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 '셀럽'을 파헤치다
『셀럽시대: 이론·데이터에서 수양·실천까지』 김정섭 교수 인터뷰
문화 예술과 스포츠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심지어 정치 영역에까지 셀럽의 존재감과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요즘, 셀러브리티와 명성 연구의 이정표가 될 『셀럽시대』가 출간되었다. (2023.06.09)
셀럽들은 대부분 중요한 의사 결정권자이거나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다. 이들은 자신의 꿈이나 성공과 결부해 명성을 추구하되, 약도 독도 될 수 있는 명성과 셀럽화의 명암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문화 예술과 스포츠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와 사회, 심지어 정치 영역에까지 셀럽의 존재감과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는 요즘, 셀러브리티와 명성 연구의 이정표가 될 『셀럽시대: 이론·데이터에서 수양·실천까지』가 출간되었다.
제목을 '셀럽시대'로 지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교수님께서 셀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오늘날 셀럽이 대중적 현상이 되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치열한 경쟁이 일상인 현대에는 문화 예술과 스포츠는 물론 정치·경제·사회의 전 영역에서 관심경제가 자연스레 작동해 개인, 기업, 조직이 드러내놓고 주목받지 않고서는 일이 잘되지 않는 시대라는 점입니다. 둘째는 신문·방송·잡지와 마케팅·PR 전문가에 기대지 않고도 누구나 SNS와 같은 신생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충분히 자신을 알려 명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다는 것이죠. 셋째는 사회적으로 민권과 자존감 신장, 직업 간 평준화, 자아 표현 확대 등으로 누구나 소속 단체, 직장, 지역, 직업군에서 보유한 명성의 수준만 다를 뿐 유명인이 아닌 사람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셀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지난 30년간 언론인과 학자로 활동하면서 접한 수많은 명사에서 명성의 명암은 물론 일정한 특성과 패턴을 간파했고, 셀럽의 양산지와 명성의 활용 분야도 엔터테인먼트에서 스포츠, 정치, 경제, 사회로 널리 확산하고 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할리우드를 품고 있어 셀럽 연구가 매우 활발한 미국 등과 달리 한국에서는 관련 연구가 극히 미진해 평소 아쉬움을 갖고 있었던 점도 중요한 관심 계기였습니다.
『셀럽시대: 이론·데이터에서 수양·실천까지』는 셀럽을 학문적으로 연구·분석한 제1부와 셀럽과 셀럽을 희망하는 이에게 코칭해 주는 제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학술적 측면과 실용적 측면을 함께 담아주셨어요.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측면을 함께 다루면서 느끼신 차이점이 있으셨나요?
명성과 셀럽은 사실 누구나 인생에서 접하는 것들이기에 인간의 삶과 매우 친숙합니다. 따라서 학술 세계인 관련 이론과 데이터, 실용 세계인 경험적 소산을 결합해야 이해와 적용이 가능합니다. 저는 책도 그렇게 입체적으로 설계해야 독자들의 답답함과 수고스러움을 덜어드려 행복한 독서를 선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명성학·명사학은 학술적으로 문화, 사회, 심리,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있고, 다양한 관점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동서양 명사 각인이 겪은 수많은 현상, 사례, 경험을 토대로 실시한 연구들이 검증, 비판, 재검증이라는 숙성 과정을 거쳐 체계화된 것이 제1부의 이론과 데이터입니다. 이를 토대로 타인의 선험(先驗), 시대 상황, 개인 특성을 고려해 셀럽과 셀럽 워너비의 행복한 진화를 이끄는 데 유용한 노하우, 깨우침, 모티브 등을 담은 것이 제2부의 내용입니다. 강의와 다른 연구를 함께하면서 작업해야 했던 데다 명성학·명사학의 모든 것을 아우를 생각에서 분석·비판·검증의 눈으로 워낙 방대한 문헌과 자료를 해부해야 했기에 연구와 집필에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각종 현상과 사례는 연구를 거쳐 탄탄한 이론으로, 정립된 이론들은 상황 요인과 어우러져 참신하고 유용한 실천론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관계임을 실감했습니다. 경험과 인식 체계가 각기 다양하므로, 독자들께서 이 책을 보시고 수용하시거나 자극받으실 지점이나 관점이 모두 다를 것입니다.
