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고요를 찾고 싶나요?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거든 내면의 고요(stillness)가 반드시 필요하다.
글ㆍ사진 김수진(흐름출판 편집자)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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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홀리데이와는 『에고라는 적』  이후 세 번째 만남이다. 편집자로서 한 작가의 책을 계속 만들다 보면 그 작가의 생각의 깊이나 방향의 변화가 느껴지고는 한다. 『스틸니스』 번역 원고를 처음 받아 읽었을 때도 ‘이 사람 그때보다 좀 더 깊이 한 발 나아갔구나’ 싶었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에고라는 적』 에서 인생의 전환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면 에고를 경계하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스틸니스, 즉 내면의 고요를 찾아야 진짜 더 생산적이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번에도 여러 철학 학파와 종교, 공자와 세네카 등을 비롯한 고대 사상가들부터 케네디, 링컨, 처칠, 타이거 우즈, 안네 프랑크 등의 현대 인물에 이르기까지 자기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사례로 들어 자신의 생각을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언제나 스토아철학을 바탕으로 두루 깊게 파고들어가는 그다웠다.

 

유연하지만 강인한 정신, 단단한 마음, 흔들리지 않는 삶. 누가 그런 걸 꿈꾸지 않을까? 하지만 누구나 갖가지 일로 머릿속과 마음이 소란스럽고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나만 해도 이메일은 매일 수십 통씩 쏟아져 들어오고 검토해야 하는 원고가 여럿이다. 교정교열도 봐야 하고 기획 거리도 찾아봐야 한다. 진행되는 계약 관련된 일들도 챙겨야 하는데 마케팅팀에서 요청한 사항도 급해 보인다. 딴에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지만 사방에서 좀처럼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나와 회사의, 나와 상대의 우선순위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이 와중에 이상한(?) 문의전화 응대도 피할 수 없다. 분신술이라도 부리고 싶은 심정.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친구들의 재테크 이야기에 귀는 쫑긋거리기 시작하고, 가끔은 책만 만들고 있는 내가 너무 흐르는 대로 사는가 싶어 스멀스멀 불안이 피어오른다. 안팎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소음 사이에서 수시로 흔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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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는 라이언 홀리데이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지 더 궁금했다. 그가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모두 실존 인물들이었고 대부분 자기 업을 가지고 치열하게 살았던 만큼, 그들이 자기 안의 고요를 찾기 위해서 했던 일들은 뭔가 더 확실하고 특별한 방법일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들이 한 것이 일기를 쓰고, 취미를 가지고, 루틴한 일상을 만드는 것, 산책을 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하고, 관계를 유지하되 때로는 오롯이 홀로 시간을 보내는 일과 같은 것들이라니. 너무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것 같은데? 정말 이렇게만 하면 고요를 찾을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통찰력을 얻고 생산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나는 잠시 갸우뚱했다.

 

하지만 나는 곧 내 경험으로 라이언 홀리데이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올해 초부터 식물 키우기에 한창 빠져들어 몇 달 사이 집에 들인 식물이 꽤 많아졌는데, 그 덕분에 의도치 않게 하루가 루틴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식물들도 저마다 성격이 다 달라서 잘 들여다봐주지 않으면 아차 하는 사이에 잎이 마르거나 시들고 안녕을 고한다. 출근 전 퇴근 후에 식물들 상태를 살피고 필요한 것들을 해주는데, 돌봐야 하는 애들은 많다보니 이게 대략 못해도 각각 한 시간 안팎이 걸린다. 심지어 두 마리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터라 챙겨야 할 것은 더 많아진다. 덕분에 좀 부지런해졌고 식물과 고양이를 중심으로 다른 집안일들이 재편되기 시작했다. 물론 변칙적인 날들은 다 피할 수는 없어도 그게 전반적인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조금은 느슨하지만 분명한 규칙을 따라 하루가 단순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같은 하루가 특별한 어느 날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 이건 어디까지나 나와 동거하는 존재가 고양이 두 마리와 식물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그것이 가져온 변화는 꽤 컸다. 아침에 고양이 밥과 물을 챙기고 식물들을 한 바퀴 돌아보면 자연스레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됐고, 저녁에는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식물들을 돌보는 사이 낮 동안 속 시끄럽게 하던 일들이 잠시나마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쓰고 보니 좀 웃프다.) 한정된 시간 안에 해야 할 것들을 차례대로 해나가다 보면 몸은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안쪽의 부유물들은 천천히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식물을 키우는 건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이 들거나 스트레스가 되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전보다 평일의 낮이 좀 덜 부담스러워졌다. 라이언이 말한 바가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일상에서 각자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내면의 고요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업무 중에도 틈이 나면 그림을 그렸던 윈스턴 처칠처럼, 머리가 아플 때면 그저 집 밖으로 나가 산책을 했던 키르케고르처럼,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 지켰던 프레드 로저스처럼. 잠시나마 갸우뚱거렸던 고개는 끄덕거림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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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을 편집하고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조차도 이 책 한 권으로 삶이 엄청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내 경험으로 그의 이야기를 이해했고,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다. 이런 생각과 이런 상태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맛집은 다시 찾게 마련이고 좋은 건 다시 하게 마련이니 잠시 멈췄다가도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라이언 홀리데이는 이미 일기쓰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루에 몇 번을 쓰든 어떻게 쓰든 오직 중요한 건 그저 쓰는 것이다. 당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찾으면 그만이고. 이전에 쓰다가 그만 뒀다면 다시 쓰기 시작하면 된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건 누구에게나 어렵다. 중요한 건 오늘 다시 한 번 그 습관을 만들 시간을 내는 것이다.”

 

 

 

 


 

 

스틸니스라이언 홀리데이 저/김보람 역 | 흐름출판
분노를 이겨내게 하고, 주의를 산만하게 하지 않으며 위대한 통찰력을 발견하게 만든다. 행복을 성취하고 옳은 일을 하게 한다. 라이언 홀리데이는 이 책의 목적이 우리 안의 고요를 어떻게 끄집어내 활용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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