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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황예지, 우리가 함께 끌어안을 장면들

『아릿한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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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했다기 보다는, 소외된 시공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사진을 계속하면서 점점 소외된 사람들, 소외된 시공간, 기록이 필요한 자리에 내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대한 무리와 홀로 대립하는 한 사람. 전파를 타고 쏟아지는 민주화 운동의 이미지를 보던 사진가 황예지는 불현듯 홍콩으로 향했다. 어쩌면 너무 자주 접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는 현장의 이미지들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진가로서, 지금도 계속되는 수많은 현장에 빚진 동시대인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첫 번째 에세이를 통해 가족을 중심으로 관계의 근원을 탐구했던 황예지는 사진가로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는 방법을 고민하며 산문집 『아릿한 포옹』을 엮었다. 몸을 통과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데 능숙한 그는 마주하고 있는 사회를 감각하고 해석해보려 한다. 



그 때의 홍콩, 그 날의 이태원

첫 책을 내셨을 때 ‘내 글이 책으로 나와도 되나’ 의심했다고 하셨는데, 이번 책도 마지막에 “책을 내지 않으려고 얼마나 열심히 도망을 다녔는지 모르겠다”(207쪽)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어떤 과정으로 두 번째 책을 준비하셨는지 궁금해집니다. 

아침달 출판사의 서윤후 편집자님이 제가 굉장히 삶과 겨루면서 산다고 하더라고요. 저를 보면 투쟁이나 저항이 떠오른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책의 콘셉트가 정해졌죠. 첫 번째 책이 가족이랑 겨루는 내용이 담겼다면, 그다음엔 무엇과 겨루고 있나 고민해 보니 사진, 감정, 관계라는 단어가 도출됐어요. 특히 전 사진가인데도 사진에 대한 사유를 책에서 정확히 밝힌 적이 없더라고요. 제가 겪은 사진과 문화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내려고 노력했어요. 

전체 이야기를 열고 닫는 홍콩 민주화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어요. 2019년에 직접 시위 현장을 다녀오셨죠.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큐멘터리 사진가들과 어울렸는데 그분들에게서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수행성 같은 게 보이더라고요. 동료들과 비교하니 저는 우울이라는 우물 안에 갇혀 사진가로서는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SNS를 통해 홍콩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이미지를 많이 접했어요. 경찰이나 군인 무리와 대치하는 단 한 명의 시민, 이런 구도의 이미지는 사진사에 상당히 많은데 동시대의 시각으로 본 건 홍콩 민주화 운동 사진이 처음이었죠. 그곳에 가야만 제가 여태까지 봐온 이미지를 해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로 마주한 현장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보도 사진을 보면 시위 현장 분위기가 아주 무거워 보이는데, <홍콩>(2019) 등의 사진을 보면 현장 아주 깊숙한 곳까지 함께 계셨더라고요.

처음부터 사진을 찍을 각오는 아니었어요. 저는 현장 경험이 없는 사진가였고, 사회 현상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으니까요. 다큐멘터리 사진가 동료들이 정말 많이 도와줬는데 어떤 분은 신문사 프레스 카드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현장에 동행 해주신 분도 있었죠. 특히 동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홍콩 민주화 운동은 당시 저에게는 유일하게 경험한 현장이라 다른 사회적 사건과 엮기 어려웠고, 상황을 입체적으로 감각하지 못했어요. 동료들은 현장 경험이 많고, 실제로 학생 운동을 한 분도 있어서 비슷한 시위,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과 관련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현장의 이해관계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더라고요. 시위 현장을 가면 양쪽이 딱 반으로 갈려져 있는데, 생각보다 중앙에 묘한 공기가 있어요. 그 공기를 해석할 수 있는 대화가 많이 오간 것 같아요.

사람인지라 현장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도 의견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사진가로, 기록자로 참여하면서 객관적인 입장을 지키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촬영을 하면 현장의 일부가 되기보다는 제3의 선에 서 있는 것에 가까워요. 어쩌다 보니 홍콩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는 제가 계속 맨 앞, 위험한 자리에 서게 되었어요. 취재 인력은 형광 조끼를 입고, 프레스 카드를 걸고 있으니 외국인인 걸 아니까 경찰이 조금 조심하는 면이 있거든요. 한 번은 경찰이 한 여자 청소년을 위협하는데 제가 너무 화가 나서 몸으로 막아 버렸어요. 나중에 현장 경험이 많던 동료가 그러면 안 된다고 경고해 주더라고요.

