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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절실한 이유

『고통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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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분명 뭔가 이상한 일이 또 일어날 거예요. 저는 이렇게 소설 소재가 풍부한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죠.


『고통에 관하여』는 부작용과 중독 증상 없이 고통만을 없애주는 신약이 개발된 세상이 배경이다. 이제 고통은 굳이 겪어낼 필요 없이 약 한 알이면 잠재울 수 있는 감각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에서 고통이 사라지자, 인간들은 다시 고통을 갈망하기 시작했다. 고통이 인간을 구원한다고 믿는 종교집단이 나타나 테러를 저지르고 사람들을 고문했다.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희망은 있을까? 소설 속에서 마음껏 나쁜 사람들을 죽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정보라는 이번 소설에서 고통스러운 과거를 복기하면서 자신을 파괴하는 대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살아가”자고, 나를 파괴하는 사람에게 “내 인생에 마음대로 들어와서 마음대로 부술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더 많은 선택지’를 이야기하는 이번 소설은 서늘한 만큼 온기가 담겨 있다. 



굶주림과 고통이란 무엇인가

일전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나와 한창 마감을 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고통에 관하여』 원고가 그 마감의 일환이었나요?

초안은 2019년에 썼어요. 그때는 짧은 중편 정도 분량이었고요. 불분명한 구성 정도만 잡은 상태였다가 팬데믹이 닥치고 진지하게 이 이야기를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질병과 약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가들이 쓴 대중적인 의학 서적과 다큐멘터리가 많아요. 의학 쪽으로는 제가 이야기할 자격도 안 되고 딱히 할 이유도 없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 쪽으로 몰고 가다 보니까 의학, 귀신, 사이비 종교, 다 섞어놓은 이야기가 됐어요.

진통제가 개발되고 고통이 사라진 세상이 배경입니다. 세계 SF 컨벤션 행사에서 들은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야기라고요.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세션이었어요. 넷플릭스에 <헤로인 vs. 히로인>이라는 짧은 다큐가 있는데, 미국에서 가장 가난하면서 마약 문제가 심한 지역 중 하나인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마약 중독 문제와 싸우는 판사, 상담 치료사, 경찰의 이야기예요. 그걸 본 상태에서 다른 지역을 포함해 조금 더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세션에 참여했어요. 그리고 관심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학할 때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마약이 오래된 문제였어요. 처방 약을 오락용으로 사용하는 문제가 심각했었고요. 그래서 중독과 마약 문제가 먼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마약 외에도 고통에 관한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박사 논문 쓰면서 많이 공부해야 했어요.

논문 주제가 무엇이었나요?

유토피아요. 정확히는 ‘빨갱이 유토피아의 멸망’인데… 1920년대에 동유럽 유토피아 소설들이 굉장히 부흥했었거든요. 혁명 직후 러시아 문학에서 유토피아는 사회 전체를 이끄는 절박한 주제였어요. 제국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었는데 이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초미의 관심사였어요. 그래서 1920년대 러시아 유토피아 소설들은 정말 생생해요. 혁명을 보고, 거기에 참여하고, 살아남아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눈앞에 본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서는 이들이 다 죽어요. 그 작가의 결론은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 어쩔 수 없다’였어요. 인간은 모두 다 죽고 유토피아에 적합하지 않은 생물이라는 거죠. 그렇다고 다 포기하자는 얘기는 아니고, 유토피아에 적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어떻게든 뛰어넘어서 더 나은 세상을 지향하자는 이야기였어요.

폴란드 출신 작가 브루노 야셴스키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고 들었어요.

