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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원 “차별의 경험을 섬세하게 말해야 하는 이유”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유성원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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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맞은 우리 사회가, 성적 권리 및 소수자 재현에 대한 출발선을 최소한 이 정도에서는 그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2020.08.07)


작년 7월, 게이 하위문화인 크루징을 네 명의 작가가 각각 페인팅, 설치, 사진, 텍스트라는 매체로 그 의미를 재해석한 <동성캉캉> 전시가 열렸다. 그중 유성원 저자가 자신의 일기를 엮어서 펴냈던 독립출판물 『아무도 만나지 않고 무엇도 하지 않으면서 2014~2016』. 세상에 나온 지 1년 만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의 기록을 더해 산문집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출간되었다. 

동성애를 병리적인 것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게이 남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일인지 기록한 이 책은 ‘드러내면 안 되는 것’이었던 그들의 욕망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세상에 없는 것처럼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유성원 저자를 서면으로 만났다. 



세상에 없는 것처럼 숨겨져 있던 말들을 이 책을 통해 세상에 내놓았는데요. 자신을 완전히 오픈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닐 텐데,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사람들에게 저라는 게이 남성의 경험을 일기라는 매체로, 그리고 그 3년이라는 시간을 소설적으로 가공해 『아무도 만나지 않고 무엇도 하지 않으면서 2014~2016』이라는 독립출판물로 선보였던 <동성캉캉>전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공적 공간에서 무엇이 보이지 않게 지워져 있는가였습니다. 우리가 손톱이나 다리에 대해서는 쓸 수 있는데 성기나 항문을 이야기하는 일은 왜 수치심을 느끼라고 학습되었는지 궁금했어요. 세상에는 그러한 욕구를 가졌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지만 그것은 그저 단절해야 하거나 바로잡아야 하는 교정의 대상으로 취급되었죠. 저는 이것이 이 사람들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위험’을 다시 정의할 것인지, 어떤 말들은 세상에 없는 것처럼 숨겨져 있고 가려져 있는데 최소한 그걸 드러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싶었습니다.

작년에 독립출판물로 선보인 『아무도 만나지 않고 무엇도 하지 않으면서 2014~2016』에 2017~2020년까지의 기억을 덧붙여 책으로 만드셨는데요. 일기와 같이 일상을 꾸준히 기록하는 일은 쉽지 않잖아요. 작가님에게 기록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저는 저에 대해 남성 동성애자, 게이라고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수 있었는데 이때의 게이, 남성 동성애자라는 말은 표현하는 저 자신과 받아들일 사람 사이에서 그 의미 차이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고 정의하는 것이 왜 어려울까 생각했는데 스스로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했던 거예요. 저는 늘 어떤 문제 앞에서 넘어지고 있었고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쓰기밖에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감정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 이 기록으로 질문하고 싶었고, 저와 같은 감정의 경로를 따라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는 비슷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삶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책에는 외로움 등 현대인들이 공감 가능한 주제도 담겨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회의 이면도 있어서, 읽기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이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관계 맺기의 어려움과 외로움 등을 호소할 때 보다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할 수 있더라도 그 이야기는 거짓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보여줄 수 있는 것만 보여줘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수인 것 같더라도, 보여줄 수 없는 것만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서 나와 같은 독자를 상상하며 글을 썼습니다.

바로 책으로 들어가기 낯설고 어렵다면 후반부에 덧붙인 저의 ‘친절한 설명’이라는 꼭지와 나영정님의 해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 언제,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를 먼저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몰라도 되고, 그 몰라도 되는 무지라는 권력이 어떻게 나를, 나아가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지 그 맥락을 조금씩은 더듬어볼 수 있게 해주거든요.

다양한 성적 욕망의 실천, 그리고 건강과 인권의 문제를 어떻게 함께 다루어나갈지가 이 책이 남기는 커다란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작가님이 예상 독자로 삼으신 층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여기 담긴 이야기들은 그동안 삽입하는 사람의 위치에, 성적 쾌락을 누리기만 하는 위치에 남성을 기본값으로 두고 사고했던 이성애자 남성들에게 남성도 삽입 당할 수 있고 성적 쾌락을 제공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 삽입 당할 수 있다는 사고는 그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배제와 거부를 불러올 수 있지만 이러한 위치성의 전환이야말로 모두가 고찰해봐야 하는 요소거든요. 자신들이 그동안 누구에게 이 부담을 전가해왔는지, 자신의 몸이 지닌 가능성을 얼마나 좁게 상상했는지 돌아볼 수 있을 거예요.

