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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젠터 채자영 “말을 잘한다는 건, 생각이 좋다는 것”

『말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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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을 한다는 건 일상에서 꾸준하게 자기 생각을 수련했다는 의미예요. (2022.07.15)


방송 현장의 아나운서로, 치열한 입찰 현장의 전문 프리젠터로 일해온 채자영 저자. 그는 ‘말하기’를 업으로 삼으며 누구보다 ‘말 잘하는 법’을 깊이 고민한 사람이다. 정확한 발음으로 청중과 시선을 맞추고 한 마디도 틀리지 않으려 애쓰던 시간을 지나자, 어느 순간 말하기의 본질이 보였다. 지난 10년여의 경험으로 그가 깨달은 것은 단 하나다. 좋은 말하기에는 좋은 생각과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 

『말가짐』은 단순한 스피치 기술이 아니라, 말을 잘하기에 앞서 내 삶을 먼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채자영 저자는 ‘이야기’와 ‘프리젠터’의 합성어인 '스토리젠터(Storysente)'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좋은 말하기는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공동체와 조화롭게 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자 타인을 위한 배려의 언어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좋은 말을 하려면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 

말 잘하는 스킬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예상했는데 아니었어요. 말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담은 책이었죠. 

무대에서 말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자연스레 말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게 됐죠. 보통 스피치라고 하면 제대로 발성하는 법, 무대에서 제스처하는 법 등을 떠올리시는데요. 현장에 있으면서 진짜 중요한 건 단순한 스킬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보다 나의 진솔한 이야기를 말 속에 담는 게 먼저였죠. 한 번에 끝나는 무대가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말하기의 힘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생각이 좋다는 말이다(21쪽)”라고요. 언제부터 이런 깨달음이 있었나요? 

전문 프리젠터라는 커리어를 시작하고, 처음 3년간은 일단 무대에서 나의 임무를 잘 마치고 내려오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준비한 발표를 완벽하게 한 날은 정말 기뻤고, 토씨 하나라도 틀리거나 말을 더듬은 날은 속상했죠. 그런데 3년 차가 지나면서 이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저절로 체감할 수 있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요? 

저는 프리젠테이션으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일을 했기 때문에, 제가 준비한 말 한마디에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순간순간 느낄 수 있었어요. 무대에 올라가면 청중의 반응이 적나라하게 보이거든요. 그 반응을 즉각적으로 보다 보니, 어떤 말을 할 때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제 안에 쌓인 거죠. 

청중들은 발표를 완벽하게 하고, 뇌리에 박히는 멋진 명언을 말할 때가 아니라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안에 단단히 세우고, 그 내용을 진심으로 믿으며 말할 때 비로소 움직였어요. ‘말’을 하나의 범위로 생각한다면, 스킬은 맨 끝이에요. 화룡점정처럼 용의 눈을 찍어주는 포인트죠. 정작 용의 형태를 만드는 건 ‘이야기’예요. 말 속에 담긴 이야기가 텅 비어있다면 말하기 스킬이 아무리 좋아도 전달되는 게 없죠. 

‘말가짐’이라는 제목도 이 생각에서 비롯된 거네요. 

언젠가 한국외국어대 중국언어문화학부에 계시는 나민구 교수님께 수사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교수님이 수사학의 개념을 설명하시면서 종이에 ‘몸, 맘, 말’이라고 쓰시고는 “이 세 가지가 사실은 하나의 단어에서 탄생했다는 설이 있고, 서로 선순환된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 이야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몸-마음-말이 연결되어 있다면 결국 내가 바로 서야 좋은 말하기를 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몸가짐’, ‘말가짐’이라는 말처럼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말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표현할 언어 찾기 

말을 잘하려면 좋은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좋은 생각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책에 소개한 ‘문장 수집 노트’를 쓰면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계기는 취업 준비였죠. 언론 고시 준비를 위해서 멋진 명언을 모으는 리추얼을 시작했거든요. 원래는 작문 시험에 인용하기 좋은 문장을 수집하려던 게 점점 이상하게 흘러갔어요. 어느 순간부터 내 상황과 어울리거나, 나에게 위로를 주는 문장을 모으고, 그 아래에 그걸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도 함께 적게 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꼭 멋진 문장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은 말’, ‘지나가다 떠오른 생각’ 등도 쓰게 되었죠. 지금은 이걸 ‘인생 노트’라고 불러요. 노트 몇 권만 펼쳐봐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거든요. 살다 보면 세상에 나를 보여줘야 하는 기회가 종종 생기잖아요. 흔하게는 면접처럼요. 그럴 때 이 노트가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에서도 문장 수집 리추얼 모임을 진행하고 계시죠. 함께 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초반에는 생각을 쓰는 게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고 하다가도, 한두 번 경험이 쌓이면 점점 재미있어 하세요. 사실 누구나 처음에는 자기 생각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타인의 문장을 빌려 내 생각을 알아가는 거죠.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나의 언어를 가지는 시간이 꼭 필요해요. 

문장이 어느 정도 쌓이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말과 생각의 맥락이 보이거든요. 결국, 나다움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건 내가 진짜 좋아하는 언어로 나를 설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문장 노트를 쓸 때는 단순히 필사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문장을 보고 느낀 내 생각을 함께 적어야 해요. 문장을 매개로 내 삶의 맥락을 찾는 게 중요하니까요. 

“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스스로 언어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89쪽)”는 생각으로 2015년부터 ‘스토리젠터’라는 이름으로 본인을 소개하고 있죠. 인디팬던트 워커로 사는 독자들을 위한 네이밍 팁을 나눠주세요. 