저도 기록자의 태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감정이 우선된 행동이었죠. 저는 역사가 부단히 객관적일 때 좋은 방향으로 흐른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서툴렀고, 감정적인 부침 때문에 아주 피곤했어요. 한 달 반 정도 촬영을 다녀왔는데, 돌아와서도 감기가 잘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현장에서 보낸 날들을 해석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제시하기 어렵더라도 사진가는 아닌 것은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작은 불씨를 남기는 게 사진의 역할인 거죠.

홍콩에 다녀오신 후,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사건에 다가가신 것 같아요. 2020년 세월호 참사 6주기 추모전에 참여하셨고, 지난해 10.29 참사 이후에는 추모 사진 행동 ‘상실 사진’을 주도하셨어요. 

‘상실 사진’을 급하게 기획했던 이유가 있어요. 참사 당시에 이미지가 말 그대로 범람했잖아요. 많은 사람이 현장 이미지를 봤고, 고통이 맴도는데 국가에서는 애도 기간을 만들어 슬픔의 기한을 강압적으로 정해버렸어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애도를 획일화하는 게 맞는 건지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애도는 개인적인 성향이 다분히 드러나는 행위인데 침묵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니까요.

또, 10.29 참사의 특이한 점은 분향소에 영정사진이 없었다는 거예요. 대체 왜 여백에 가까운 분향소가 차려져야 하는지, 이 상황이 정말 통탄스러웠어요. 행동하고 소리 내는 애도의 기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믿고 따르던 다큐멘터리 동료들을 소환했는데, 산업 재해 현장을 찍는 장진영 작가, 밀양 에너지 문제로 밀려나는 사람과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기록하는 박기덕 작가, 포토 라인이 세워진 자리에서 유가족과 참사를 찍는 신선영 기자님 등을 모셨어요. 이분들이 여태까지 해온 작업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서 애도가 함께 흐르기를 바랐죠.


 

10.29 참사는 지금 세대에게 특히 무력감을 준 사건이 아닌가 싶어요. ‘상실 사진’은 그 무력감을 연대의 힘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참사 당일 밤 제 핸드폰이 꺼져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정말 많은 사람에게 연락이 왔더라고요. 누구나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체감한 거죠. 저는 물리적이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그날 그곳에 있었고, 정신적으로 죽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나는 생생하게 살고 있지만 한편에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는 걸 지금 세대는 감각하고 있죠. 이 감각을 기록하지 않으면 ‘안전한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세월호 참사도, 10.29 참사도 희생자가 놀러 가서 죽은 것으로 치부하고 재빨리 정리해 버리는데, 그럴 수 있는 문제가 아니거든요.

10.29 참사는 특히 해결되지 않은 채 재빠르게 잊힌다고 느껴요. 문제의식을 느끼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무력감으로 이어진 연대일 수도 있죠. 제가 본 타임라인보다 더 넓은 타임라인으로 장면을 봐온 어른들이 계시는데, 전 그분들이 기록해 온 힘을 믿어요. 그래서 저도 제 세대에서 할 수 있는 기록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같아요. 어쩌면 저희도 생존자이니까요.

작가님의 사진 작업이 더욱 사회를 향해간다고 해석해도 될까요?

책을 내면서 편집자님께서 제게 ‘몸으로 통과한 이야기만 잘한다’와 ‘아는 체 안 한다’는 소감을 주셨어요. 저는 겪어야 서술이 가능한 사람인 것 같아요. 어린 나이에는 사회가 내게 오고 있다는 감각을 잘 느끼지 못했어요. 첫 책을 내면서 저를 정확하게 마주하고 나니까 사회가 내게 오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어요. 세월호 참사나 10.29 참사 같은 대형 참사가 모든 세대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특히 이미지에 대한 사유를 해야 한다고 봐요. 점점 많은 이미지를 접하고 있으니까요. 사진작가는 이미지를 믿어야 하는데 이미지가 폭력의 주요 요소는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믿음이 자꾸 흔들렸어요. 그래서 제가 느끼는 문제의식을 해결하고자 앞으로도 어떤 현상을 해석하는 일을 계속 해나가고 싶은 것 같아요.