독자분들에게 이 책은 단지 작가님 개인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소수자적 관점을 대변하는 목소리로도 여겨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2020년대를 맞은 우리 사회가, 성적 권리 및 소수자 재현에 대한 출발선을 최소한 이 정도에서는 그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소수자 개인을 해당 집단의 대표로 간주하지 않는 것, 합의된 성인 사이의 관계에서 질문해야 할 것은 그 욕망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위계를 이용했는지 여부이지 성적 활발함이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규범에 따르는 온건한 소수자가 아니라면 공적인 영역에서 재현되지 못하게끔 틀어막는 것이 곧 폭력이라는 점, 우리는 어떤 것이 ‘위험’인지 재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등요. 나는 저 사람을 차별할 거야, 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조건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무지가 이런 어려움들을 계속해서 만들고 강화하죠. 그 차별과 배제의 경험을 보다 섬세히 말하고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서 더 다양한 목소리가 나타나야 해요. 

작가님만의 독특한 문체 역시 눈길이 가는데요. 의식의 흐름대로 쓰인 듯한 실험적인 문장들(누군가에게 반복적으로 하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당한다’라는 피동적 표현 등)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적 공간에서 재현되지 않는 언어나 경험을 구체적으로 쓰고 싶었어요. 은유하고 숨겨져 있어서 아름다운 거 말고 제가 하는 행동과 공간에서의 만남을 그대로 썼을 때 이것이 어떤 가치판단을 요구하게 되는지 거기에서부터 출발하고 싶었고요. 뭘 숨기고 감추고 거짓말하면 그 실체에 대해 깨닫는 일을 지연시킬 수 있지만 쨍쨍한 햇볕 아래 경험을 적나라하게 내보이면 그것이 얼마나 볼품없는지, 혹은 아무 힘도 없는지 드러나 버리거든요. 마찬가지로 모두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언어의 규칙에 대해서도 왜?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 허약한 토대가 드러나는 것이, 그렇게만 규칙을 비틀었기에 표현되고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어요.

출간 전이나 출간 후, 제일 감명 깊었던 응원이나 용기를 주었던 말이 있다면?

이 책은 저와 같은 고민을 하거나 비슷한 경험을 겪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였습니다. 이것은 게이 남성을 특정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편의상 성적 지향 혹은 성별로 타인을 나누고 설명하지만 그것은 한 사람의 삶에 갖다 대기엔 너무나 커다란, 폭력적인 렌즈니까요. 저 역시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겪는 사람을 이러한 조건을 건너뛰어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남성을 좋아하는 남성 안에서도 다양한 성적 실천과 삶의 각본이 존재하고 그중 저는 고작 한 명의 사람일 뿐입니다. 가족 관계, 물적 토대, 살아온 경험이 각각의 사람들에게 다르게 부여되기에 결국 이 책은 그 다양한 조건이 결합되어 태어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재현하고 있는 유성원이라는 한 남성의 경험이 오히려 게이로 정체화한 사람들 중 일부에게는, ‘아니야. 나는 저렇게는 안 살아’ 하는 부인과 거부로 나타날 수 있어요. 또한 성적 낙인과 소수자에 대한 몰이해가 팽배한 사회에서 이것이 낙인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고요. 그러나 분명 소수자의 규범성을 벗어나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해야만 인간 존재를 한정하는 울타리를 깨고 다른 몸, 다양한 삶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후기에 기대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토요일외로움없는삼십대모임 이라는 해시태그로 올라온 게시물 하나하나에 소중함과 감사를 느낍니다.



* 유성원

1987년 순천에서 태어났다. 한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섯버’라는 이름으로 2014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웹진에 발표한 「외로움의 조건」은 “[혐]에이즈에 걸린 게이가 쓴 수기”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다. 그에 대한 답으로 2019년 성소수자인권포럼 발제문 「노콘 항문섹스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썼다. 유성원은 오늘날 에이즈 치료제이자 예방약으로 쓰이는 트루바다와 프렙, U=U 등이 성적으로 활발한 게이에게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며 “그렇다면 콘돔 없이 안에 싸도 된다는 말이냐”라는 질문에 답하려 한다.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섹스하는 타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 과정에서 누락된 것은 무엇인지 묻는 일이기도 하다.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유성원 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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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뭘까?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세상에 없는 것처럼 숨겨져 있던 말들,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 난다에서 유성원의 산문집 『토요일 외로움 없는 삼십대 모임』을 펴낸다. 저자가 독립출판물로 출간했던 『아무도 만나지 않고 무엇도 하지 않으면서 2014~2016』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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