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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장편 소설 『재수사』 쓰고 자신감 생겼습니다 (G. 장강명 작가)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295회) 『재수사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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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현실이 아니라 픽션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는, 6년 만에 장편 소설 『재수사』를 출간하신 장강명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2022.09.29)


도스토옙스키는 그런 미래를 감지했다. 그래서 서유럽의 자유사상에 물든 러시아 청년들에게 물었다. 너희들 말대로라면, 신이 없고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라면, 그렇다면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나? 규범이 없는 삶을 살게 되지 않나? 내 안의 스타브로긴은 도스토옙스키와 니체 사이에서, 카뮈나 사르트르와는 다른 길을 모색한다. 내 안의 스타브로긴은 내게 그들보다 유리한 점이 한 가지 있다고 본다. 그들과 달리 나는 살인자다. 나는 선 바깥에 있다.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장강명 작가님의 장편 소설 『재수사』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이번 작품이 남달리 각별하다고 말씀하시는 장강명 작가님은 『재수사』를 쓸 때 두 가지 목표가 있었다고 해요. 첫째는 현실적인 경찰 소설을 쓰는 것, 둘째는 2022년 한국 사회의 풍경을 담고 그 기원을 쫓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각각 400쪽에 달하는 두 권짜리 장편 소설을 완성하셨는데요.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저는 『재수사』가 작가님의 목표를 정확히 달성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6년 만의 장편 소설 『재수사』를 펴내신 장강명 작가님을 모시고 소설 『재수사』 안팎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나눠보겠습니다.



<인터뷰 - 장강명 편>

오은 : 오랜만인 것 같은 동시에 자주인 것도 같은 출연자 분이시죠. <오은의 옹기종기>가 아주 사랑하는 작가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소설로는 처음 출연하신 거예요. 

장강명 : 그런가요? 저도 이곳이 친숙해요. 오늘은 스튜디오 밖에서 기다리는데 지난번 『책 한번 써봅시다』로 출연했을 때 생각이 나서 기분이 이상했어요. 그때는 코로나19로 여기가 무슨 유령 건물처럼 썰렁할 때였거든요. 녹음도 투명 마스크를 쓰고 했었는데요.(웃음) 세상이 바뀌긴 바뀌네요. 비록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이 훨씬 더 좋아요. 

오은 : 지난 7월, 지식 공동체 '그믐'이라는 곳이 문을 열었어요. 홈페이지를 보니까 '이런 시대에도 꿋꿋하게 책을 읽는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새벽녘이 되어야만 겨우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달, 그믐처럼요'라는 소개글이 있더라고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으신 건지 궁금했습니다.

장강명 : '그믐'에 제가 한 발 걸치고는 있는데요. 사실 저는 큰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아서요. 이 질문에 답해주실 수 있는 분을 모셔왔습니다. 

김혜정 : 안녕하세요, 독서 플랫폼 '그믐'을 운영하고 있는 김혜정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그믐'은 책을 읽은 다음 그 감상을 나누길 원하시는 분들이 모여서 독서 모임을 하는 공간이에요. 이 안에서 책을 읽은 후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오은 : '그믐'을 연 뒤 여러 행사도 하시고, 독서 모임도 꾸리셨을 텐데요.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김혜정 : 처음에 ‘그믐’을 만들고, 우리가 요청하거나 부탁드린 분 외에 정말로 우리와 아무 상관없는 타인이 독서 모임을 열어준다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언제가 될까, 그날이 내 생일이다(웃음), 그랬거든요. 까마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거죠. 근데 사이트 테스트를 하던 중에, 그러니까 오픈 일주일이 안 되었을 때 전혀 모르는 낯선 분이 그냥 독서 모임을 여셨어요. 처음에는 친구나 지인인 줄 알고 주변에 물었는데 아무도 아니었고요. 지금까지도 미스터리예요. 심지어 사이트 주소를 아무도 몰랐을 때거든요. 이런 곳에 홀연히 나타나서 독서 모임을 열어주신, 저한테는 정말 요정 같은 분이신데 아직도 그분의 정체가 누군지는 알 수 없어요. 

오은 : 김혜정 대표님은 장강명 작가님의 『재수사』를 먼저 읽어볼 기회가 있었을 텐데요. 어떠셨어요? 이 책으로 독서 모임을 할 만하다, 확신이 생기셨나요? 