방과 방 사이를 연결하고 싶어요

“까만 방에 있다가도 존재를 드러내어 보이는 것이 사진의 생장이다”(27쪽)라는 말이 황예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문장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까만 암실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던 한 청소년이 자라 자신을 드러내고, 타인을 비추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 같았어요. 

사진을 시작했을 땐 본능이나 감정의 부산물이 작업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 항상 어둠이나 우울함에 반 내어주고 살던 터라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죽은 척하며 사는 시간이 많겠다는 생각에 사진을 시작했어요. 생명력 있게 사는 것이 큰 과제였거든요. 제가 방 안에서 혼자 슬퍼하다 보니 점차 다른 방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많은 친구들, 동료들이 방 안에서 혼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울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저는 그 방과 방이 연결되어 있고, 개인적인 고통을 서로 열람할 수는 없어도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통과 통증으로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걸 느끼면서 방과 방을 연결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죠.

개인적인 소망은 이 연결이 군중으로 확대되면 좋겠어요. 저도 고립감을 느낄 때 누군가 제 방에 방문해 주기를, 손 내밀어 주기를 강하게 원했거든요. 서로 연결되면 구원은 못 해도 안부는 물을 수 있으니까요. 사회적인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 표명을 했다기 보다는, 소외된 시공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사진을 계속하면서 점점 소외된 사람들, 소외된 시공간, 기록이 필요한 자리에 내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로티시즘을 표현하는 일본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를 언급한 부분도 인상적이었어요. 거장을 신랄하게 평가하셨던데요. 

쓰고 나서 참 큰일 났다 싶었어요. 아라키 노부요시는 팬덤과 예찬론자가 많은 사진의 대가거든요. 저는 대가가 아니니까요.(웃음) 그렇지만 오래전부터 아라키 노부요시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저는 제도권 내에서 사진 교육을 받았고, 필터링 없이 그의 사진을 접했거든요.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은 대가의 기능뿐만 아니라 페미니즘과 젠더 정치 등 관점에서 다각도로 봐야 하고, 예민한 교육이 필요해요. 저는 섹슈얼리티를 사진화 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한 방향으로 입력하면 안 되는 주제라고도 생각해요.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때 아라키 노부요시의 피사체였던 모델이 자기 삶이 훼손되었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하고 고발했는데 같은 시기 독일 베를린에서는 엄청나게 크게 전시가 있었어요. 당장 행사가 중단되지는 않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품고 그의 사진을 소비할 수 없을까 생각했죠. 용인해 주던 시대와 다르게, 지금은 더 첨예한 합의를 거쳐 사진이 나와야 해요. 저는 미투 운동 이전으로 사회가 돌아갈 수는 없다고 봐요. 그만큼 소비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여성 사진가로서 강건하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장르와 관계 없이 걸작이라고 평가받은 많은 예술 작품이 시대를 거듭하면서 논쟁점이 다양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검열하거나, 불편함이나 혼돈을 느끼는 분들도 많고요. 

사실 저는 취향이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웃음)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은 윤리적인 태도를 첨예하게 잘 지키지는 않아요. 무해한 작품이 좋은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섹슈얼리티나 페티쉬를 끌어 내리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까만 욕망을 어떻게 수면 위로 올릴 것인지를 논의해야 하는 거죠. 그 과정에서 특정 정체성이 유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태까지는 주로 백인이나 남성이 이야기를 했다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제는 필요한 거죠. 좀 더 시끄러워지기를 바라요.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채로 모든 이야기가 나타난다면 취향이 어떻든 다 함께 축제를 열 수 있지 않을까요.



바라보고 껴안는다는 것은

작가님의 글과 사진은 무언가를 꾸준히 바라보면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관점에서 글과 사진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라본다는 건 제게 당연한 일과 중 하나예요. 주변에서 저한테 카메라처럼 산다는 말을 많이 해요. 일례로 친구들이 제게 고민 상담을 하면 도움도 되지만 짜증 난다고 하더라고요. 그 사람이 흐리게 보고 있던 것에 제가 초점을 맞춰버리는 거죠. 그동안 찍은 필름이 거의 천 롤에 육박할 정도로 사진이라는 행위를 엄청나게 수행한 만큼 카메라와 동기화가 됐을 수도 있어요.