야센스키는 유토피아가 도달한 곳이 아니고 과정이라고 얘기해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유토피아고, 그 과정 중 순간순간의 유토피아를 반복적으로 경험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결론에 도달해 이 상태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 이렇게 되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앞서 말한 작가와 야센스키의 출발점은 같아요.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어요. 사람들이 고통받기 때문에. 굶어 죽고 병들어 죽고 사고를 당했는데 치료받지 못하고 죽는 게 흔한 일이었으니까요. 작가 본인이 겪은 문제이기도 하고요. 박사 논문을 쓰면서 굶주림과 고통이란 무엇인가가 제 주제 중 하나였어요. 고통을 대하는 태도도 논문에 있던 내용을 많이 차용했어요.

많은 주제 중에서도 고통에 집중한 이유가 있을까요?

여자들은 일단 생리통을 겪잖아요. 제가 생리통이 굉장히 심하거든요. 주기적으로 겪으면서 통증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됐어요. 이전 서양의학에서는 고통을 굉장히 기계적이고 남성 중심주의적인 관점에서 봤다면, 현대에 오면서 의학의 관점이 조금 불교적으로 변하더라고요. 사는 건 고통이고 고통이 없는 완벽한 신체 상태는 허상이라는. 60년대나 70년대까지는 만성 통증을 가지고, 혹은 불치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수술해서 통증의 원인 부위를 제거하는 식이었다면, 80년대, 90년대 이후부터는 얼마 남지 않은 귀중한 삶의 순간을 수술로 낭비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질문하기 시작했죠. 통증을 관리하면서 원하는 종류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의료 윤리적이라는 논의가 나오고요. 굉장히 다정한 관점이었어요. 환자가 죽게 도와주겠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석 달 남았다면 남은 기간 칼질하는 것보다 자기 집에서 자기 가족과 고양이와 행복하게 통증을 관리하면서 살다가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이 묘하게 감동적이더라고요. 유토피아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 내용을 박사 논문에는 쓸 수 없었는데요. 고통과 괴로움을 보는 제 관점은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책 말미에는 외계 존재가 등장합니다. 

외계 존재를 그린 이유는, 외계인을 숭배하는 종교가 많아요. 서울국제도서전에 그런 종교 책을 파는 단체가 온 적이 있어요. 외계인이 지구에 오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SF로 분류가 돼서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부스와 가까운 곳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분들은 상상 속에서 외계인이 지구에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재밌게 이야기로 만든 게 아니고 그 외계인이 지구인을 창조해서 우리가 외계인을 신으로 모셔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리고 몇 년 후에 대구 퀴어퍼레이드에 갔는데 그분들이 외계인 인형을 끌고 오시더라고요.

맞아요. 그분들 퀴퍼에 많이 보여요.

외계인이 지구인을 평등하게 창조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평등에 관심이 많아요. 전 세계적으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도 되게 열심히 활동하고 여성 평등 관련해서 목소리도 많이 내요. 거기까지만 보면 좋은 것 같은데 성평등을 외치면서 섹스를 많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 안에서 성범죄가 되게 많이 일어난대요.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외계인을 신이 아닌 걸로 일부러 강조해서 만들었어요. 외계인의 뜻에 따라서 살아야 한다? 그런 게 어디 있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사이비 종교 관련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사이비 종교에 관심이 많았어요. 다미선교회 휴거 사건이 고등학교 때 있었는데, 제 동창의 어머니가 거기에 빠졌던 것 같아요. 집에 놀러 갔을 때 『휴거』라는 책을 주셨거든요. 지금 관점으로 봤을 때는 굉장한 판타지 SF 소설인데, 미래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다 666 낙인을 이마에 찍어야 하고 몸에 칩을 심어서 생각할 때마다 생각한 내용이 정부로 전송되는 내용이었어요. 나중에 예수가 재림하면서 칩을 받지 않고 숨어 사는 사람들만 휴거해요. 지상은 불바다가 되고요. 저는 되게 재밌게 읽었는데, 나중에 다미선교회 소식을 듣자 그분이 거기 있었구나, 동창이 괜찮을지 걱정했던 기억이 나요. 



데모하러 나가는 것도 선택지다

외계 존재는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와요.

