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허은주 "동물들은 병원에 스스로 올 수 없잖아요"
깊이 슬퍼하면 제가 어떤 다른 국면으로 이동하는 것을 느껴요. 슬픔의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죠.
글ㆍ사진 신연선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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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에서 수의사로. 이 삶의 전환은 번아웃에서 비롯됐다. “더 이상 사람과 말하기 싫다는 어떤 시절의 피로감”(4쪽)이 닥쳐왔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수의학과에 들어간 허은주는 그러나 지금도 매일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일한다. 동물들은 스스로 병원에 올 수도, 자신의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허은주 수의사의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는 동물병원의 복잡한 풍경과 이별, 죽음 앞에서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또한, 펫산업에서 비롯한 문제들과 동물들이 처한 취약한 위치를 꼼꼼하게 짚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슬퍼하고, 분노하면서도 놀랍게도 그 안에서 “살아갈 힘을 느낀다”는 허은주 수의사는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슬픔이 주는 힘

많은 슬픔과 죽음이 담긴 책이에요. 때문에 아무래도 이 질문을 가장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슬픔을 품고 지내는 것이 고된 일일 텐데, 이 슬픔을 어떻게 관리하고 계세요? 

저도 책을 쓰면서 슬픔이 뭘까,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슬픈 순간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항상 슬픈 일들에 둘러싸여 있고요. 앞으로 슬퍼질 가능성도 항상 있는 공간에서 지내죠. 병원에는 나이 많은 동물들도 많이 오니까요. 그런데요, 슬픔이 주는 힘을 많이 느껴요. 슬프다는 게 꼭 나쁜 건 아니거든요. 우선 슬픈 감정이 올라오면 저를 더 깊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되고요. 만났던 동물도 조금 더 깊이 느끼게 돼요. 

또, 아름다웠던 시간을 생각하면서 더 슬퍼지는 것이잖아요. 때문에 슬픔이라는 감정은 행복, 아름다움과도 연결돼요.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과 슬프다고 느끼는 순간이 연결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슬픈 일이 많지만, 그만큼 제가 아름다움을 많이 본다는 의미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어요. 나아가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도 갖게 됐고요.

“슬픔과 함께 산다고 불행한 건 아니야. 슬픔을 살아내면서도 행복할 수 있어.”(81쪽)라는 문장도 쓰셨죠. 

깊이 슬퍼하면 제가 어떤 다른 국면으로 이동하는 것을 느껴요. 슬픔의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죠. 그것은 마치 다른 세계를 엿보고 온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감정을 느끼고 나니까, 슬픈 마음이 올라올 때 불안해하지 말고 깊이 거기에 빠져 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책을 보면 동물병원의 곤란한 위치를 생각하게 돼요. 보호자가 너무나 큰 권력을 갖고 있어서 적절하게 동물을 치료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꽤 많더라고요. 그것도 참 슬펐어요. 

동물들은 병원에 스스로 올 수 없죠. 항상 사람 손에 이끌려서 올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저도 보호자를 섬세하게 살피게 돼요. 이분이 어떤 성향일까, 어느 정도나 치료를 할까, 이렇게 말씀드리면 여기까지 하실까, 하는 식으로 관상 보듯 많이 살피죠. 보호자가 결정을 해야 치료를 이어갈 수 있잖아요. 만약 제가 보호자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하면 아픈 친구를 치료하지 않고 그냥 데려가실 수도 있거든요. 어렵죠. 

게다가 보호자의 스펙트럼도 너무 넓거든요. 조금만 신경 써서, 한 일주일 치료하면 부쩍 좋아질 것 같은데도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에”라면서 그냥 가는 보호자가 있는가 하면, 치료해도 별로 가능성이 없을 것 같은 친구를 “하루라도 더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싶다”고 하시는 보호자도 있어요. 그래서 늘 긴장해요. 오늘은 어떤 분이 오실까, 하고요.

