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수업받고 대학생이 되면 과외비를 갚는 후불 교육 시스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의 발음 연습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인테리어용 그림을 정기적으로 바꿔주는 그림 구독 서비스…. 수백억 원의 매출을 내고 내로라하는 곳에서 투자를 받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해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휘어잡으며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런 스타트업은 비범하거나 특출난 사람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하나만 있다면 누구나 이들처럼 사업가가 될 수 있다.
뻔하고 천편일률적인 성공담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가치관과 배경을 가진 스타트업 대표들의 창업 이야기와 우여곡절을 담은 책이 나왔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사업 기틀을 스스로 잡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미래의 창업자들에게 전하는 솔직한 조언과 앞으로의 계획,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담은 책 『나는 아이디어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의 저자 박유연 기자를 만나보았다.
우선 독자분들에게 작가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로 일하고 있는 박유연이라고 합니다. 조선일보의 모바일 콘텐츠를 주로 만드는 회사 비비드콘텐츠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신문사에 들어와 경제부처, 금융계를 주로 취재해왔습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나름 많은 기사를 쓰고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요. 몇몇 기사는 좋은 평가를 얻어서 미국의 씨티그룹이 주는 언론인상을 3번 받은 바 있습니다. 기사 쓰는 것 외에 다른 경험도 많이 한 편입니다. 재테크 지식에 목마른 독자들을 위해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를 기획해 출범시켰고요. 네이버와 조선일보의 취업 관련 콘텐츠 제작을 위한 조인트 벤처 ‘잡스엔’의 출범도 기획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살려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바 있습니다. 그중 『경제기사 이보다 쉬울 수 없다』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 같은 책들은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도서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 기자로 일하시다가 어떤 계기로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기자에게는 평생 한 번 해외연수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회사 배려로 외국에 나가 체재비 지원도 받으면서 1년간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기자 생활을 10~15년 하면 차례가 돌아오는데요. 2018년 여름 저에게 그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어딜 가서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김홍일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센터장이 뜻밖의 제안을 해왔습니다. 남들 다 가는 연수 말고, 디캠프에 와서 스타트업 세상을 한 번 경험해보란 거였죠. 처음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경제부처와 금융계를 오래 취재했고, 연수 다녀와서도 같은 분야를 맡을 계획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한 마디가 제 맘을 고쳐먹게 했습니다. ‘동전의 뒷면, 달의 뒷면이 궁금하지 않아? 평생 앞면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살 거야?’ 기자의 호기심과 자존심을 묘하게 자극하던 말이더군요. 그렇게 회사의 양해를 얻어 디캠프에서 1년짜리 시한부 ‘대외협력 프로젝트 매니저’ 생활을 했습니다. 여기서 수많은 스타트업들을 만났고 그들과 여러 얘기를 나누면서 정말 한국 경제의 다른 한쪽 면을 알게 됐고 그걸 모아 책을 내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달의 뒷면’을 알아가는 과정 끝에서 깨닫게 된 것은 무엇인가요?
15년 넘게 경제 기자로 있으면서 숫자로 경제 현상을 바라봐왔습니다. ‘경제성장률이 몇% 이상이면 경제가 좋은 거고 밑돌면 상황이 좋지 않다’ 식의 해석을 해온 거죠. 그런데 그 숫자가 어떻게 해서 이뤄지는 것인지는 몰랐습니다. 실제 경제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잘 알지 못했던 거죠. 디캠프에 있으면서 그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 세계는 제가 알던 세상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나만의 아이디어와 기술, 생존을 위한 치열한 고민 속에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이었고, 창업자와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속에서 끊임없는 혁신과 진보가 이뤄지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런 1년의 연수는 제 인생 경로를 바꿔놓았습니다. 복직해서 경제부로 돌아가지 않고 회사의 새로운 콘텐츠를 실험하는 조직인 ‘C-플랜트팀’으로 옮겼습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다가, 지난 6월 사내벤처 창업까지 했습니다. 2년 사이 경제부 기자에서 사내벤처 대표로, 저로선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죠. 그 덕에 계속 창업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만나본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 가장 기억에 남거나 인상 깊었던 곳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몇 곳만 꼽는다는 게 무척 어렵네요. 모두 정말 훌륭한 분들이고 좋은 기업들인데요. ‘고피자’란 기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 하면 IT 기술 기반의 기업부터 떠올리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고피자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입니다. 처음 ‘이게 무슨 스타트업인가’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다양한 혁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선 피자는 커서 여럿이 먹어야 한다는 통념이 있는데요. 고피자는 1인 피자입니다. 한 명이 먹기 딱 좋은 사이즈죠. 또 그 피자를 화덕에 굽습니다. 일반적으로 ‘화덕 피자’라고 하면 피자를 굽기 위한 거대한 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카이스트 출신인 임재원 대표는 전자레인지만 한 화덕을 스스로 개발했습니다. 이 화덕을 푸드트럭에 싣고 전국을 다니면서 밑바닥부터 장사를 했고, 지금은 지점이 100개에 가까운 프랜차이즈의 대표가 됐습니다. 꿈이 원대합니다. 피자계의 맥도날드가 되겠다는 건데요. 실제 인도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하면서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9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죠.