괴로움과 고통과 유토피아에 대해 가장 열심히 공부하던 시기에 신체 구조가 다르면 고통을 느끼는 방식이 다른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논의를 봤어요. 어린아이는 고통을 느끼는가, 그 고통을 의식적으로 인지하는가? 당연히 고통을 인식하겠지만, 그게 불편과 고통을 다 합쳐서 느끼는 것이냐 아니면 성인이 하듯이 뜨겁다, 덴 것 같다, 찔렸다 이렇게 명확하게 의식하는 것일까? 옛날에는 극단적으로 갓난아기는 고통을 느끼지 않고 그냥 모든 게 다 불편하니까 악을 쓸 뿐이라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대요. 그래서 아기를 수술할 때 마취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무서운데요. 굉장한 시대였네요.

신생아를 마취했을 때 안전하게 다시 깨어나게 할 만한 기술이 없었으니 그랬을 거예요. 그렇게라도 주장하는 편이 더 생존율이 높으니까, 아이에게 어른한테 쓰는 에테르나 클로로폼 같은, 성인도 많이 쓰면 죽는 종류의 마취약을 사용해서 깨어나는지 안 깨어나는지 보자고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마취 안 하고 빨리 수술하는 편이 그 당시로서는 아이를 살리는 방법이었으니 그랬을 것 같아요. '물고기는 통증을 느끼는가?' 같은 논의도 있는데, 사실 되게 무의미하거든요. 우리가 어류가 아니기 때문에 그게 고통인지 아닌지 어류의 입장에서 느낄 수 없어요. 회 뜨면 아프겠죠. 너무 당연해요. 하지만 그렇게 상상해서 짐작할 수 있을 뿐이지 어류가 느끼는 고통이 어떤 종류의 고통인지는 인간 언어로 표현할 수는 없죠. 외계인 입장에서 봤을 때도 비슷한 것 같아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물리적인 신체를 가지고 3차원의 세계에 물건처럼 존재하면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게 어떤 건지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었다.'(301쪽)는 문장이 있어요. 

『고통받는 몸』이라는 책에서 차용한 개념이에요. 실존주의적인 관점에서 타인의 생각이나 감각을 공유할 수 없는 단절을 가진 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고통을 겪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논의하는 책인데요. 전쟁의 트라우마 등도 그런 실존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어요. 남에게 의도적으로 고통을 가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이 실존적으로 가장 단절을 심화하는 행위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태는 이런 말을 하는데요. ‘너무 많은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었고 이 자리에 오기까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없었다.’ (190쪽) 사회에 대한 말로도 읽히게 되잖아요.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요 주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가 됐든 선택지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2019년도에 제가 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을 받았을 때 처음 들은 말이 선택지가 많아져야 한다는 거였거든요. 얼마 전 교육 플랫폼 이탈에서 김대현 선생님 강의를 들었는데, 그분 박사 논문 주제가 한국 현대사에 기록된 퀴어의 모습이에요. 소외된 사람들의 역사를 모아서 없는 분야를 만들어 나가는 건데, 굉장히 중요한 운동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경멸받거나 숨겨야 하는 사회의 어두운 부분이 아니고 삶의 지향성 중의 하나이고, 이것도 선택지 중 하나인데 이런 취급을 받았다는 걸 기록해서 남기는 것.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술 언어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선택지를 넓혀가는 방안을 할 수 있겠지만, 개개인의 영역에서 선택지를 만들어 내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돈이 없어도 대학원에 갈 수 있고, 돈이 없어도 학술의 언어를 내가 익혀서 내가 학술의 언어로 이걸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그런 선택지도 있어야 하고요. 데모하러 나가는 것도 선택지가 될 수 있어야 해요.



삶은 원래 온몸으로 사는 거죠

태는 타인과의 접촉을 경험하고, 이후 접촉의 부재로 인해 고통을 받아요.

