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쟁이 펭수, 그가 부른 노래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며 악기도 잘 다룬다. 펭수가 노래하는 '펭수쇼'는 매번 장안의 화제.
글ㆍ사진 이즘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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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남극에서 한국 교육방송 EBS로 건너온 10살 펭귄 펭수. 지금까지만 보면 그 꿈은 이루어진 것 같다. 1월 13일 기준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구독자는 184만 명. 영상 업로드만 했다 하면 순식간에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각종 영화 시사회에 참석하고, 외교부 등 정부 기관에 자유로이 출연함은 물론, 타 방송국에서도 '스타' 대우를 받는다. 2019년을 보내고 2020년을 맞이하는 제야의 종 타종식에까지 등장한 건 솔직히 좀 놀라웠다.

 

이 친구는 우선 귀엽다. 어린이들의 지지는 일단 확보했다. 그러나 귀여움만 믿고 가지 않는다. 교육방송 사장의 본명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고, 선배들의 잔소리와 훈장 노릇에 귀를 막는다. 밀레니얼 세대를 관통한, 기성 세대를 비꼬는 통렬한 반격이다. 여기에 '연습생' 실력도 모자라지 않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하며 악기도 잘 다룬다. 펭수가 노래하는 '펭수쇼'는 매번 장안의 화제. IZM 독자들에게도 매력쟁이 펭수의 이야기, 펭수가 부른 음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펭-하(펭수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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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Santa tell me'

 

연말이 되면 많이 찾게 되는 곡들이 있다. 제대로 히트만 친다면 매년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인지, 이른바 '시즌송'에 대한 유혹은 모든 팝스타에게 작용되는 듯하다. 그러나 1984년 발매된 왬 (Wham!)의 'Last Christmas'나, 그 10년 후 발매된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같은 고전들이 지키고 있는 차트 상위권을 뚫기란 쉽지 않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2014년작 'Santa tell me'는 그런 의미에서 강력한 곡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내년 이맘때까지 함께할 애인을 받고 싶다는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내용에, 방울과 실로폰, 캐치한 후렴구 등 정석적인 구성을 갖췄다. 새로움이 없기에 이 곡의 성공은 아리아나 그란데 개인의 파급력을 보여준다. 펭수도 그런 꾸준한 보편성을 꿈꾸며, 내년 이맘때까지 함께하고픈 사람들을 위해 이 노래를 불렀으리라. (황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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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 뉴먼(Randy Newman) 'You've got a friend in me'

 

2019년 여름날, 그때까지만 해도 '우주대스타'가 아니었던 펭수는 영화 '토이 스토리'의 테마곡 'You've got a friend in me'를 노래하며 세대를 이었다. 유년기 '토이 스토리' 1편을 보며 천진난만 웃음을 지었을 현 2~30대는 물론, 그 아들 딸들의 손을 잡고 극장으로 향했을 5~60대에게도 '난 너의 친구야'라 노래하는 10살 펭귄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각박한 현실 속 잊고 있던 순수한 마음에 위로를 건넸다.

 

'토이 스토리'의 힘 덕인지 지금도 대중은 이 곡의 주인공 랜디 뉴먼을 영화 작곡가로 기억한다. 실제로 랜디 뉴먼은 '토이 스토리' 이전에도 '래그타임', '미트 페어런츠' 등 영화음악으로 인정받은 상황이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서도 주제가와 더불어 시리즈 전체 사운드트랙을 담당했고, 'I will go sailing no more'와 'We belong together' 등의 창작곡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팝 팬들은 랜디 뉴먼을 싱어송라이터들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 기성 질서에 반하는 삐딱한 메시지를 선명한 개성의 멜로디에 실어나르던 가수로 기억한다. '삐딱함'에선 펭수와 통하는 점이 있다.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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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 임슬옹 '잔소리'

 

현 대중음악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는 아이유의 초기 대표곡. 2010년 여름 발매되어 그해 각종 음원 차트 정상을 휩쓸고 그에게 첫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 1위 자리를 안겨다 준 임슬옹과의 이 듀엣곡은 들으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힘을 가진 사랑싸움 노래다. 익살맞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노래하는 펭수와 그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는 회사 선배 뚝딱이의 합도 그 알콩달콩한 감성을 잘 살렸다. 그간 여러 유튜브 영상을 통해 어른들의 위계질서와 권위주의에 저항한 모습을 보이며 젊은 세대의 호응을 끌어낸 그인데, 아예 선배인 뚝딱이에게 펭수가 잔소리를 하게끔 맞춰진 이 무대의 역할 배분도 확실한 웃음 포인트였다. (이홍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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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 브라이슨(Peabo Bryson) & 레지나 벨(Regina Belle) 'A whole new world'

