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풍경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쌀쌀해진 날씨와는 대조적으로, 화려하고 따뜻한 장식으로 옷을 갈아입는 거리의 풍경과 어디에서나 흘러나오는 음악들. 간간히 지하철에서 들려오는 구세군의 종소리도 이 계절의 반가운 인사다.
국내 공연장들도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공연과 송년음악회, 제야음악회를 올리느라 분주해진다. 그 중 가장 티켓을 구하기 어려운 공연은 아마도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 아닐까 싶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이야기, 화려한 무대와 아름다운 의상과 춤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최고의 공연이다.
이와 더불어, 연말 음악회에서 빠질 수 없는 곡으로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있다. 이 곡은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연말에 더욱 자주 연주되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10년 넘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해외는 어떨까? ‘호두까기 인형’은 역시 세계 공통의 스테디셀러로 영국 로열 알버트홀에서도 연말에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특히 영국은 크리스마스 캐럴에 좀 더 진심인데, 영국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장인 로열 알버트 홀에서는 14일부터 24일 이브까지 무려 10일간 캐럴을 함께 부르는 ‘캐럴 앳 더 로열 알버트홀(Carols at the Royal Albert Hall)’ 공연을 올린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열리는 이 공연은 왕립합창단, 로열 필하모닉, 영국 국립 어린이 합창단 등이 영국 최고의 단체들이 참여하는데, 모든 관객들이 어글리 니트를 입고 연주자들과 다 함께 캐롤을 부른다.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는 빅밴드가 연주하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비롯, 한스 짐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로맨틱 홀리데이>, 영원한 크리스마스 고전 <나홀로 집에> 등의 필름콘서트 올려지는 등 12월을 위한 다양한 무대들을 선보인다.
우리를 위로하는 겨울을 위한 음악들
미국 카네기홀과 케네디센터에서도 12월에 다양한 공연들이 올라가는데 그 중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HWV. 56> 공연이 눈에 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해외 여러 공연장에서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올려지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다. 오라토리오는 성경 내용을 바탕으로 한 종교적 극음악으로,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헨델의 가장 유명한, 그리고 위대한 작품으로 꼽힌다. 시편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의 탄생과 삶, 수난을 그리고 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많이 연주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메시아 전곡을 들어보지는 않았어도 <메시아 HWV. 56> 중 ‘할렐루야’ 합창은 클래식 팬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들어봤던 익숙한 곡일 것이다.
여러 종교음악을 작곡했던 바흐는 성탄절에 연주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BWV. 248>를 작곡하기도 했다. 신약성경인 누가복음, 마태복음 내용을 가사로 총 6개의 칸타타로 이루어진 이 곡 또한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유럽 전역에서 연주되는 곡 중 하나다. 독일 쾰른필하모니 콘서트홀에서는 지난 12월 14일 이 곡을 무대에 올렸다.
물론 이렇게 진지한 오라토리오만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위해 작곡된 건 아니다. 멘델스존이 작곡한 ‘어린이를 위한 6개의 소품’은 크리스마스 소품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친척 아이들을 위해 작곡한 곡들이다. 원래 멘델스존이 크리스마스에 맞추어 출판하려고 했던 곡으로, 이 시즌에 어울리는 따뜻한 선율로 가득하다.
한편,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In the Bleak Mid-winter(이 황량한 한겨울에)'는 항상 최고의 캐럴 중 하나로 꼽히는 곡이다. 이 곡은 '행성 모음곡'으로 유명한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가 작곡했으며, 영국의 여류 시인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매우 인기 있는 캐럴이다. 앞서 언급한 킹스 컬리지 합창단도 자주 부르는 곡이다. 경건한 오른간 연주와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합창은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정화되는 듯 고요한 심상에 젖게 한다.
차이콥스키의 음악도 연말과 어울리는 작품들이 많다. 12월에 가장 많이 올려지는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을 비롯하여, 겨울의 풍광이 느껴지는 곡들이 많은데, 매서운 추위의 러시아의 DNA 때문일까? 차이콥스키의 낭만적인 음악들은 황량한 그러나 몽환적인 겨울의 드라마와 닮아있다. 그의 첫 교향곡인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 1번은 ’겨울날의 환상‘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서정적인 멜로디와 고요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 차아콥스키 특유의 멜랑꼴리한 선율이 인상적이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도 겨울에 듣기를 추천한다.
이렇듯 헨델, 바흐의 웅장한 오라토리오부터 멘델스존의 아기자기한 소품집, 차이콥스키까지 겨울과 닮아있는 음악들은 다양하다. 이 음악들이 공통점이라면 우리를 위로하고, 한층 따뜻하게 해준다는 것 아닐까?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음악들은 또다른 겨울의 마법이다.
연말연시 음악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길 바라며, 음악이 당신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길. 그리고 음악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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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점원 (뉴스레터 '공연장 옆 잡화점')
클래식 공연 기획사 '크레디아'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클래식 공연 기획자들이 직접 무대 비하인드 스토리와 음악,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