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숲의 편집장 김교석은 ‘혼자라서 물건을 사기도 살림을 하기도 멋쩍은 1인 생활자를 위한 생활 제안’이라는 부제를 단 책 『오늘도 계속 삽니다』를 썼다. 이 책의 목차는 의자, 스탠드, 침대, 침구, 수건을 비롯한 살림살이로 구성된다. 두 해 전인 2017년에 쓴 책 『아무튼, 계속』에는 집을 갓 ‘체크인한 호텔방’처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적혀 있다.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 사이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집도 생활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바깥세상에는 항상 힘겨움이 도사리고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에겐 ‘요새’가 필요해요. 흔들림 없이 내가 해야 할 일들을-그것이 청소가 됐든, 글쓰기가 됐든- 해낼 수 있는 곳, 오늘 하루 지친 육신과 정신을 리바운드할 곳” 다만 그런 집을 갖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을 갖춰야 한다.
『오늘도 계속 삽니다』 서문에 “사람이 집을 꾸미지만 집이 사람을 만든다”고 썼다.
집 꾸미기는 삶을 바꾸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집을 보러 다니다 보면 유난히 생활의 힘겨움이 켜켜이 쌓인 집이 있다. 집에서 그런 요소를 벗겨내면, 내가 바라보는 내 삶의 풍경이 달라진다. 그 풍경을 매일 보면서 살다 보면 머릿속에 고착돼 있는 내 삶의 이미지도 달라진다.
핵심은 ‘어떻게’가 아닐까?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첫째는 취향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라는 것이다. 나도 한때는 내 취향과 그것을 구축한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취향 또한 유통 산업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의 취향을 믿는 사람일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도 이유다. 둘째, 그러나 취향을 들여다봐야 한다. 모순되는 논리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의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실행에 옮기는 시간은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유행에 빠지거나 SNS에 올릴 사진을 고민하는 것과는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집 꾸미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참고서를 추천한다면?
라이프스타일 잡지들. 국내 잡지 중에서는 『볼드저널』과 직방이 함께 만드는 잡지 『디렉토리 매거진』이 핫하다. 일본 매거진하우스사의 『popeye』와 『Casa BRUTUS』도 좋은 참고서다. 특히 『popeye』는 도쿄뿐 아니라 런던, 스톡홀름 등 도시에 있는 작은 집들을 구경할 수 있어 좋다. 스페인 잡지 『aprtamento』도 숨김도 과장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집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잡지다.
집과 관련해 주목하는 장소가 있을까?
콘란 숍. 해외 여행 때마다 들르곤 했는데, 몇 해 전 서울에도 들어왔다. 그곳에서 부엌, 거실, 침실을 거쳐 식물 키우기 공간까지 둘러보면서 놀고 나면 ‘일상을 가꿔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충전된다.
책을 통해 ‘무언가를 사는 데 집념 어린 나날’을 보냈음을 고백했다. 살림 쇼핑에서 Don’t List가 있다면?
플라스틱 가구는 사지 않는다. ‘잠시 머물다 갈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기 때문이다. ‘묵호의 여인숙’ 같다고 할까. 두 번째 원칙은 ‘합리적인 가격’을 먼저 보지 않는다는 것. 가격 때문에 타협하면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을 곁에 두게 된다. 정말로 마음에 드는지 확신이 선 다음 가격을 확인하고 구입 여부를 결정하면 후회가 적다.
집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살림살이는 무엇일까?
집에서 주로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만인에게 도움이 될 물건은 매트리스. 수면의 질이 높아지고, 푹신하게 몸이 잠기는 행복감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한동안 독립 스트링을 장착한 고가의 매트리스가 유행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메모리폼으로 추세가 옮겨왔다. 그러면서 가격 장벽도 많이 낮아졌다. 부엌 살림살이 중에서는 칼과 도마만은 신경 써서 구입하길 권한다. 칼은 하나만 산다면 육류, 생선, 채소를 두루 다룰 수 있는 칼(흔히 일본어로 ‘산도쿠’로 표기한다)을, 도마는 플라스틱보다는 원목을 편으로 절단해 만든 것이 낫다.
『아무튼, 계속』에 쓴 ‘체크인한 호텔방’ 같은 집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 걸까?
호텔방 컨디션 유지를 위한 루틴은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결혼 전에도 지금도 퇴근 후 20분간 집 안을 정리하고, 아침에는 반드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욕실을 청소한다. 이렇게 하고 나면 퇴근 후 시간의 질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무엇보다 ‘해야 하는데’가 주는 불안감에 쫓기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시간은 요새의 제1 조건이다.
추천기사
정다운, 문일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