마케팅 담당자나 셀럽 워너비 등 셀럽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호기심으로 이 책을 접하는 독자들도 많을 것 같아요. 이들에게 이 책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셀럽이 되고 싶은 사람, 셀럽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사람 모두가 명성의 형성, 축적, 확산, 긍정적·부정적 효과와 같은 작동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동서고금을 망라한 수많은 명사의 주옥같은 경험담과 깨달음에 주목한다면 인생 행로를 보다 안정적이면서도 행복하게 이끌 것입니다. 나아가 관련 비즈니스로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습니다. 셀럽 워너비는 사회적 가치와 행복에 방점을 둔 성공한 인생을, 셀럽 마케팅 담당자는 더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관점에서 셀럽을 분석해 고객 심리를 적확하게 꿰뚫는 최적의 마케팅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셀럽은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셀럽은 어떠한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 같아요.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유념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이 책의 처음과 마지막 토픽에 그 답이 있습니다. 인트로가 셀럽과 셀럽 워너비에 대한 안내와 경고라면 아우트로는 책무 인식과 실천을 환기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를 질적으로 한 걸음 더 진전시키고자 하는 것이죠. 셀럽들은 대부분 중요한 의사 결정권자이거나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들입니다. 명성 복용법을 책의 머리말에 언급하고 앞부분에 배치한 이유는 이들이나 후대들이 자신의 꿈 및 성공과 결부해 명성을 추구하되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명성과 셀럽화의 명암을 먼저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우트로는 진솔하고 겸손한 태도로 명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되,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며 삶을 가치 있게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메시지입니다. 이해와 욕망에 경도된 사회보다 절제와 배려가 중시되는 사회가 되도록 보유한 힘을 사용하고 기여하라는 뜻이죠.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의 상당수가 바로 이런 마음가짐이 부족해 사회와 조직의 건강성과 화합을 해치고 있다는 데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지 않습니까?
교수님께서 셀럽을 연구하고 직접 만나보면서 느끼신 바에 따르면 셀럽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저는 셀럽을 많은 의미 있는 일로 자신을 드러내 이름을 가치 있게 알린 아름답고 위대한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층위에 따라 여러 부류가 있지만 치열한 경쟁과 고위험 고수익의 경제 구조가 적잖이 작동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회와 위험의 파도를 넘나들면서 자신의 인지도, 명성, 평판, 이미지, 영향력을 높이며 사회적 페르소나를 구현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실력·진심·신뢰라는 작동 엔진에 따라 겸손하게 처신하면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처럼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승승장구할 수 있지만, 과욕·과장·위선·허세가 작동 엔진이 되면 작두를 타듯 곡예 비행을 즐기다가 낭패를 볼 수 있는 조건부 자아라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셀럽이 보유한 명성의 수명은 이 가운데 어느 쪽에 방점을 둘지에 달려 있습니다.
연구·집필해 이 책을 펴내는 과정에서 교수님께서는 각계각층에 있는 다양한 명사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해 주셨는데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만난 명사들은 저마다 지금의 명성을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그리고 트라우마로까지 남을 만한 뼈저린 실패의 역사가 있었고, 항상 자신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고, 또 감탄했습니다. 이들의 본래 자아는 의외로 매우 소박하고 진솔하고 약했습니다. 어떤 분의 경우 아이처럼 선하고 맑았습니다. 책 22쪽에도 언급되었듯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성공했거나 자존감이 강한 명사들은 의외로 자신이 보유한 명성을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며 초탈한 모습을 견지했습니다. 인터뷰한 모든 분이 자신의 인생 방향, 명성 관리, 스트레스 해소 등에 대해 굉장히 많이 고뇌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리나라 셀럽 세계의 미래를 아주 밝게 보았습니다.
앞으로 펴내고 싶은 책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가요?
예술계·스포츠계 스타를 포함한 각계 명사들은 사실 매일 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공적 활동을 하면서 대중과 미디어의 입체적인 감시와 비판을 받고 있어, 혼자 감당치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큽니다. 주기적으로 근사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도 적지 않습니다.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를 오가는 페르소나 전환도 수월치 않아 개인 생활이 순탄치 않고 불만족, 불쾌감, 두통, 불면증, 우울증을 호소하는 분들도 더러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향후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를 쉽게 오가는 '디 롤링(de-roling : 역할 제거) 기법' 연구에 주력해 이들의 일과 생활을 보다 행복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덩달아 저도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먼저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책으로 선보여야 컨설팅을 할 수 있겠죠. K컬처로 위상이 매우 높아진 배우, 가수 등 예술가들은 물론 다른 분야의 명사나 일반인도 쉽게 활용하도록 잘 구상할 생각입니다.
*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산업예술대학원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로 K컬처, 아티스트, 스타 연구에 집중해 왔다. 2009년에는 2008년 한국기자상을, 2019년에는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을 통해 'K컬처'라는 용어를 학문 영역에 처음 데뷔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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