터뷰합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두 가지 깊은 관점을 만나 보세요.




웹소설 보는 법
웹소설 보는 법
이융희 저
유유


사내 맞선 1
사내 맞선 1
해화 저
연담
시맨틱 에러 1
시맨틱 에러 1
엔지 그림 | 저수리 원저
blackD(블랙디)
재벌집 막내아들 1
재벌집 막내아들 1
산경 저
테라코타
만화 화산귀환 1
만화 화산귀환 1
STUDIO LICO 글그림 | 비가 원저
에이템포미디어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 01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 01
싱숑 저
비채
나 혼자만 레벨 업 1
나 혼자만 레벨 업 1
추공 저
파피루스(디앤씨미디어)



추천기사




1의 댓글
User Avatar

남기권

2023.10.25

기본 전제부터 제 생각과는 너무 달라서 댓글을 남깁니다. 저도 08년 무렵부터 웹툰을, 그리고 본격적으로 스낵컬처라는 이름으로 묶여서 유통되기 시작한 웹소설의 부흥기(2013~2014) 즈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순문학도 이런 길을 눈여겨보고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죠. 한 문인협회 지부 산하의 스터디 그룹에서 발표의 주제로 활용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교 졸업을 전후로 크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적어도 카카오 쪽과 네이버를 두 축으로 해서 웹소설 여러 작품을 지금까지 쭉 소비해오고 있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연재처의 독자 측면에서의 접근성 개선과 작가 측면에서의 지면 확보가 용이해진 것일 뿐, 실제 그 연재 방식은 신문 및 잡지 연재 시절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습니다. 염상섭의 《삼대》도, 지금은 고전에 심지어 장르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신문에 연재된 소설 중 하나입니다. 흥미를 이끌만한 서사 구조를 매회 가져야 하는 건 동일했다는 이야기지요. 지금보다 한 화마다의 제목을 붙이는 압박에선 덜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엄밀히 말해서 바뀐 것은 없습니다.
소통의 문제를 드셨는데, 우리나라는 앙케트가 일본에 비해서 활성화되지 않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연재처의 주소가 있었기 때문에 아예 없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걸 소설에 언제부터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지요. 소통이 양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의 플랫폼은 현재 '카카오 페이지' 정도인데, 나머지는 솔직히 답글을 지원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쓰지는 않을 겁니다. 심지어는 '카카오 페이지'조차 소설 쪽 콘텐츠에서 작가가 댓글난을 통해 소통에 뛰어드는 경우는 매화에 걸쳐 '냥둘러치기' 작가나 '루모노마노' 작가 같은 일부 작가밖에 없고, 잘해봐야 본인의 작품이 시작하고 끝날 때입니다. 과연 얼마나 달라졌나요.
답글 (1)
0
0
Writer Avatar

김윤주, 이참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