김혜정 : 작가의 아내로서 좋은 점은 첫 번째 독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웃음) 『재수사』 역시 제일 처음으로, 출간되기 이전 상태의 글을 읽었는데요. 저도 신촌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추억과 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서 즐겁게 읽었어요. 철학적인 측면이나 인간의 심연을 다루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어렵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상업적으로 가려면 이 부분을 들어내야 되지 않을지 조금 조언을 하기도 했는데요. 역시 꿋꿋하게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고(웃음) 쓰시더라고요. 옆에서 보면서 많이 응원했습니다.

오은 : 지금까지 '그믐'의 김혜정 대표님과 짧은 인터뷰였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작가님께서 직접 『재수사』가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시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책이죠?

장강명 : 두 권짜리 장편 소설로, 최신 출판 트렌드와 역행하는 책이죠.(웃음) 장르는 범죄 소설이기도 하고, 약간 사변 소설이기도 해요. 기본적으로는 범인 찾기의 즐거움도 주고 싶었고요. 총 100개의 챕터로 돼 있는데요. 홀수 챕터에 범인의 독백이 나오고, 짝수 챕터에서 경찰의 수사 과정이 나오는 구성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22년 전, 신촌에서 벌어진 한 살인 사건을 22년 만에 서울 경찰청의 강력팀 형사들이 재수사 하면서 끝내 범인을 잡게 되는 내용이에요. 

오은 : 『재수사』는 200자 원고지로 무려 3,000매가 넘는 분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작가님 스스로 "분수령이 될 작품"이라고 일컬으셨는데요. 출간 후에 어떤 느낌이셨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장강명 : 민망한 얘기인데요. 진짜로 이 소설을 쓰기 전과 후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쓰는 도중에는 이 원고가 언제 끝나는 건지, 속상했던 적이 몇 번 있었어요. 아무리 써도 끝이 안 나는 것 같고, 쓰다 보니까 이 소설이 재미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하려던 얘기가 다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는 순간이 온 거죠. 그런데 끝나고 나니까 딱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이런 거 또 쓸 수 있다, 이제는 더 빠르게 쉽게 쓸 수 있다, 이 정도 스케일과 이 정도 깊이의 소설을 계속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스로에 대해서 좀 자신감이 생기는 기분이었고요. 지금부터는 진짜로 더 묵직한 소설, 『재수사』보다 더 파고 들어가는 소설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은 : '불꽂문' 코너로 가져온 문장입니다. 작가님이 쓰신 칼럼에 이런 문장이 있었어요. '악마만 디테일에 있으랴. 모든 게 디테일에 있다. 그러므로 디테일을 알아야 한다. 디테일은 넓고 많고 다채롭고 일견 무질서해 보이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노력도 많이 든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디테일을 조사하고 이해하는 노력을 우리는 공부라고 부른다.' 『재수사』를 읽으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디테일이었어요.

장강명 :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하면 저한테는 굉장히 칭찬이에요. 거기에 공을 많이 드렸기 때문에 그런데요. 『재수사』를 쓰려고 취재를 많이 했어요.

오은 : 이제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책읽아웃> 청취자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을 소개해 주세요.

장강명 : 사실 늘 추천하는 책 리스트가 있고요. 상위 다섯 권의 목록은 이곳저곳에서 소개를 하기도 했거든요. 오늘은 여섯 번째 책을 가지고 왔어요.(웃음) 영국 철학자 존 메설리의 『인생의 모든 의미』입니다. 저는 이 책 처음 읽고 굉장히 위안을 받았어요. 지금도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기도 해요. 철학 개론서인데요.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쓰였어요. 보통은 철학을 시대 순으로 소개하잖아요. 소피스트,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식으로 소개하는 방식인데요. 이 책은 시대와 전혀 상관없이 편집이 되어 있습니다. 

오직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맞춰서 여러 철학 사조를 설명하거든요. 인생에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철학, 인생에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철학, 인생의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철학 등을 각 챕터에서 소개하는 거죠. 그러니까 순서가 이상해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 다음 실존주의가 오는 식인 거예요. 인생의 의미가 없지만 그것은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상에 까뮈가 들어갈 수 있고요. 인생의 의미가 없고 그것은 나쁘다는 주장에 쇼펜하우어가 들어갈 수 있고요. 이 책이 참 좋은 게 굉장히 지적인 책인데 읽기 어렵지 않습니다. 에세이처럼 잘 읽혀요. 추천의 말씀을 하나만 더 드리면 심지어 결론도 있어요. 인생 어떻게 살아야 될지에 대한 결론이 있는데 꽤 괜찮고 설득력이 있습니다.



*장강명

연세대 공대 졸업 뒤 건설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이달의기자상, 관훈언론상, 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 대상 등을 받았다. 장편 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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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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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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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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