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동물과 사람이 함께 존중받는 도시
인간 중심의 도시에서 벗어나서 고양이, 새 등 비인간 동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고, 또 존중받을 수 있는 도시를 함께 생각하고 상상해 보는 산책길이에요.
글ㆍ사진 이혜민(크리에이터)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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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 혜민님 가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이혜민 : 그럼요. 가을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걸요. 문제는 일하기가 싫고 자꾸 밖에 나가 놀고 싶다는 정도? 상훈님은 어떠세요?

김상훈 : 저는 룽지와 함께 잘 보내고 있는데요. 최근에 집 안에 반려동물용 CCTV를 설치해 보았어요. 집사의 집착일 수도 있는데 룽지가 혼자 있을 때 어떻게 지내는지가 너무 궁금한 거예요. CCTV 설치하니까 사무실에서도 핸드폰으로 지켜볼 수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관찰하면서 알게 되는 게 많아요. '고양이'라는 동물의 생활과 '일'에 대해서요. 언제 어떻게 먹고 자고 싸는지, 고양이는 무엇을 보고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등이요.

이혜민 : 산책 가이드 상훈님, 오늘 산책할 길은 어떤 길인가요?

김상훈 : 오늘의 산책길은 '동물과 사람이 함께 존중받는 도시'입니다. 인간 중심의 도시에서 벗어나서 고양이, 새 등 비인간 동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고, 또 존중받을 수 있는 도시를 함께 생각하고 상상해 보는 산책길이에요. 오늘도 질문 시간입니다. 혜민님은 최근에 도시에서 어떤 동물들을 보거나 함께하셨나요?

이혜민 : 제가 경기도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데 고양이들이 많아요. 아파트 화단이나 야외 주차장 한 칸씩 차지하고요. 대체로 평온한 느낌이라 오가며 만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간식을 챙겨 주기도 하고요. 

김상훈 : 그러면 그 동물들이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느껴졌나요?

이혜민 : 강원도 양양 숲 속에 사는 고모네 집에는 집냥이와 길냥이가 있는데, 집냥이는 도시에 살다가 귀촌을 해서 아파트 살 때는 밖에 나가본 적이 없었는데 시골에 오니 밖이 궁금했나봐요. 그동안 그 친구의 세상은 집 밖에 없었을텐데, 라고 생각하면 안타깝고요. 그래서 요새 그 친구는 방충망을 뚫고 자꾸 나가려고 하고, 몇 번 나가서 놀다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 구속 없는 길냥이가 더 자유로울까 싶은데, 또 길냥이는 아이가 생기니 보호받고 싶어서 자꾸 들어오려고 했대요. 그걸 보면 누가 더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김상훈 : 그러면 오늘의 지도를 소개할게요. 오늘 역시 편안하고 밝은 지도는 아닙니다. 동물들과 관련한 기사들을 좀 찾아 보았는데요. 우선 반려동물 보유세에 관한 기사들이 많아요. 반려동물을 보유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물림으로써, 반려동물 관련 각종 사건 사고와 유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데요. 농림 축산 식품부가 이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해서 이슈가 되고 찬반 논쟁도 뜨거워지고 했었죠. 그런데 이게 과연 도시에서의 동물의 권리나 생활에 관한 정책이냐 하는 건 잘 모르겠어요. 어디까지나 동물을 보유의 문제로 바라보는 한계가 있죠. 

현행법상 동물의 법적 지위가 '물건'이라는 것도 알고 계신가요? 개별적인 법적 주체로 정해져 있지 않고 물건이기 때문에 동물의 사체는 생활 폐기물 혹은 의료 폐기물로 분류되고 있어요. 그런 상황이니 당연히 학대 문제 역시 방치되기 쉽겠죠. 물론, 동물들의 법적 지위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가 되는 소식이 있긴 해요. 법무부가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민법을 입법 예고했는데 아직 통과된 건 아니에요. 

그런 가운데 여전히 동물 학대 문제는 벌어지고 있죠. 자세하게 언급하기도 싫지만, 잊을 만하면 길고양이들을 학대하거나 잔인하게 죽이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고, 오히려 예전보다도 더욱 혐오하는 정서가 악화되고 특정 계층에 있어서는 아예 만연해지고 수법도 고도화되는 것 같아요. 제가 고양이 얘기를 주로 하긴 했지만 도시에서 사는 동물은 정말 많거든요. 많은 새들이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다는 기사 보신 적도 있을 거예요. 우리의 도시는 동물이 인간만큼 존중받으며 함께 사는 도시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슬프지만 어쨌든 이게 저희의 현재라고 할 수 있죠.