요즘은 직업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기존의 언어로 업무를 설명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세상이 부여하거나, 회사가 나에게 준 타이틀 안에 갇히면 어느 순간 한계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제가 연남동 기록상점에서 ‘새 이름 짓기’라는 클래스를 진행했는데요. 그때 ‘나에 대한 100가지 키워드’를 적고, 여기서 힌트를 얻어 새 이름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했어요. 키워드는 뭐든 상관없죠. ‘나를 설명할 때는 이걸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모두 적으시면 돼요. 좋아하는 음악, 별명, 하는 일 등이요. 중요한 건 가치 평가가 없어야 합니다. 멋있어 보이는 단어만 쓰려고 하면 ‘현재의 나’가 아니라 가고 싶은 방향만 보이거든요. 이 활동을 해보시면, 지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서 네이밍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새 이름을 짓고 나면, 나의 정체성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아요. 

맞아요. 또 나의 일에 대해서도 더 깊이 고민하게 돼요. 저도 스토리젠터라는 이름을 지은 뒤로 ‘이야기’의 중요성을 자주 말하다 보니, 그 키워드를 삶의 중심에 두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저의 일을 궁금하게 생각해주시는 것도 좋죠. “스토리젠터가 무슨 뜻인가요?”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한 번 더 저에 대해 말할 수 있거든요. 새 이름을 지었다면 자기가 먼저 자주 사용하고 불러주세요. 이름의 쓸모는 결국 누가 불러줬을 때 생기니까요.

 


다양한 이야기가 공존하는 세상이 오기를 

작가님이 생각하는 ‘말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무대 위와 아래의 모습이 다르지 않은 사람이요. 저는 과거에 힘주는 말하기를 배웠고, 무대에서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오래 일을 하다 보니, 힘주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눈에 들어왔죠. 자기를 억지로 꾸미지 않고, 멋있는 말을 첨언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무대에서 보여주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정말 멋있더라고요. 그때부터 말하기에 대한 가치관이 확 바뀐 것 같아요.

공식적인 말하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가요? 

청중이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해요. 똑같은 콘텐츠를 말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듣는지에 따라서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발표를 앞두고 듣는 이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해요. “누구에게나 가닿으려 하는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가닿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다수가 흘려듣더라도, 단 한 명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면 그게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처럼 공식적인 말하기에서는 청중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 반드시 있어요. 말하기의 상황과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감탄을 자아낼 수 있죠. 먼저 내 이야기를 들을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그 사람은 뭘 좋아할까? 어떤 관심사를 가졌을까?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을까?’를 깊이 고민하면 해야 할 이야기가 보일 거예요. 

“말을 많이 한 날, 가슴에 10cm 되는 구멍이 뚫린 상상을 한다. 말하기를 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늘 이런 공허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온다는 말이었다(174쪽)”고 했어요. 일을 하며 소모되는 마음은 무엇으로 채우는 편인가요? 

평소에 말을 잘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원래 저는 모임에 참석하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말이 많이 줄었죠. 또, 너무 소모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날은 꼭 철학책을 읽거든요. 거기서 와닿는 문장을 만나면 너무 좋아서 책을 덮고 한참 생각하죠. 어떤 문장 하나가 마음에 훅 들어와서 빈 구멍을 채워주는 것 같아요. 

말을 잘하는 게 왜 중요한가요? 

좋은 말을 한다는 건 일상에서 꾸준하게 자기 생각을 수련했다는 의미이고요.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한 토대가 돼요. 물론 누구나 각각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 있을 거예요. 작가는 글로, 화가는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말로 나를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인생에 꼭 찾아오거든요. 그때 나를 올바르게 설명하는 건 너무 중요한 일이죠. 

꼭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말하기는 타인에게 나를 정확히 이해시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구예요. '우리 사이에 말 안 해도 다 알잖아'라는 생각은 관계를 그르칠 수 있어요. 내가 어떤 마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말해야 건강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죠.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말하기를 주저하는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거나, 쑥스러움이 많은 분들은 어떤 자리에서 자기가 말을 많이 하는 게, 어쩌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말하기는 이기주의가 아니거든요. 자기의 생각을 타인과 나누는 건 좋은 관계를 맺는 시작이 돼요. 

한편으로는. 말로 인한 실수 때문에 말하기를 주저하는 분들도 계세요. 특히, 요즘은 언어 감수성이 민감한 사회이기 때문에 더 두려움을 느끼시는 듯한데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잖아요. 저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사람이 정말 말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말이 와전되었다면 다시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좋은 말하기에 달렸어요. 그러니 많은 분들이 말하기를 시도하셔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말’로 공존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랍니다.




*채자영

아름답고 바른 우리말을 써야 하는 방송 현장부터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비즈니스 입찰 현장, 가장 정확한 언어로 나를 표현해야 하는 브랜딩 현장까지. 10년째 ‘말’의 본질을 탐구하며 ‘이야기’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스토리 경험 디자인 그룹 필로스토리의 공동대표이자 브랜드 스토리텔링 전문가, 입찰 전략 컨설턴트, 브랜드 에세이스트, 유튜버, 모더레이터, 한국수사학회 교육이사, 두 아이의 엄마라는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이야기’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 믿는 ‘프리젠터’의 합성어인 ‘스토리젠터(Storysenter)’라는 이름으로 철학과 예술, 비즈니스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상에 꼭 전해져야 하는 이야기를 말하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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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자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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