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펜매뉴얼] 조아란의 하찮음으로 성장하는 법
나는 매일매일 실패한다. 특히나 자기 관리의 차원에서는 더욱더.
글ㆍ사진 조아란(민음사 마케터)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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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매일 실패한다. 특히나 자기 관리의 차원에서는 더욱더. 자주 실패하는 이유는 주로 게으른 완벽주의 성향 때문인데, 예를 들어 요가를 시작하면 '지도자쯤은 되어야지'하고 시작도 하기 전에 마음먹어 버려서 이미 마음은 지도자인데 몸은 (당연히) 초보자이니 그 간극에 빠르게 실망하고 금세 피로해져서 그만두거나 한없이 미뤄버리는 식이다.

일찍 일어나기, 일찍 자기, 정시 출근하기, 16:8 단식하기, 달리기, 인스타그램 포스팅 매일 하기, 책 읽기, 서평 쓰기, 다이어트하기, 마감 미루지 않기, 물 많이 마시기, 책상 정리하기, 가계부 쓰기, 상품 리뷰 남기기, 자기 전에 유튜브 보지 않기 등등. 내가 매일 99%의 실패와 1%의 성공을 오가는 것들의 일각이다.

그래서 나는 겉보기와 달리 자주 우울해지고 자기혐오에 빠지곤 한다. 그러면 또 세간의 유쾌한 이미지는 다 거짓이나 연출이냐고 묻는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많은 경우, 나는 정말로 다른 사람보다 많이 웃고, 어영부영 즐겁게 살기도 한다. 이 두 가지 모습이 모두 나라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일상을 흐르는 열패감에도 불구하고 조금 덜 지치고 자주 즐거운 이유를 알게 됐다.

이유 1 : 나는 자주 웃기거나 우스워지려고 든다. 웃기려 들다 보면 대체적으로 무거운 이야기도 가볍게, 두려운 것도 우습게, 재미없는 것도 (거짓말이라도) 재미있게 말하게 된다. 말에는 힘이 있어서 그러다 보면 정말 재미있었던 것으로 착각해 버리거나, 왜인지 모르지만 웃다 보면 행복해진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뭐든 다시 시작하면 된다. '억텐'이 '찐텐'을 만든다.

이유 2 : 나는 '어쩔 수 없음'을 잘 받아들인다. 이미 실패한 걸 가지고 울고불고하거나 원망하고 후회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일에 매달릴 에너지를 덜 쓰면, 정말로 어쩔 수 있는 것들에 더 집중하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빠르게 어쩔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만으로 문제의 대부분은 해결된다. 실제로 "어쩔 수 없지..."라는 말을 정말 많이 쓴다.

이 방법이 누구에게나 유효하지 않다는 건 안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강철 같은 의지나 집중력, 성실함 같은 덕목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잘하는 것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게 잘 우스워지는 성격이라거나 "어쩔 수 없지..." 하고 금방 수긍해 버리는, 별 쓸모없어 보이는 입버릇일지라도 말이다. 대단함으로 대단하게 되는 방법을 몰라, 오늘도 하찮음을 모으고 모아서 조금 더 대수로워지길 바라며... "나는 왜 이 모양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때마다 기억하자. 결국 이 모양이 나를 구원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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