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금융의 전략은 ‘그린 스완’
이 책은 지속가능금융의 개념과 양상, 나아갈 방향까지 정리한 한 권의 교과서입니다. 금융기관 종사자와 금융 전문가에게는 금융산업의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업무에 적용할지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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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신기후경제 시대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정부나 산업계의 노력은 물론 금융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린 스완’이라는 거대 시스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금융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 저자는 금융전문가의 관점에서 기후위기의 본질을 해석하며 그린 스완 시대에 주류 금융이 될 그린 파이낸스 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은 한국 최초의 지속가능금융 전략서다. 




먼저 그린 스완은 무슨 뜻인가요? 흔히 이야기하는 블랙 스완과 어떻게 다른지도 말씀해 주세요. 

그린 스완(Green Swan)도 블랙 스완의 일종입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상황이 일어나 결국 파국적인 시스템적 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그린 스완이라고 하지요. 

그린 스완도 블랙 스완처럼 기존의 리스크 관리 방식으로는 설명도 통제도 되지 않는 엄청난 리스크인 점은 같아요. 하지만 세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블랙스완은 발생 가능성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지만 그린 스완은 실현될 게 거의 확실합니다. 둘째, 그린 스완은 그 어떤 블랙 스완이나 시스템 리스크보다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을 가져옵니다. 셋째, 아주 복잡한 연쇄 작용과 캐스케이드(cascade, 폭포수) 효과를 통해 나타나지요. 

최근 빌 게이츠가 “기후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보다 더 파괴적일 것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세계적인 충격이 수십 년 안에 더 센 강도로 기후 재앙을 통해 나타날 것이다”라고 경고했는데요. 그린 스완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까요? 

‘임계점(tipping point)’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특정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해 더는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이나 시기를 가리킵니다. 캐스케이드 효과는 여러 위험이 상호작용해 한 변화가 다른 변화를 강화시키고 그런 변화가 걷잡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의미하는데요. 기후변화와 관련해 임계점과 캐스케이드 효과는 상호작용합니다. 기후변화가 어떤 임계점을 지나면 폭포수처럼 위험이 커지고 결국 파국적인 상황을 맞죠. 

예를 들면 지금 기후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산불이 나고 있잖아요? 산불이 잦아질수록 탄소가 대기 중으로 대량 방출되며 온실효과가 더 강화되고 기온도 더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지지요. 그러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더는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임계점을 지나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이런 변화 요인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이게 바로 캐스케이드 효과예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 오르면 인간이 지구의 기후를 통제할 수 없는 시점이 시작된다고 추정했습니다. 

코로나가 가져온 위기보다 더 재앙적인 기후위기가 온다는 말씀이네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넷제로(Net Zero)’를 선언하는 등 행동에 나선 이유를 알 듯합니다. 금융시장도 변화와 행동을 시작했나요? 

맞습니다. 국제 사회가 파리 협정(파리 기후변화 협약) 등을 맺으며 움직이자 글로벌 금융시장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블랙록 자산운용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사입니다. 이 회사의 래리 핑크 대표는 매년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2020년 서한에서는 기후와 관련된 위험을 강조했습니다. “기후 관련 위험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어 자본 배분을 곧 바꾸겠다.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화석연료 관련 기업들을 대폭 빼고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추종 상장지수펀드를 두 배로 늘리겠다”라고 썼어요. 또한 투자 대상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에게도 서한을 보내 “모든 기업이 기후변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지속 불가능한 사업 활동에 분노하면서 기업의 미래 자산·수익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다”라고 경고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합니다. 2015년에 이 펀드는 매출이나 전력 생산량의 30퍼센트 이상을 석탄에서 얻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요. 2020년에 추가로 13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철회 기업을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노르웨이 정부연기금은 매년 투자 제외 기업 리스트를 발표하는데, 이미 한국의 몇몇 기업도 투자 제외 리스트에 올라가 있지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신상품이 출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채권시장에서도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그린본드(green bond) 시장이에요. 그린본드는 기후 문제 해결에 기여할 만한 그린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고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조달 자금의 용도가 그린 프로젝트로만 한정되고, 자금의 사용 관리와 리포팅이 의무화된 채권이지요. 글로벌 그린본드 시장의 발행 규모는 매년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2019년 전 세계 발행 규모가 2577억 달러에 달했지요. 