이혜민 : 오늘의 산 책은 어떤 책인가요?



김상훈 : 오늘은 『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이라는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부제는 '방배동 고양이 일가를 쫓다'인데요. 집 근처 동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849일 넘게 그들의 생활과 일을 지켜본 사람의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이혜민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상훈 : '단단'이라는 이름의 저자인데요. 시각 예술가로서 공공 미술 작업을 주로 하는 분이라고 해요. 방배동에서 30년을 살다가 불현듯 집 뒤편 공터에 서식하는 고양이들을 보게 되었고요. 이들에게 밥을 주고 이들을 관찰하면서 기록을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그게 849일이 되고, 동네가 재건축되면서 집을 떠났는데, 여전히 지금까지도 일주일에 세 번씩 7년째 고양이들을 돌보는 분입니다. 단단은 마치 파브르 곤충기의 파브르처럼 상세하게, 또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면서, 그리고 함부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길고양이들에 대한 귀한 기록을 남겼어요. 

이혜민 : 오늘의 산책 주제와는 어떻게 연결되나요? 

김상훈 : 동물과 사람이 함께 존중받는 도시가 오늘의 주제잖아요. 그런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의 일은 무엇이고 그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마음과 존중하는 마음은 연결되어 있잖아요? 이 책이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고요. 그리고 이 책은 관찰을 넘어서 인간 중심적인 도시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하면 동물과 공존하는 도시가 될 수 있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서 우리의 산책길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혜민 :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나요?

김상훈 : 우선 제목부터 볼게요. 사람의 일은 익숙한 말인데 고양이의 일이란 건 뭔가 낯선 느낌이죠?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고양이의 일도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먹이를 구하고,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고, 자식을 갖고, 자식을 돌본다"라고요. 사람처럼 고양이도 오랜 시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수행해 온 활동들이 있고 이게 '일'이라는 거죠. 그런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해 주는 게 이 책의 제목이라 할 수 있고요. 초반에 단단님이 이 책을 쓴 의도가 될 만한 부분이 나오는데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관찰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대요.

"인간이라는 말의 의미가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사람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닌데, 사람의 일, 사람의 관계, 사람의 사이만을 뜻하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사람 옆에 고양이만 있어도 해야 하는 일이 제법 달라지는데 말이다. '살다'라는 동사에서 출발했다는 '사람'이란 단어는 또 어떤가. 살아있는 존재가 사람만이 아닌데, 세상 모든 생명체는 다 살아있는데 어쩌다 '사람'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을까. 나는 이 단어를 확장해보고 싶었다. 사람은 살아있는 것들 '사이'에 있는 존재라고. 인간과 비인간 동물 사이를 가르는 구획선이 아니라 그 사이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을 궁리하는 존재라고 말이다."

우리 인간들,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종만을 기준으로 세상을 생각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문장이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나 관찰기라는 점이에요. 제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고양이의 일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대목들이 너무나 흥미로웠어요. 고양이들이 자기 가족을 돌보고, 함께 놀고, 엄마는 떠나기도 하고, 또 어린 아이들이 자라서 짝을 만나고 임신을 하고, 또 다시 떠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인간의 기준으로는 너무 허망하게 죽어버리는 순간도 있고 등등이요. 이것을 단단님은 자신의 방과 그 바깥 공터 사이에서 계속 관찰하고 적은 거예요. 그러면서 다양한 위기를 맞이하기도 해요. 고양이들이 머무는 공터에 텃밭을 가꾼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내쫓고 단단님에게 욕을 하며 위협하는 이웃들 같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고양이들 사이의 다툼이나 위협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저는 단단님이 관찰기를 적으며 하는 고민과 태도가 흥미로웠어요. 단순히 고양이들이 이렇게 했다, 저렇게 했다가 아니라 자신의 해석과 상상을 덧붙이면서 이야기를 입체적이고 살아있게 만드는데, 하지만 자신의 이런 의인화하는 태도, 인간 중심적인 해석을 계속해서 다시 점검하고 반성하고 경계해요. 또한, 자신이 밥을 주는 것을 넘어서 가끔 고양이들 간의 다툼의 현장에 나타나거나 위험에서 구출하기도 하며 개입하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이 개입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를 계속 돌아보며 고민해요. 이러한 경계의 태도가 저는 되게 좋다고 느꼈어요. 초반에도 말했지만 이 관찰기는 결국 인간 중심의 도시에서 어떻게 다른 종, 다른 비인간 동물과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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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일, 고양이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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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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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크리에이터)

밀레니얼 인터뷰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운영하며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등을 썼다. 나다운 삶의 선택지를 탐구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