성공한 스타트업의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나요?
사실 생존 자체가 가장 큰 고민이고 공통 관심사입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스타트업)에 근접한 기업의 대표들조차 ‘내일 내가 생존해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만큼 업계가 변화가 빠르고 환경이 거칠다는 방증일 겁니다. 그런 환경을 뚫고 성공하신 분들의 공통점은 절실함인 것 같습니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그걸 이루기 위해 한 길만 달려가시더군요. 스타트업만의 ‘관점’을 체득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많이들 합니다. 같은 사안을 접하더라도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의 눈에서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래야 기회와 위험을 잘 포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눈을 갖추려면 창업 전 스타트업에 다녀보거나, 시장 트렌드를 읽는 노력을 꼭 해야 한다는 게 창업자들의 조언이었습니다. 또 창업 전 사업성조사, 시장조사, 서비스 기획을 꼭 하라는 조언도 많았습니다. 적어도 내가 하려는 사업이 뭔지는 반드시 파악하고 시작하란 거죠.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또는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요?
디캠프에서 연수 생활을 하고, 연수를 마친 후에도 관련 일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기업을 만났습니다.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성공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많이 고민했습니다. 창업자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지 반드시 물었고, 그 답변과 제 고민을 모아 이 책을 냈습니다. 창업 선배들의 경험이 압축적으로 녹아 있으니, 창업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꼭 뭘 배워야겠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굳이 당장 창업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아니더라도, 각자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자극을 받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진로를 탐색하는 청소년들에게 좋은 교본이 될 것 같습니다. 단숨에 읽기보다 매일 한 편씩 읽고 음미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하루 하나씩 꺼내 각자 마음속 뜨거운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여기 나오는 기업들의 발전을 계속 추적해보시길 권합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보이실 겁니다. 물론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는 곳도 나올 수 있습니다. 엄혹한 세상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무가치한 것은 아닙니다. 그 기업들이 했던 노력이 자양분이 돼 또 다른 시도가 계속해서 나올 겁니다. 그렇게 경제는 유지되고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급적 여기 소개해드리는 창업자들 모두가 오래도록 무사히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를 포함한 독자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나오는 창업자들의 경험을 참고삼아 각자 일하시는 데 좋은 동기부여와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꼭 성공하십시오.
* 박유연 경제 관련 주요 부서만 두루 거쳐온 15년 차 경제전문기자 출신이다. 서울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조선일보〉 경제부에서 경제부처와 금융업계를 주로 취재했다. 2008년, 2011년, 2015년에 씨티그룹 대한민국 언론인상을 받았고 사내 특종상과 기사상을 수십 회 받았다. 2014년에는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기자가 되기도 했다. 2014년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출범과, 2016년 〈조선일보〉와 네이버의 조인트벤처 ‘잡스엔’ 출범을 기획했다. 2018년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1년간 연수를 받으면서 스타트업과 인연을 맺었다. 연수 종료 후 새로운 콘텐츠를 실험하는 〈조선일보〉 사내벤처 ‘비비드콘텐츠’를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지금 당장 세계경제 공부하라』를 비롯해 『월급의 비밀(공저)』 『난생 처음 경제 공부』 『나는 오늘부터 경제기사를 읽기로 했다』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옮긴 책으로 『부자들의 냅킨 재테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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