그럴 때, 보호자가 조금 더 적절한 치료를 하도록 유도하는 선생님만의 ‘기술’도 있나요?(웃음) 

우선 기초적인 관리를 어느 정도 했는지 봐요. 기본적인 예방 접종 같은 것을 하신 분이면 관심이 많은 분이라고 짐작할 수 있거든요. 그럴 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는 거예요. 그 밖에도 이런 것들을 더 하실 수 있다, 하면서요. 그게 꽤 잘 맞는 편이에요.(웃음) 



죄책감보다 좋은 기억이 훨씬 많도록 

함께 하던 고양이를 떠나보내고 괴로워하던 보호자에게 수의사로서는 무리한 말이지만 “보호자분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에요”(42쪽)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장면이 있어요. 이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더 듣고 싶어요. 그 마음과 고민은 지금도 여전할 것 같아요.

지금도 매일 비슷한 고민을 해요. 그런데 그분처럼 몇 달이 지나서 그런 질문을 가지고 병원에 오신 분은 없었어요. 너무 간절하신 게 눈에 보였고, 더구나 일상생활을 잘 못할 정도로 너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셨어요. 보면서 저분이 건강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분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고, 지나간 고양이에 대해서도 편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호자 탓이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던 거죠. 그런데 그분과 대화를 끝내고 진료실에 앉아 있는데 떠난 고양이 생각이 났어요. 대화하면서 그 친구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더라고요. 아빠(보호자) 생각만 했던 것이 너무 미안했고요. 그 마음을 ‘네가 떠난 후에도 우리는’이라는 글로 쓴 거예요.

복댕아. 오늘 아빠가 병원에 오셨어. 널 생각하면서 많이 힘들어하시더라. 며칠째 잠도 못 잔다고 하셔서 네가 아팠던 게 아빠 때문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어. 미안해. 제일 아팠던 건 너인데 우리는 네가 떠난 후에도 우리의 슬픔만 생각하는구나.  _(43쪽)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들이라면 이 이야기에 많이 공감하실 것 같아요. 이별의 슬픔,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잖아요.  

저도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면 힘들어요. 눈물부터 나고, 안 갔으면 좋겠죠. 제가 키우는 강아지들은 10살이거든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죠. 하지만 미리 준비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생각은 해요.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오늘 하루도 훨씬 더 사랑하고 행복하게 같이 살아야겠다고요. 아마도 죄책감을 갖게 되겠죠. 어떤 상황을 겪든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죄책감보다 좋은 기억이 훨씬 많도록 오늘도 살자는 생각을 해요.

역시 중요한 것은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에 최대한 있어보는 것이겠어요. 동물들이 그러하듯 말이죠. 

오늘 재미있게 지냈던 순간을 크게 생각해야 해요. 나중에 힘들 때 꺼내서 봐야 하니까요.

‘프롤로그’에도 “지금을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7쪽) 사는 반려견과 반려조를 보면서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하시는 대목이 있어요. 

전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기 일쑤였는데, 함께 사는 동물이 온 뒤로는 무기력한 주말이 없어졌어요. 집에 아이들이 있으니까 일단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생겼거든요. 아이들이 아프지 않게 돌봐야 하는 일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일들을 하다 보면 무기력할 시간이 없어요. 생활이 늘어지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들도 안 하게 되고요. 강아지는 물론이고 앵무새도 바람이나 구름, 햇빛, 이런 거 좋아해요. 저는 별로 나가지 않던 사람인데, 저희 반려견과 반려조 덕분에 밖으로 자주 나가면서 건강해졌어요. 또, 아이들과 눈 맞추고, 이야기하고, 먹고, 노는 일이 너무 재미있거든요. 인간이 아닌 비인간 동물과 소통하는 게 이 정도의 행복을 준다는 걸 함께 하면서 알게 됐어요.



펫산업에서 비롯한 문제들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는 아직 함께 하지는 않지만, 반려동물과 사는 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이런 사람들에게 ‘이것은 미리 생각하고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할 만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가족이 되기로 한 동물과 사는 일상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살고 있는 가족들과 함께, 동물이 왔을 때의 생활을 그려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아침에 일어나서 잠이 들 때까지의 생활 패턴이 어떤지, 집에 사람이 없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우리가 이 친구와 어떤 놀이를 할 수 있을지 등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거죠. 그렇게 하면 준비도 되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기분을 줘요. 그 정도면 충분히 즐겁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보다 펫숍에서 동물을 사지 않고 유기 동물 보호 센터에서 데리고 오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펫산업은 생명을 상품에 머무르게 하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하는 산업이죠. 관련해서 “동물이 상품으로 유통된다는 것은 환불, 교환, 반품의 대상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113쪽)고 하셨어요. 