어릴 때 상여 행렬이 길게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사라질 때까지 보는 것, 작아질 때까지 보는 것도 유의미하다는 걸 은연중에 깨달았어요. 감정도 처음에는 커다랗게 다가오지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전체 흐름이 보이면서 옅어지거나 더 선명해지거든요. 좋은 대화와 좋은 시간을 만들고 싶어서 바라보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감정에 져서 타인에게 자기 투사를 하고 이상한 말을 해버려요. 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하는 거죠. 전 그런 경우가 되게 많았는데, 특히 가족에게 그랬어요. 똑바로 살라고. 사실 똑바로 살아야 하는 건 저였는데 말이죠.

너무 깊게 바라보면 감정의 수렁에 빠질 때가 있죠. 자신을 깊게 바라보다 자기 연민에 빠지는 것처럼요.

연민은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공동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힘일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연민이 내게 오는 것과 타자에게 가는 것이 공평하면 좋겠죠. 연민이 나에게만 쏠리면 나밖에 안 남잖아요. 사진을 통해서도 많이 배우는데, 암실에서 작업을 해보면 대비가 강한 사진은 구현이 쉬운데 하이라이트나 명암을 공평하게 중간으로 맞추기는 고단해요. 그래서 저는 중간 계도를 잘 표현한 사진에 찬사를 보내요. 책을 읽을 때도 주인공뿐 아니라 보조 캐릭터들도 모두 살아있는 작품이 좋아요.

이번 책 제목이 ‘아릿한 포옹’이고, 책 속에는 “나는 결국에 껴안는 사람이라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는 삶의 지속성을 보려고 애썼다”(168쪽)는 문장도 있죠. 작가님의 바라봄은 결국엔 무언가를 끌어안기 위한 도약인 걸까요?

제가 그렇게 관대한 사람은 아니에요. 속 좁기로 유명하고 뒤끝도 있어요. 제가 하는 포옹은 제가 본 장면에 대한 포옹인 것 같아요.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까지는 어렵더라도, 제게 도래한 장면은 끌어안겠다는 의지 표명이죠. 제가 본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그 사진을 책임지고 싶으니까요. 첫 번째 책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의 ‘처럼’ 처럼 ‘포옹해 보고 싶다’는 의지죠.

앞으로 황예지의 삶은 무엇을 바라보고, 어디를 향할까요? 

팬데믹 동안 저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주변 관계를 적극적으로 수정해 갔어요. 저를 드러내면서 오해도 많이 풀렸고 세상은 선명해졌고, 관계 맺는 방법도 알게 됐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소외된 것들과 연대하고 싶어요. 그러다 피곤하면 그냥 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요. 젊은 창작자의 가장 고통스러운 고민은 차기작이거든요. 저는 그 생각을 안 하고 살고 싶어요. 웅장한 미술관에 제 작품이 걸리면 당연히 명예롭겠지만 제가 소망하는 꿈은 아닌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수영이요?) 어느 날 제 연인이 파도가 거친 날에 아무렇지 않게 바다에 들어가 수영하고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바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수영하는 연인의 모습을 보면서 순간 모든 감각으로 “나는 저렇게 살고 싶은 거구나”를 느꼈어요. 저는 긴장도가 높은 사람이라 물에서 완벽한 이완을 못 하거든요. 저런 태도로 살아가면 무서울 일이 없겠다. 파도도, 범람도 무섭지 않으니 그냥 수영할 수 있는 삶, 그렇게 살고 싶어요.



*황예지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수집과 기록을 즐기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그들의 습관 덕분에 자연스레 사진을 시작했다. 사진과 에세이,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을 다루며 개인적인 서사를 수집하고 있다. 개인의 감정과 관계, 신체를 통과해 사회를 바라보고자 한다. 사진집 『mixer bowl』과
『절기, season』, 산문집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을 출간하고 개인전 〈마고, mago〉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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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참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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