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출판사 편집장이자 그림책 전문 강사이며 그림책 서점 프레드릭 대표인 우리 작가 이루리와, 다양한 공예와 미술작업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작가 베르토시가 장장 8년만에 다시 만났다. 전생에 부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그들은 각자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서로 마흔 즈음인 2011년에 볼로냐 도서전에서 만났다. 서로 다른 영혼의 소유자들이 소울메이트가 되어 세 권의 그림책을 만들었다. 『까만 코다』 , 『북극곰 코다, 호』 , 그리고 『언제나 네 곁에』 까지. 눈물샘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감동 그림책의 탄생 이면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두껍게 덧칠하는 전통적인 오일 기법과는 달리, 캔버스의 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색상을 옅게 칠하고, 윤곽과 음영을 표현하기 위해 부드러운 연필을 사용한다는 베르토시. 그리고 이야기를 억지로 창작하지 않고, 꿈에 이야기가 찾아오면, 시간을 두고 그 이야기의 씨앗을 키워간다는 이루리. 우리는 그들의 ‘느린’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지난 해 한국에 다녀가셨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한국 여행은 저에게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소중한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었고, 독자들과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멋진 경험이었어요. 책을 만드는 일은 다리를 건설하는 것과 같습니다. 북극곰 출판사와 이루리 편집장, 그리고 이순영 대표와의 협업으로 견고하고 큰 마법의 다리가 만들어졌고, 그 다리를 건너 제가 한국에 있는 독자들에게 갈 수 있었지요. 정말 흥미진진한 일이지요. 한국의 문화, 역사 그리고 풍경들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한국을 다 알기에 8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았어요. 하지만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지금까지 이루리 작가와의 협업으로 코다 시리즈를 만들어 왔는데요. 어느새 세 번째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네 곁에』 이야기 원고를 받았을 때, 첫 느낌은 어땠나요?
코다 이야기는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까지 모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매 이야기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기고 저는 매번 감동을 받았지요. 저는 그저 코다 이야기가 멈추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네 번째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언제나 네 곁에』 를 읽자 마자 세상에 나와 독자들을 만나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기 곰 코다와 코다의 엄마가 ‘우리에게 소중한 것’에 대해 따뜻하지만 강렬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동안 다양한 작업을 해오셨는데, 어떤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즐거우시나요? 그리고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기대됩니다.
일러스트 작업을 할 때나, 조각을 만들 때나 사실 다 즐겁습니다. 모두 저를 표현하는 기회라고 느껴져요. 그래서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을 만큼 저에게는 소중한 작업들입니다. 최근에는 조각을 만드느라 좀 바빴답니다.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또 가끔 다른 활동을 하느라 그림 그리는 시간이 많지 않았답니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다양한 작품을 구상하고 있어요.
『언제나 네 곁에』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코다 시리즈는 모두 꿈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물론 시작은 책이었어요.
『까만 코다』 의 경우는, 북극곰의 약점이 까만 코라는 사실을 책에서 보고 구상이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결정적인 건 아기 곰이 엄마 곰의 코를 가려주는 꿈을 꾼 것이었어요.
『북극곰 코다, 호』 역시 실제로 엄마 곰이 아기 곰에게 입김을 호~ 불어준다는 사실을 책에서 보고 구상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결정적인 건, 꿈에서 아기 곰이 사냥꾼에게 입김을 호~ 불어준 것이었지요.
세 번째 이야기인 『언제나 네 곁에』 의 구상 역시 시작은 책이었어요. 엄마 곰은 임신을 하고 아기 곰을 낳고 아기 곰이 자라서 함께 사냥할 수 있을 때까지 길면 거의 8개월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을 책에서 보았어요. ‘엄마 곰의 지극한 모성애를 어떻게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진심으로 엄마 곰의 사랑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이기 곰 코다의 꿈을 꾸지 못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꿈 속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 엄마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을 거야.
- 엄마는 거짓말쟁이에요!
그건 분명 엄마와 아이의 목소리였어요. 직관적으로 두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저는 벌떡 일어나서 쏜살같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지구인에게』라는 제 이야기 작품집에 실었어요.
그리고 두 목소리의 주인공이 코다와 엄마라는 사실을 깨달은 건 다시 몇 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문득 우리는 겉모습이 다를 뿐 영혼의 존재라는 생각이, 두 목소리가 코다와 엄마의 목소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코다와 엄마를 주인공으로 다시 이야기를 써서 편집부에 보여줬어요. 그리고 베르토시에게 메일을 보냈지요. 다행이 베르토시도 제 이야기를 좋아했어요.
『까만 코다』 와 『북극곰 코다, 호』 독자들에게는 『언제나 네 곁에』 의 코다가 홀로 서야하는 상황이 가혹하게 와닿을 수도 있는데요. 가혹한 시련이 꼭 필요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인도에서는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병들고 죽는 일, 이른바 생로병사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여긴다고 해요. 너무나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이자 일상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는 없어요. 피하려고 할수록 불행해지지요. 저는 생로병사를 육체의 순환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이 육체의 삶보다는 영혼의 삶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서로의 영혼을 믿고 사랑한다면 삶은 더 풍요로워지고 죽음도 초월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북극곰 코다 시리즈 4편도 구상하고 계신가요?
그럼요! 아주 오래 전부터 구상이 시작되었고 몇 가지 이야기도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편집부로부터 계속 거절을 받고 있어요.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첫 번째 코다가 39번, 두 번째 코다가 44번 편집부로부터 거절을 받았어요. 세 번째 이야기는 7년만에 출간되었고요. 느리지만 아주 꾸준히, 제 숨이 멎는 날까지 코다 이야기는 계속될 거예요.
그림책 작가, 편집장, 강사이자 그림책 전문 서점 대표 등 그림책과 관련된 많은 일들을 하면서 그림책을 널리 전하고 있는데요, 혹시 그림책과 관련된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계신 게 있나요?
그 동안은 <이루리 볼로냐 워크숍>을 통해 새로운 픽션 그림책 작가들을 배출해 왔어요. 이제 <이루리 논픽션 워크숍>을 통해 논픽션 그림책 작가들을 양성할 계획이에요.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출판된 북극곰의 창작 그림책들을 애니메이션, 뮤지컬, 디지털 콘텐츠, 굿즈 등으로 변신시킬 계획이에요. 지금 저는 북극곰과 함께 아름다운 책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갈 분들을 찾고 있어요. 문화를 사랑하는 메세나와 투자 파트너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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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네 곁에이루리 글/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그림 | 북극곰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들은,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는 존재들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한다는 놀라운 진실과 진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그 이름, 사랑을 노래하는 그림책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