 

2019년 국내에서 영화 < 알라딘 >을 통해 크게 재조명된 1992년 피보 브라이슨(Peabo Bryson), 레지나 벨(Regina Belle) 원곡의 'A whole new world'. '마법의 양탄자를 태워 주'고 '찬란한 세상을 보여 주겠다'는 희망적인 가사가 대중의 마음을 흔든 이 곡은 1993년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선풍적인 호응을 끈 디즈니 대표 명곡 중 하나다. 남극에서 먼 길을 건너와 단숨에 거대한 스타덤에 오른 현 펭수의 신드롬과도 폭발적인 선호도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잘 맞는 듯하다. 자신의 인기를 증명하듯 그는 에이프릴의 이진솔과 완벽한 화음을 주고받으며 EBS < 보니하니 어워즈 > 무대에서 이 노래를 사람들에게 선사했다. (이홍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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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Queen) 'We will rock you'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는 단순한 박자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 도전과 저항에 대해 노래하는 'We will rock you'의 시대정신은 발매했던 1977년부터 지금까지 온전하게 남아 퀸의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로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다. 2018년 개봉한 < 보헤미안 랩소디 >가 성공한 원인엔 시간을 초월하여 모두를 가슴 뛰게 한 음악이 있기에 가능했다. 많은 아티스트에 의해 리메이크된 곡은 2019년 대한민국의 하반기를 책임진 펭수 역시 노래하게 만들었고 “우리가 너를 흔들어 버리겠다.”는 가사처럼 < 펭수쇼 >에서 어린아이부터 부모님까지 모두의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세대를 상관하지 않는 'We will rock you'의 생명력을 증명했다. (손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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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준(Lil tachi), 김호진(호치키스) '눈 (Prod. 기리보이)'

 

팬들이 펭수의 무대를 지켜보고 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를 직접 선정했던 < 펭수쇼 >에서 1등을 차지한 '힙합 펭수'가 부른 곡이다. < 고등래퍼 3 >에서 강형준(Lil tachi)과 김호진(호치키스)이 선보였고 경연 당시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후 2019년 3월 16일에 발매된 음원은 차트 10위권까지 기록하며 선전했다. 조금 거친(?) 느낌으로 커버된 펭수의 버전과 다르게 원곡은 선배들이 고급 브랜드를 말하며 '플렉스'할 때 두 명의 고등학생이 라면을 먹으며 꿈꾸는 화려한 미래를 노래하는 짠 내 나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기리보이의 밝은 비트 위에 얹어진 귀엽다 못해 순수하기까지 한 두 래퍼의 바람에 '눈 (Prod. 기리보이)'은 < 고등래퍼 3 >의 어떤 노래보다 좋은 성적을 남겼다. (손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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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운도 '삼바의 여인'

 

아, '삼바의 여인'이라니. 이 곡이 플레이리스트에 담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펭수가 같은 펭귄 태생인 '뽀로로'와 방궤를 달리함을 알 수 있다. 아동용 캐릭터가 트로트를 부르는 일이 감히 이전에도 존재했던가. 요들로 단련된 바이브레이션과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로 설운도의 곡을 능숙하게 소화하는 모습까지. 아무래도 이 귀여운 펭귄 친구를 단순 아이들의 전유물로 남기기엔 아까워 보인다. 세대를 아우르는 뻔뻔함으로 전 연령층 모두를 겨냥한 올라운더, 펭수. '삼바의 여인' 무대가 바로 그 증거다.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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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

 

"요즘 초등학생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초등학생도 엄청 힘들거든요?"1705년, 그러니까 300년 전쯤 헨델이 작곡한 '울게 하소서'는 2019년 펭수를 통해 다시 등장한다. 오페라 < 리날도 >에서 적군에게 납치된 공주가 '울게 하소서'를 부르며 자유를 갈구했듯, 영화 < 파리넬리 >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린 주인공 파리넬리 또한 그랬듯, 펭수도 '교감 선생님 풀장에 빠뜨린 SSUL'에서 아이들의 자유를 노래했다. 초등학교에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콘셉트의 10분 남짓한 영상 속, 펭수의 '울게 하소서'는 그야말로 열띤 사교육에 대한 풍자다. 이와 대조되는 화면 속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는 펭수의 큰 그림! 재미를 넘어서 쓴소리까지 마다하지 않는 펭수가 '진짜' 혁신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운동장 단상에서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열창하는 거대한 펭귄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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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비행기'

