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유령이 선보이는 ‘최장수’ 인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 <오페라의 유령>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들죠!
글ㆍ사진 윤하정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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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에서 먼저 개막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이 드디어 서울 블루스퀘어로 무대를 옮겼다.  <오페라의 유령> 은 1986년 영국 웨스트엔드, 2년 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후 쉬지 않고 공연되고 있는 유일한 뮤지컬로, 전 세계 누적 관객 수만 1억4천만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2년 내한공연 이후 7년 만의 무대로, 당시 영어 프로덕션 역대 최연소 유령이었던 조나단 록스머스(Jonathan Roxmouth)와 호주 국립오페라단 출신의 클레어 라이언(Claire Lyon)이 각각 ‘유령’과 ‘크리스틴’으로 다시 만나 화제다. 부산 공연이 끝나고 재충전 중이던 두 배우에게 email로 안부를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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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의 유령> 으로 만난 한국


서울 공연 전까지 한 달 정도의 여유 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조나단  콘서트도 있고 할머니의 80번째 생신 파티도 있어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집에 왔어요. 제가 깜짝 등장하자 할머니가 우셨답니다.


클레어  저도 호주 집에서 지난 몇 주를 보냈는데 정말 좋았어요. 약혼을 했거든요. 약혼자와 함께 휴가를 즐기고, 가족들, 친구들과 축하 파티도 열었죠. 

 

한국이 아닌 곳에서 떠올려보는 한국의 첫인상과 부산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궁금합니다.


클레어  2012년 공연에 이어 다시 한국을 방문한 건데, 굉장히 진보적이고 현대적인 나라라고 생각해요. 부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폐막일인 것 같아요. 매일 성공적인 무대였지만, 마지막 공연을 마치고 나올 때 수백 명의 팬들이 선물을 들고 저희에게 인사하러 온 모습은 잊지 못할 거예요.


조나단  우리가 부산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았는데, 그때 바닷가에서 불꽃놀이를 즐기며 샴페인을 마셨던 기억도 나요. 무척 재밌고 즐거웠거든요. 그리고 한국은 정말 깨끗하고, 안전하고 친절한 나라예요. 무척 효율적이고요.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공연한 만큼 한국 관객들만의 특징도 보일 것 같습니다.


조나단  한국 관객들은 공연과 배우를 존중하는 마음이 대단합니다. 공연 중에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관객이 거의 없더라고요. 모두들 공연에 푹 빠져서 집중하는데, 이런 모습은 배우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레어  한국 관객은 공연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예의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적 감각이 매우 뛰어나고, 작품에 대한 열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거든요.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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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의 유령>  , 그리고 유령과 크리스틴


새로운 뮤지컬이 쏟아지는 지금도  <오페라의 유령> 이 사랑 받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클레어  성공적인 뮤지컬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멋진 음악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 상실, 연민 그리고 배신에 대한 스토리 라인, 거기에 화려한 의상과 세트, 멋진 안무와 영리한 연출까지 더해지죠. 관객들은 장면마다 다음 장면이 궁금할 거예요(웃음).


조나단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보편타당한 스토리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짝사랑을 하든, 서로 사랑하든, 모두 사랑과 관련이 있잖아요. 심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작품을 이해하고, 아마도 사랑에 빠지게 될 겁니다. 그리고 무척 아름다운 음악이 이 스토리에 순식간에 빠져들게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죠.

 

작품 전체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어떤 곡인가요?


조나단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이 나오기 직전 크리스틴 아버지 묘소 장면에서 나오는 바이올린 솔로요.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아요.


클레어  저는 극중극인 ‘돈 주앙의 승리’ 장면에서 ‘The Point of no return’을 좋아해요. 마지막 장면인 ‘지하미궁’ 바로 직전에 가장 감정이 고조되는 신이거든요.

 

30년 넘게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작품인 만큼 ‘유령’이나 ‘크리스틴’을 연기한다는 게 기쁘면서도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요.


조나단  물론입니다. 유령 캐릭터는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데, 저마다 ‘이 캐릭터는 어떻게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뚜렷해요. 그래서 배우는 ‘누군가의 기대와는 다른 유령’으로 실망감을 줄 수도 있어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제가 표현하는 유령에 대한 믿음은 있습니다. 제 마음에서 그대로 우러나온 유령이기 때문이죠.


클레어  크리스틴 역시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한 역할이에요. 왜냐면 정말 많은 사람이 이 공연과 캐릭터를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도 부담감을 잊고, 스스로 충실하게 캐릭터에 임하고 ‘그 순간’에 몰입하려고 합니다.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요.

 

역대 유령과 크리스틴 중 각각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누구인가요?


