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여행(안승준 작사·작곡)'은 2021년 싱어송라이터 안승준이 발표한 싱글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가족을 향한 애틋한 사랑과 삶의 순환을 '재밌는 여행'으로 표현한 문학적인 노랫말에 홍나리 작가의 천진한 그림과 담담하고 깊은 시선이 더해져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그림책 『재밌는 여행』로 탄생했다. 이별과 죽음의 풍경을 담은 그림책 『어느 날, 우리는』에 이어 안승준, 홍나리 작가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가족의 탄생과 변화를 독무와 군무를 오가는 춤에 빗대어 그리면서 생의 아름다움과 활달한 기운을 전한다. 한국 대중가요의 노랫말을 온 세대가 즐길 만한 그림책으로 펴내는 <창비 노랫말 그림책> 시리즈 여섯 번째 권이다.
가족 모두가 참여한 그림책이라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간단한 책 소개와 함께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승준 : 『재밌는 여행』는 그림책 작가 홍나리와 싱어송라이터 안승준이 같이 만든 책입니다. 저희는 주로 아이를 키우며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주제에 대해 협업하고 있는데요. 이번 책은 함께이지만 곧 자신만의 길을 찾아 가야 하는 가족 구성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그림을 같이 그리는 과정이 참 즐거웠어요.
『재밌는 여행』은 『어느 날, 우리는』에 이어 두 분이 두 번째로 함께 호흡을 맞춘 작품이에요. 계속 그림책 작업을 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그림책이 두 분께 가지는 의미를 말씀해 주셔도 좋아요.
안승준 : 첫 번째 책을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저희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또 현재의 행복을 이야기할 수 있고 미래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림책은 저희가 미래의 아이들에게 남기는 메시지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함께일 때 한 고민의 흔적을 남겨 놓는 것, 저희에겐 그것이 가장 치열한 예술입니다.
인생을 '재밌는 여행'으로 표현한 노랫말이 경쾌하면서도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노랫말을 집필할 때 영감은 어디서 받으셨나요? 한 가족이 탄생하고 성장해 가는 길목을 춤으로 표현한 이미지 전개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지금과 같은 콘셉트를 구상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안승준 : '재밌는 여행'의 노랫말은 첫째 아이가 자기 전 저에게 한 말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게 되었어요. 아이의 "아빠, 늙지 마"라는 말에 저는 "그래, 그럴게"라고 약속했었고 '영원히 지킬 수 없는 약속'이 있다는 걸 깨달은 슬픔은 막연히 상상하던 우리의 이별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했어요. '나와 아이는 앞으로 얼마나 함께하게 될까?', '우리는 같은 기억을 얼마만큼 공유하게 될까?', '뒤돌아보면 생각보다 같이한 게 없을지도 몰라...' 그래서 저는 매일매일이 우리가 함께하는 여행임을 스스로 각성하고 싶었고 그 이야기를 음악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어떤 고단한 삶 한가운데서 우연히 다시 제 음악을 들었을 때, 그 순간조차도 재밌는 여행의 한 부분임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모험가의 자장가'라는 부제도 붙이게 되었어요. 홍나리 작가는 저의 이러한 생각을 본인의 관점에서 그림으로 풀어내었어요.
홍나리 : 첫 번째 협업 작품에서는 출산과 동시에 생각했던 만남과 헤어짐,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우리는 부모라는 존재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어요. '우리가 고군분투하며 최선을 다해 주는 사랑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우리 아이들이 시간이 많이 지난 이후에도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언제나 따뜻하고 즐거운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여행』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구절 또는 장면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홍나리 : 작품 안에서 가족은 계속 춤을 추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 성장하고, 각자의 여행을 떠나고, 남겨진 부부가 마지막 왈츠를 추기까지 가족은 함께 혹은 각자 춤을 춥니다. 춤을 추는 내내 시선은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아요. 안승준 씨의 곡 My last song의 뮤직비디오가 안승준과 홍나리 둘의 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는데요. 저희는 춤이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작품 속 온 가족이 신나게 춤을 추는 모습은 저희에게 모두 사랑스러운 장면들입니다.
작업하면서 주로 떠올린 인물이 있었나요? 어떤 이들에게 이 그림책을 선물하고 싶은가요?
홍나리 : 가족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복잡하고, 큰 기쁨을 주는 동시에 큰 슬픔도 주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저는 부모의 길을 더 나아가기 전에 잠시 멈추어 가족의 관계에 대해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가족을 생각할 때 때때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재밌는 여행』이 닿았으면 좋겠어요.
현재 온 가족이 뉴질랜드를 여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뉴질랜드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 점들을 잠시 들려주실 수 있나요?
안승준 :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 노랫말을 실제 생활에서 자주 이야기하다 보니 진짜로 재밌는 여행을 떠나 멀리 남반구까지 와 있네요. 가족이라는 게 사실 가장 가까운 사이면서도 모두 성인이 된 어떤 시점에는 가장 어려운 관계가 되기도 하잖아요. 바람만큼 관계가 언제나 좋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한 시절 온 가족이 똘똘 뭉쳐 살아 본 기억을 갖는다면 살면서 조금 덜 외롭지 않을까?, 싶어 시작한 여행입니다. 어른인 저희 둘도 사실 언어라든가, 이런저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좌충우돌하고 있는데요. 그런 엄마 아빠를 응원해 주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저희가 고마운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큰 도시가 아닌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아이들과 산책할 때마다 동네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인사를 많이 받아요. 작은 것에 감사하고 겸손해지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홍나리 : 한국에서는 저의 관심사가 건강한 마음이었는데, 이곳에 와서는 어른스러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웃들이 어린이와 약자에게 보여 주는 태도를 보면서 성숙한 어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해 뉴질랜드행을 선택했는데, 지금은 저희 두 사람이 이곳에서 삶에 꼭 필요하고 귀한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계획 중인 다음 작품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안승준 : 홍나리 작가가 부지런히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을 다듬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이전 작품들과는 다르게 홍나리 작가의 그림책 스토리가 먼저 나오고, 그것에 제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노래를 만들고 있는데요. 아마 올해 안에 각자의 큰 틀은 다 완성될 거로 생각해요. 위의 답변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과거의 나로 돌아가 그동안 회피했던 두려움과 마주하는 작업인 동시에 그 이야기를 미래의 아이들에게 남기는 작업입니다. 여느 때처럼 하루하루 일상에서 작업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 안승준, 홍나리 싱어송라이터 안승준과 그림책작가 홍나리는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그림책으로 발표하고 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인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안승준의 노래 'we will see someday'와 홍나리가 감독한 동명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그리고 그림책 『어느 날, 우리는』으로 발표되었다. 『재밌는 여행』는 '가족'을 주제로 만든 둘의 두 번째 협업 작품이다. 평생에 걸친 든든한 여행 동료지만 결국 각자의 삶을 향해 가야 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 노래 '재밌는 여행'과 애니메이션 <모험가의 자장가>로 발표하였고 마침내 그림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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