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씨, 뭐부터 읽어야 할까요?
6년 만에 열린 하루키의 세계. 긴 분량의 책에 벽을 느꼈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 보자.
글ㆍ사진 김윤주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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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노벨문학상에 이름이 거론되며 신작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는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러나 하루키의 팬들은 그를 알면 알수록 다양한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재즈 바를 운영할 정도로 음악 애호가이자, 위스키 성지순례를 다닐 정도로 술을 사랑한다. 그의 취향만큼이나 다양한 건 번역부터 르포, 유연한 리듬의 에세이를 아우르는 글쓰기다. 분량이 긴 장편소설을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벽으로 느꼈다면, 이 책부터 시작해 보자.


하루키의 글쓰기 비하인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저, 양윤옥 역 | 현대문학

하루키의 소설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이 그가 소설을 쓰는 방식이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20매 분량의 원고를 쓰는 루틴은 수많은 작가들이 참고하는 글쓰기의 모범이 될 정도. 직업인으로서 하루키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더 알고 싶다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어보자. 새로운 문체를 만들기 위해 외국어로 소설을 쓰고 그것을 번역한 일화 등 흥미진진한 비하인드가 가득하다. 


현실을 해부하는 소설가의 시선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억관 역 | 문학동네

하루키는 훌륭한 논픽션 작가이기도 하다. 『언더그라운드』는 1995년 일본에서 옴진리교 지하철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일 년여에 걸쳐 하루키가 직접 피해자와 가해자인 옴진리교 관계자들을 취재한 르포르타주다. 소설가답게 그 사건 당시의 상황과 그로 인해 무너진 일상을 개개인의 관점에서 촘촘히 기록한다. 사회에 자명하게 받아들여지는 선, 악 구도를 다시 생각한 경험은 이후 출간된 『1Q84』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말 오후의 술친구 같은 에세이




무라카미 라디오 에세이 시리즈

무라카미 하루키 저/권남희 역 | 비채 

그런 술친구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동네에서 만나 맥주를 한잔할 수 있는 친구. 하루키의 에세이는 그런 주말 오후의 술친구 같은 매력을 지녔다. 하루키는 에세이 연재 ‘무라카미 하루키 라디오’에서 특유의 위트 있는 입담으로 평범한 일상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바꿔놓는다. 참, 하루키는 음식에도 진심이다. 느긋한 주말, 간단한 안주에 맥주 한 잔을 따라놓고 그가 늘어놓는 음식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겠다. 


43년 만에 열린 하루키의 도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저/홍은주 역 | 문학동네

하루키가 43년간 마음에 품어온 이야기는 어떤 모습일까? 하루키는 서른한 살 무렵 중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문예지에 발표하지만, 이후 어떤 책에도 이 작품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하루키는 “이 작품에는 무언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느꼈고, 코로나19 시기 내내 이 소설에 매달려 장편의 형태로 내놓게 된다. 현실과 상상 속의 도시 두 세계로 나뉜 세계관이나 사라지는 여성 인물 등 하루키의 오랜 모티프가 변주되는 동시에, 소설의 시간 축은 3대를 가로지른다. 팬데믹을 통과해 우리에게 도달한 하루키의 세계. 지금 바로 그 ‘도시’에 입장해 보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저 | 양윤옥 역
현대문학
언더그라운드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저 | 양억관 역
문학동네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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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저 | 권남희 역
비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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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저 | 홍은주 역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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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억관> 역

출판사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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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저/<권남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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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윤옥> 역

출판사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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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저/<홍은주> 역

출판사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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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주

좋은 책, 좋은 사람과 만날 때 가장 즐겁습니다. diotima1016@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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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발표,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선풍과 함께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스푸트니크의 연인』 『댄스 댄스 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먼 북소리』 『이윽고 슬픈 외국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 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는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스페인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2년 고바야시 히데오상, 2014년 독일 벨트문학상, 2016년 덴마크 안데르센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