그린본드 외에도 사회적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을 위한 소셜본드, 그린본드와 소셜본드를 결합한 지속가능성 채권, 발행사의 환경 성과와 발행금리를 연동시킨 지속가능성 연계채권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형태의 채권 상품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하는 등 탄소 감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 기후변화 대응의 현주소와 금융권의 대응 상황은 어떤가요?

유엔에 제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한국은 2030년 BAU(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7퍼센트 줄어든 5억 4000만 톤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감축 목표에 대해 국내 경제·산업계와 국제 사회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는데요. 우리 경제·산업계는 감축 목표가 지나쳐 국제 경쟁력이 크게 약화하리라고 우려하는 반면 국제 사회는 불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가령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한국의 BAU 37퍼센트 목표가 매우 불충분하고 불공정하다며 74퍼센트 감축안을 내놓기도 했어요.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상황은 2017년까지 목표에 미달한데다가 배출량 절대치가 아직 증가 추세에 있어 상당히 좋지 않은 실정입니다. 

더구나 기후위기와 관련한 금융 기능을 작동시키는 것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역할이 미흡합니다. 역사적으로 금융시장은 자금 조달자와 공급자 간에 중개와 배분 기능을 맡으며 산업 발전과 구조조정을 주도해 왔지요. 1970, 1980, 2000년대, 그리고 최근 2010년대 조선산업 구조조정 같은 사례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성장’을 공존시켜야 하는 소위 신기후경제 시대에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국내 금융산업에 어떤 역할과 활동이 필요할까요?

정부와 산업계는 물론 금융산업 역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금융산업의 관점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됩니다. 먼저 자금 수요자의 자금 수요 패턴이 바뀌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저탄소 시설과 공정에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건물과 공장의 에너지 효율화에도 투자가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 분야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금 투자자도 같은 수익률이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채권·주식 시장에 관련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입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좌초자산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좌초자산이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면서 탄소집약도가 높은 금융자산의 자산가치가 하락해 상각 대상이 되는 자산을 말합니다. 금융 당국도 그린 파이낸스와 관련한 새로운 제도와 프레임워크를 준비해야 합니다. 무늬만 기후고 환경인 소위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불과한 투자나 파이낸싱이 아직도 많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산업 종사자와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지속가능금융의 역할과 필요성을 절감하고 그 지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웃 일본도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2021년 시정연설에서 탈석탄을 추진하는 기업에 투자금이 모이도록 금융시장을 바꾸겠다고 하는 등 그린 파이낸스 시장 키우기에 나서고 있어요. 다만 우리는 일본처럼 정부가 주도하기보다 민간이 주체가 되어 시장을 키워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속가능금융의 개념과 양상, 나아갈 방향까지 정리한 한 권의 교과서입니다. 금융기관 종사자와 금융 전문가에게는 금융산업의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업무에 적용할지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입니다. 금융 전문가분들은 한국 금융의 미래를 위해 꼭 일독하셨으면 합니다. 환경 전문가에게도 경제와 금융산업 관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종합적인 시각을 심어줄 것입니다. 나아가 기후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경제적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지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시사점을 제공하리라고 기대합니다. 



*김대호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장기신용은행, 국민은행, KTB네트워크, 삼성화재 등 국내 금융기관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 서울시 경제진흥본부로 자리를 옮겨서는 서울의 금융산업과 지속가능금융 육성과 관련된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한국그린파이낸스연구소 대표로 재직하는 중이며, 주요 연구 분야는 지속가능성 채권, 지속가능대출, 기후 관련 기업공시 등이다.



그린 스완이 온다
그린 스완이 온다
김대호 저
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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