팬데믹 상황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에요. 저는 크게 접촉이 중요하다는 생각은 못 했었는데, 서양 사람들은 만나서 껴안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애통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소목장에 가서 소를 껴안는 서비스도 생겼다고 들었어요. 목장이 야외에 있으니까 비교적 안전하고, 소가 굉장히 크고 따뜻한 초식 동물이라 껴안으면 소의 정서에도 좋고 인간의 정서에도 좋아서 관광 상품으로 코로나 시기에 유행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참고했어요.

서로에게 안정을 주는 현과 경우의 파트너십, 윤과 배우자의 파트너십이 인상적이었어요. 최근 생활동반자법 제정 운동과 동성혼 법제화 운동이 작가님에게 미친 영향일까요?

그것도 그렇지만, 차별금지법이 더 커요. 차별금지법 제정하자고 2017년부터 계속 데모에 나갔고요. 행진하러 나가서 졸업한 학생을 마주쳤는데, 강의 당시에는 몰랐지만 퀴어였어요. 학생들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떻게든 차별금지법 제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업에서는 학과 특성상 고려인이라든가 외국인 학생이 많아요. 한때 고려인 4세대부터는 동포 비자를 주지 않은 제도가 있었어요. 4세대가 아니라 5세대, 6세대 고려인이라도 한국이 싫어서 나간 게 아니라 스탈린에게 강제로 이주당한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한국이 버렸거든요, 쟤네들은 빨갱이라면서. 16세대, 20세대라도 다 고국에 돌아오고 싶다고 하면 돌아오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꼭 동성애자를 위한 법이 아니고 나의 학생들이 미래에 한국에 돌아오고 싶거나, 혹은 외국인 학생이 한국에서 살고 싶을 때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었어요.

파트너십에 대해 조금 더 질문을 드리자면, 서로를 통해 위안받고 고통을 잠재우고, 관계로 인해 안정을 찾는 모습이 많이 보여요.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  대화, 어떻게 보면 연대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런 것에 대한 힘을 믿으시나요?

사실 이 소설을 쓰면서는 안 믿었는데요. 결혼하고 나서는 믿고 있어요. 되게 귀찮은데요. 되게 귀여워요. 안정감이라는 게 그거라면 안정감이겠죠. 고통은 별로 줄어들지 않는데, 행복감이나 안정감이 굉장히 커진 측면이 있어요.

다음 작품은 무엇이 될까요?

단편 하나가 남아 있고, 연말까지 ‘아무튼, 데모’라는 에세이를 쓰고, 내년 말까지 장편을 써야 해요. 아이들의 유토피아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이야기예요. 번역도 첩첩이 쌓여 있어요. 스타니스와프 렘 작품을 번역하고 있는데요. 60, 70년대에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문학을 창작하는 이야기가 벌써 나왔어요. 작품 중에 인공지능이 창작한 문학에 대해 분석하고 비평하는 학문 분야가 나와요. ‘인간은 우주가 무한하다는 사실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 차분하게 받아들이는데 자신이 무한한 무언가를 창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똑같이 차분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문장이 있는데, 그게 ChatGPT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게 굉장히 우아하면서 큰 위안이 돼요. 

경이 ‘던져야 될 질문들을 모두 던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라고 했는데, 작가님도 이제 머무르지 않고 다음 질문으로 갈 타이밍일까요?

세상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세상에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분명 뭔가 이상한 일이 또 일어날 거예요. 저는 이렇게 소설 소재가 풍부한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죠.

장 제목마다 해마체, 변연계, 시상하부 등의 신체 부위 명칭이 나오다 마지막 장은 '삶 : 온몸으로'로 끝나요. 온몸으로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마지막에 나온다는 게 좋았어요.

삶은 원래 온몸으로 사는 거죠.




*정보라

대학에서 러시아와 SF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여 한국에선 아무도 모르는 작가들의 괴상하기 짝이 없는 소설들과 사랑에 빠졌다. 2022년
『저주토끼』로 부커상 최종후보에 선정되었다.




고통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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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의정

uijungchung@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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