펫산업에서 비롯한 문제가 너무 많아요. 그나마 요즘은 ‘동물 보호법’이 개정되면서 동물을 수송하는 방식에 대한 규제가 생겼어요. 책에 나온 것처럼 고양이를 택배 박스에 넣어서 옮기는 행위는 지금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능했죠. 또, 고속버스 택배만 안 될 뿐이지 여전히 매장에서 동물을 쉽게 살 수 있잖아요. 그 자체가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반품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거죠. 

사실, 농장에서 새끼 동물을 생산하게 하는 산업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요. 그런 것이 다 없어져야 해요. 여기에 아주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시긴 하고요. 법안 발의도 많이 시도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실제로 국회 문을 통과하는 것이 너무나 요원해요. 산업, 돈과 연결된 여러 이권이 개입된 문제여서요.

쉽게 데리고 오면 그만큼 한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개념이 약해지는 것 같아요. 작고 귀엽고 건강한 상태만 보고 ‘구매’하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러리라고 기대하는 거니까요. 

맞아요, 동물도 아플 수 있고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날 수 있거든요. 그렇다는 점을 꼭 알아야 해요. 그것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사실 법적으로 동물 입양을 불가능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독일 같은 나라는 입양 자격도 무척 까다롭고요. 일단 아예 펫숍이 없죠. 때문에 그곳은 유기견이나 유기묘도 거의 보기 힘들다고 해요. 만약 그런 아이들이 있으면, 많은 시민들이 협조해서 구조하고, 아주 좋은 환경의 유기 동물 센터에서 생활하고요. 한국도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어요.

선생님께서 펫산업 문제를 특별히 실감한 사례가 있다면 듣고 싶어요.  

저희 병원 옆에도 큰 펫숍이 몇 군데나 있어요. 심지어 장사가 잘돼요. 그곳에서 동물을 사고, 우리 병원으로 건강 검진이나 접종을 하러 많이 오시는데요. 진료를 보면서도 마음이 안 좋아요. 지금은 작고 예쁘고 건강해 보이지만 분명히 문제가 있을 거니까요. 우선 너무 일찍 엄마와 떨어진 상태에서 투명창이 전시되면 분리 불안이 심해질 수 있고, 다른 행동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또, 많은 소형견이 갖는 문제가 '슬개골 탈구'인데요. 원래 이 질환이 있는 강아지들끼리는 '브리딩'을 권하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펫숍에서는 탈구가 있든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든 상관없이 그냥 교배를 시켜요. 그러니까 계속 아픈 아이들이 나오는 거죠. 신체검사를 해보면 태어난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다리가 툭툭 빠져요. 사실 이런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에요. 그 밖에 아주 많은 미래 의료 비용이 발생할 텐데 구매할 때는 그에 대한 생각이 없죠. 그렇지만 이런 얘기를 병원에 오시는 모든 분들한테 해드릴 수는 없고, 최대한 눈치 봐서 하고 있어요.



열악한 동물들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

“수의사로서 해야 하는 안락사를 행위가 나는 언제나 참 두렵다”(50쪽)고 하셨어요. 지금은 이 두려움을 어떤 형태로 갖고 계신가요? 

어떤 보호자가 얘기하는지에 따라서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이것도 역시 보호자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거든요. 어떤 경우에는 쉽게 전화로 “거기 안락사 얼마예요?”하고 물어봐요. 이유를 되물어도 그냥 금액만 묻는 거예요. 그런가 하면 안락사를 진짜 고려해야 할 것 같은데도 못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있죠. 이렇게 치료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보호자가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등, 고려할 게 많아요. 특히, 안락사는 수의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혹시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최대한 깊이 고민하고 보호자와 많이 소통한 후에 결정하려고 해요.

