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후 우울증인 것 같아요』는 심리 상담가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산후 우울증의 이해를 돕고 치료 방안, 심리적 측면에서의 분석까지 전하는 책이다. 저자의 산후 우울증 전개와 증상, 당시 감정의 기록으로 공감을 이끌고, 치료기와 함께 해보는 기록란으로 실질적인 치유 방향을 제시한다. 1장에서는 예상과는 달랐던 출산, 육아로 산후 우울을 맞닥뜨리게 된 생생한 장면과 감정을 그린다.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산후 우울증이 심화하는 과정과 치료의 시작을 담았다. 3장에서는 일상에서 산후 우울 증상이 찾아오는 상황들을 통해, 환자 스스로의 감정을 마주하는 법은 물론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의 역할도 강조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산후 우울증을 심리적, 사회 문화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엄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주의를 기울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말한다.
간단히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10년 차 심리 상담사입니다. 정식 자격명은 한국상담학회 전문 상담사이고요. 『저 산후 우울증인 것 같아요』의 저자입니다.
'좋은 엄마를 꿈꾸던 어느 심리 상담사의 산후 우울 극복기'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옵니다. 엄마가 되시기 전, 막연하게 그리시던 모습이 있으셨을까요?
아이의 돌 정도까지는 완전한 모유 수유, 36개월 가정 보육에, 아이와 함께 있는 내내 다정하고 온화한 미소를 띠며 아이를 대하는 엄마를 상상했습니다. 아이가 울어도 당황하지 않고, 그 울음에 담긴 의미를 섬세하게 알아차리고, 능숙하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며 아이를 안은 채로 남편과 웃고 있는 그런 아름다운 장면이요. 그러나 현실은 아이보다 더 자주 우는 엄마, 작은 것 하나에도 당황하고 쩔쩔매는 엄마가 되었어요.
산후 우울을 겪는 과정 안에서 가장 힘드셨던 부분은 어떤 부분이셨나요?
우선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그 눈물 자체, 그리고 푹푹 땅속으로 꺼지는 것 같던 우울감이었습니다. 무기력하고, 주변과 단절되고, 끊임없이 저를 채우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자책을 반복했습니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 죄책감, 불안함, 외로움 등의 모든 감정이 한 번에 하나씩 혹은 어쩌다 가끔이 아니고 너무 자주 한꺼번에 몰아치니 그게 참 견디기에 힘들었어요. 남편은 당시 일터에서 가장 바쁜 팀에 속해 무척 늦게 오곤 했는데, 매일 저녁 외롭고 슬펐습니다.
또 힘들었던 건, 주변에 이러한 제 우울감에 대해 터놓고 서로 공감하며 지낼 만한 누군가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슷한 시기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똑같지는 않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비슷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드러내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육아라는 당면 과제에 집중해야 하므로 서로 이야기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저 혼자만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외롭고 스스로가 못나 보였습니다.
본문 중 '함께 해봐요' 페이지가 이 책의 차별점이자, 책의 내용을 넘어 독자분들에게 직접 전할 수 있는 위로의 형태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도 집필하시면서 대답을 작성해보셨나요?
집필하면서가 아니라 집필하기 이전에 이런 생각들을 하며 제 '산후 우울'이라는 경험을 정리하고 이해했기에 독자분들도 한 번쯤 같이 정리해 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해당 페이지들을 넣었습니다. 책의 차별점이자 직접 전할 수 있는 위로의 형태 중 하나라는 말씀이 참 반갑네요.
책의 마지막 파트에서는 산후 우울에서 한 발짝 걸어 나와, 그 현상을 바라본 것에 대하여 서술하셨습니다. 특히, '애도'라는 단어에 대한 내용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작가님이 보시는 애도의 가장 큰 필요성을 무엇일까요?
애도는 지나간 것들에 대해 그것들이 지나갔음을 인정하고, 그에 따르는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고 다뤄나가는 작업입니다. 거기에 그 상실에 대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고 새롭게 삶에 적응하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애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다음 중 하나를 의미할 것입니다. 잃은 것을 인정하지 못했거나, 그에 따른 감정을 느끼지 못했거나, 그 상실의 의미를 찾지 못했거나, 그 이후의 삶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지나간 것에 대해 슬픔이건, 화건, 그리움이건, 당혹스러움이건 충분히 느끼고 이야기하는 작업이 오히려 새로운 삶에 집중하게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실제로 그러합니다. 어떤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것도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프고 어려울 수 있지만, 상실이 내 삶에 준 새로운 의미를 찾고, 현재에 집중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기에 애도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으실까요?
지금 당장은 갓 출간한 책의 홍보 활동이나 북토크, 강의 등 부수적으로 이어지는 일에 집중하려 합니다. 본업인 상담과 그에 따르는 각종 업무에는 꾸준히 임하고 있다 보니, 책 홍보만으로도 바쁘네요.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이 책 한 권 가지고도 이야기 나누고 작업하는 방법과 방향이 무궁무진하다고 여겼습니다. 다양한 대상과 주제, 활동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 블로그에 산후 우울증 관련 연재 글을 적고 있기도 하고, 관련한 일을 진행하는 기관이나 부처에 제 책을 소개하는 일도 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지역의 가족센터 등에 전달하고 홍보하기도 했고요. 책으로 내는 것이 끝이 아니라 책을 쓰며 도움을 드리고 싶었던 분들께 실제로 직접 가닿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어느 정도 책의 인지도가 상승하면 이후에 새로운 계획이 생길 것 같습니다.
『저 산후 우울증인 것 같아요』는 산후 우울을 경험했거나 혹은 그런 사람을 곁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 주요 독자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육아라는 일을 해내기에만도 벅찬데 내 감정은 처지거나 요동치고, 온전히 이해받기 이전에 그것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이야기 나눌 시간도 부족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렇지 않아도 힘든 자신을 자책까지 하고 있을지 모르지요. 그러나 아이를 키우며 우울한 마음과 아이에 대한 사랑은 별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를 사랑할수록, 책임감이 강할수록 그 무게감이 엄마란 존재를 무겁게 누른다는 것을요. 그러니 우울한 엄마라고 부끄러워하거나 자책하거나, 아이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두려워하지도 마세요. 제 산후 우울과 함께 한, 책 속 주인공이기도 한 제 첫 아이는 지금 무척 영특하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답니다. 모유 수유를 100일 만에 끊었어도, 우는 엄마와 함께였어도요.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축축한 나날은 끝이 났어요. 흘러간 시간이 자주 그렇듯, 이제는 그립기까지 한 초기 육아 시절입니다. 지금 누릴 수 있는 축복을 찾아보시기를 바라요.
그리고 곁에 계신 분들은 이 책을 읽고 같이 공감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거예요. ‘엄마라면 ~해야지’, ‘엄마니까 ~해야지’ 등 엄마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이야기보다 ‘많이 힘들지? 충분히 힘들 수 있어. 충분히 힘들만한 일이야. 정말 애쓴다. 고마워’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양정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심리 상담사이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며 홍보 회사, 어학원 등에서 일하다가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의 말 들어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상담심리를 공부했다. 수련 과정을 거쳐 한국상담학회 공인 전문상담사 자격을 취득했고, 사설 상담센터, 대학교 학생상담센터, 공공기관과 기업을 상대로 한 상담 등을 진행하며 유아, 아동·청소년, 성인까지 넓은 범위의 내담자들에게 지지와 성장, 치유의 시간을 제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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