조나단  Michael Crawford. 영원히 마이클 크로포드일 겁니다.


클레어  호주의 1대 크리스틴이었던 Marina Priordy요. 그녀와 함께 일을 해봤는데, 정말 뛰어난 배우고 가수더라고요. 지금은 저의 소중한 친구이자 멘토가 되었답니다.

 

유령은 어떤 인물인가요? 어떤 면에서는 크리스틴보다 더 순수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조나단  맞아요. 유령은 내면 깊숙한 곳에 정말 연약한, 버려진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신의 마음과 감정에 대해 매우 방어적이죠. 굉장히 거대한 존재로 시작하지만 공연이 진행되면서 한 겹 한 겹 벗겨지고, 결국은 사랑을 갈구하는 상처받은 순수한 소년이 드러납니다.

 

직접 연기를 하면서도 이해 안 되는 면이 있을 것 같은데, 유령이 친구라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조나단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령을 연기하다 보니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친구라면 어떤 이유를 묻거나 조언을 하지는 않을 거예요. 받아들일 사람이 아니고, 그의 삶에서 그런 경험도 필요할 테니까요. 다만 그의 패션 센스가 뛰어나서 재단사 연락처는 물어보고 싶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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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도 상상을 많이 할 텐데, 크리스틴이 떠나고 유령은 어떻게 살았을까요(웃음)?


조나단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후속작인 <러브 네버 다이즈(Love Never Dies)>에서는 유령이 뉴욕으로 가지만, 제 생각에는 가슴앓이로 죽었을 것 같아요. 공연 끝 무렵 크리스틴이 그의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주는데, 아픔이 밀려와서 감당하기 힘들 것 같거든요.

 

유령을 떠나갈 때 ‘크리스틴’은 어떤 마음일까요?


클레어  많은 감정이 들 거예요. 후회, 혼란, 그녀가 맞는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 들 테니까요. 후속작에서는 크리스틴이 라울을 떠나 유령에게 돌아가잖아요.

 

유령이 라울처럼 평범했다면 두 사람 중 누구에게 더 끌렸을까요(웃음)?


클레어  분명 유령일 거예요! 하지만 그건 그녀의 시련 중 하나죠. 두 남자는 각각 다른 자질을 갖고 있고, 그녀에게 너무도 다른 종류의 사랑을 주거든요.

 

조나단 씨는 영어 프로덕션 기준 역대 최연소 ‘유령’ 기록을 지니고 있는데, 30대에 다시 만난 유령은 좀 다르겠죠? 


나단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까요. 그동안 가슴 아픈 일도 겪고, 많은 사람을 얻기도 잃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은 제가 더 많은 도구와 감정을 가지고 전혀 다른 배우로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2012년에 연기했던 유령과 지금의 유령은 많이 달라요. 스스로 더 많은 믿음과 자신감을 갖게 됐고, 그만큼 새로운 유령을 보여줄 수 있는 거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캣츠>, <에비타> 등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여러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 왔는데, 웨버 작품의 특징이 있다면요?


조나단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음악을 만듭니다. 그의 음악은 굉장히 기억하기 쉬워서 계속 흥얼거리게 되죠. 그래서 공연이 끝나도 마음에 남아요. 늘 당신과 함께 하는 음악이란 흔치 않죠.

 

클레어 씨의 경우 유령처럼 음악적으로 역량을 넓혀준 사람이 있을까요?


클레어  제 인생에는 많은 멘토가 있는데, 특히 호주 오페라단의 코러스 마스터인 마이클 블랙 씨를 잊을 수 없어요. 그는 당시 고작 20살이던 저에게 전속 계약을 제의했어요. 컴퍼니의 다른 가수들보다 12살 정도 어렸지만, 제게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했나 봐요. 무척 감사하고, 영원히 못 잊을 것 같아요.

 

 <오페라의 유령> 을 공연하면서 한국에서 겨울에 이어 봄, 여름까지 보내게 될 텐데요. 마지막으로 특별한 계획이나 바라는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나단  일단 서울 관객들을 빨리 만나보고 싶어요. 지난 2012년 투어 때는 참여하지 못했거든요. 서울 관객들이 정말 멋지다고 들었는데, 직접 확인하고 싶습니다(웃음). 그리고 등산을 많이 하고 싶어요. 산에 오르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떠오르거든요. 제가 자연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요.


클레어  서울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한 곳이고, 블루스퀘어에서 공연하는 것도 7년 만이라서 더욱 기대돼요. 저는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즐거운데, 이번에 서울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만큼 현지인처럼 생활해보고 싶어요(웃음). 만개한 벚꽃을 빨리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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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