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비대면 사회가 열렸다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린 이미 비대면 시대로 가고 있었다. 오프라인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보다 온라인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 또한 상담실에서 ‘관계’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와 한참을 이야기하다 뭔가 이상해서 물으면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 온라인 친구와의 문제로 오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경험했다. 적어도 관계라는 측면에 있어서 우린 이미 비대면 시대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관계 속에서 우리는 이제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이 책은 저자의 진료실에서 오간 내용 중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관계의 거리, 1미터』에서 '1미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건강한 거리라는 상징적 수치로, 진료실에서 저자와 환자 사이의 거리이기도 하다. 때로는 멀어지고 싶다가도 다시 가까워지고 싶은 알 수 없는 사람 간 관계의 거리. 이 이야기들로 조금이나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관계의 어려움이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이 한 권의 책에 담백하고 진솔하게 담았다.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중요한 마음가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자신이 이제까지 맺은 관계를 아주 천천히 한 번 짚어 나가 봅니다. 너무 막연하다면 지난 한 해 동안으로 기간을 정해도 좋습니다. 천천히 하나씩 짚어 나가다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그때 이렇게 했다면 더 좋았을걸’ 하고 말이죠. 그것을 이제는 해 보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고 다가가는 일이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까요?
나를 드러내고 다가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부족한 점 투성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저에게도 저를 찾는 이들에게도 한 번씩 권하는 일이 있습니다. 뭔가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일을 하루 한 가지씩만 하는 것이죠. 쓰레기를 주워도 좋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미소지으며 ‘안녕하세요’라고 한마디 건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런 일을 한 다음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스스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한 번 확인시켜주는 일이죠.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라고 하셨는데,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사람들은 그런 믿음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실제로 환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당신 안에 있다’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어느새 이 말이 환자를 치료할 때 제 마음에 새기는 원칙 중 하나가 되어 버렸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요. 제가 환자를 치료할 때 어디서 다른 힘을 빌려와 불어넣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는 힘을 이용합니다. 그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모르기에 제가 꺼내어 확인시켜 주는 겁니다. 이것이 정신과 의사로서 제 역할입니다.
관계를 맺다 보면 이별의 순간도 있을 텐데요, 가장 안타깝고 힘든 관계는 이별 후에도 그리운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이별하기엔 그립고, 다시 만나기엔 아픈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이 질문에 정답을 제가 말할 수 있다면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신과 의사가 이미 되어 있었을 겁니다. 정답은 아니지만, 이별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하게 됩니다. “제게도 참 미안한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언젠가 우연히라도 그 친구를 다시 만나면 제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친구도 한때 저와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사람이 되도록 살아가는 것이 제 인생의 동력 중 하나입니다.”
내원한 상담자들 중 어그러진 관계가 서로의 노력으로 극적으로 회복된 사례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지요?
‘서로의 노력’이라는 말이 귀에 걸립니다. 적어도 저를 찾는 사람 중 어그러진 관계가 극적으로 회복된 경우 한쪽의 엄청난 노력이 있어요. 그 노력으로 인해 다른 쪽의 마음이 결국 움직이는 것이죠. 그 마음을 받아주는 것도 노력이라 한다면 ‘서로의 노력’이란 말도 틀리진 않겠네요. 우습게 들리겠지만 서로가 열심히 노력할 준비가 된 사람들은 그들 안에서 해결하지 저를 찾진 않는답니다.
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나 책이 있을까요?
존경하는 선생님이 쓴 관계에 대한 책을 전공의 1년 차부터 열 번이 넘게 읽었습니다. 그런데 관계에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하려고 하니 꺼려지네요. 사실 이 질문을 듣자마자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었는데요. 정신과 의사가 무슨 드라마를 좋아하냐고 비웃을 것 같아 다른 것을 추천하려다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전 독백이 있는 드라마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사람과 더 가까워지고 싶으면 ‘연애시대’라는 드라마를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드라마에는 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는지도 담담히 그리고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다양한 인물들의 독백이 등장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입니다.
매일 상담 일을 하시는 상담자로서 관계로 인해 상처받거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마음속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있을까요?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싶을 때, 그 상대가 더욱이 상처받거나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면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정말 전해지기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 제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생각보다 꽤 잘 컸습니다.”
* 홍종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행복 주는 의원’ 대표원장. 오산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 브레인맵 대표이사.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상상조차 어려운 직함들이다. 난 뭔가 간절히 이루고 싶은 꿈도 없었고,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능력도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항상 나를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자친구의 권유로 의대에 들어갔고, 친구의 권유로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여러 선생님의 도움으로 개원할 수 있었고, 브레인맵이라는 의료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많이 부족하지만 나를 찾아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이제 갓 마흔이 넘은 나이에 ‘관계’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명쾌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작은 이야기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관계의 거리, 1미터』를 펴냈다. 『관계의 거리, 1미터』를 읽는 사람이 한순간이라도 더 자신만의 예쁜 미소를 지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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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