각각의 경우가 저마다 다 다르니까, 일관된 룰이랄 것이 있을 수 없겠군요. 

예를 들어 차에 너무 세게 부딪혀서 온몸에 다발성 골절이 발생한 경우, 어느 병원이든 대개는 안락사 생각을 할 거예요. 하지만 애매한 경우도 정말 많거든요. 그럴 때는 최대한 다른 방법이 있는지 고민을 하는 거죠. 강아지도 나이가 많으면 치매가 와요. 정형화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고, 늦은 밤에 일어나서 짖고 하면 무척 괴로워하면서 안락사를 고민하시는 분도 있어요. 

그럴 때 저는 우선 다른 방법도 있다는 점을 최대한 알려 드리려고 해요. 약물을 첫 번째, 두 번째 옵션으로 시도해보고, 약물을 섞어서 먹이기도 하고, 보조제를 써보는 방법도 있다는 식으로요. 안 그래도 힘들지만, 약물을 사용하면서 그래도 조금은 편안하게 있다가 가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렇게 최대한 다른 옵션을 많이 제시해 드려야 해요. 그런 고민을 더 많이 해야죠.

사람의 경우, 학대가 의심될 때 의료진이 신고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죠. 반면 수의사에게는 이런 신고 의무가 없어요. 이것도 큰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 넘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우선 동물의 지위가 그렇죠. 법적으로는 동물을 사람의 재산으로 보니까 문제가 돼요. 동물이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라는 것까지 가야 의료진의 신고 의무화가 될 텐데 일단 거기서 막혀요. 그래도 최근에 이와 관련한 논의가 되고 있어서 무척 고무적이죠. 실제로 너무 많거든요. 

한 동료는 고양이가 자꾸 다쳐서 왔대요. 오른쪽 뒷다리 골절로 왔다가 또 왼쪽 앞다리 골절로 오는 식으로요.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가 자꾸 그렇게 다친다는 것이 이상하잖아요. 더구나 보호자가 얘를 가르치려다가 다쳤다는 말을 하는 게 반복되니까 학대일 수 있다는 짐작을 한 거죠. 하지만 물어볼 수가 없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보호자가 병원에 안 와버리면 그만이거든요. 혹여 다른 가족이 증언해 주지 않는다면 학대에 대한 증거 자료가 전혀 없으니까요. 수의사들이 의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고를 못해요. 그럴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안 좋죠.

책을 통해서 꼭 바뀌었으면 하는 게 있으세요? 

수의사들에 대한 오해가 많아요. 세상 모든 수의사가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의사들이 과잉 진료만 하고, 아프지도 않은 동물을 아프다고 거짓말하는 건 아니거든요. 제 주변에는 정말 동물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 애쓰는 수의사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오해 때문에 진료를 볼 때 힘든 경우들이 있어요. 언론에서 나쁜 사례들이 더 부각되는 부분도 많은 것 같고요. 그래서 그렇지 않은 수의사들이 많고, 그 수의사들이 이런 열악한 동물들의 환경을 바꾸기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런 활동에도 관심도 많이 가져주면 좋겠어요.

조금 더 얘기해보고 싶은 주제도 있으실 것 같아요. 

처음에는 예쁜 말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꽃비 내릴 때 우리 다시 만나’ 같은 글에 그런 말이 많이 담겼거든요. 그런데 글을 계속 쓰다 보니까 이런 감수성을 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너무 많은 동물이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죽어가고 있으니까요. 

그러면서 관련한 제도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제 글에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시고,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라고 많이 물어보시거든요. 그럴 때 나도 더 많이 고민해야 하는구나, 고민에 대한 답을 부족하지 않게 갖고 있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아주 최근에 갖게 된 생각이에요.



*허은주

수의사. 1977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일했다. 전북대학교에서 수의학을 공부했고 수의대에서 야생동물의학실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소도시에서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아픈 동물들을 치료하고 있다. 저서로는 『야생동물병원 24시(공저)』가 있다.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허은주 저
수오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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