 

펭-하, 펭수 하이라는 뜻. 어린이용으로 등장한 아기(?) 펭귄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의 친구가 됐다. 10살이라는 설정이 무색하게 할 말 못 할 말 다 해버리는 패기, 냉소적인 말투에 담긴 따뜻한 응원. 덕분에 세상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어른들마저 펭수에 '입덕'했다는 후문인데. 그런 펭수의 최애곡이 거북이의 '비행기'라니! 닳고 닳은 목소리로 "철없을 적 내 기억 속에 비행기 타고 가요"라며 흥얼거리던 펭수는 그야말로 어른을 위한 동화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와 현재까지도 가장 무해한 가요로 손꼽히는 '비행기'. 이 노래만큼 펭수에게 어울리는 주제곡이 있을까.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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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나 멘젤(Idina Menzel) 'Let it go'

 

펭수가 이 노래를 택한 이유? 간단하다. 곡은 익숙하고 살짝 개사한 가사는 요즘 날을 소환한다. 일상에 지친 우리가 매일 가슴에 품고 사는 그 말 'Let it go'. '나를 내버려 둬!' 라 외치는 그의 커버는 '웃픈' 우리네 현실을 꼬집는다. 얼마 전 < 겨울왕국 2 >의 'Into the unknown'이 한 차례 인기를 끌었지만 이전 'Let it go'에 비할 바 못하다. 자그마치 빌보드 싱글차트 5위, 뮤직비디오는 2019년 기준 17억 뷰 이상 플레이됐다. 이외에도 25개국의 언어로 번역되며 사랑받은 노래. 이 곡이 이리 구슬플 수 있을지 누가 알았으랴. 현재까지도 꾸준히 많은 패러디를 생성 중이며 남녀노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대중가요'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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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비달(Daniele Vidal) 'Les champs-elysees'

 

한국의 작은 프랑스, 가평 쁘띠프랑스를 방문한 펭수가 거리를 걸으며 '오 펭젤리제'를 흥얼거리는 장면이 귀여워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른다. 10살 펭귄이 알 정도로 프랑스 하면 샹송이고 샹송 하면 '오 샹젤리제'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 곡에 대한 놀라운 사실 하나 있다. 바로 'Waterloo road'라는 영국 노래의 번안곡이라는 것. 1969년 조 다생이 발매한 이후, 프랑스의 또 다른 국가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우리는 사랑스러운 목소리의 다니엘 비달 버전으로 기억한다.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펭수는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낯선 이에게 말도 걸고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가사로 웃음과 힘을 실어준다. (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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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철 '아름다운 스위스 아가씨'

 

오디션 영상에서 펭수는 자신의 특기 중 하나가 요들송이라며 '스위스 아가씨'를 부른다. 소위 꺾기가 생명인 요들송을 멋들어지게 부른 펭수에게 심사위원들은 감탄하며 박수를 친다. 이 장면이 한국에서 요들송의 부활을 알린 역사적 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요들송은 중세 때부터 내려오는 스위스 알프스 지방의 민요로 험준한 산악지형 때문에 목동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멀리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외치는 신호로 자기 생각이나 경고를 전달했는데 이것이 요들의 시작이었다. 우리나라에 요들송을 알린 일등공신은 김홍철이다. 그는 1970년대에 요들송으로 채워진 앨범들을 시리즈로 발표해 요들송을 전파하는데 공을 세웠다. 김홍철이 1974년에 '아름다운 스위스 아가씨'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 노래는 오래전부터 스위스에서 불리어진 민요지만 이제 대한민국에서 요들송의 주인공은 펭수가 됐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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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러쉬(Crush) 'Beautiful'

 

제34회 골든디스크 어워즈에서 베스트 OST 부문 시상자로 남극에서 찾아온 자이언트 펭귄이 있었다. 시상에 앞서 분위기를 달구기 위해 그는 2016년 말에 시작해 화제를 낳은 드라마 < 도깨비 >의 OST 중 'Beautiful'을 불렀다. 2014년 1집 < Crush On You > 이후 크러쉬에게 높은 인지도를 선물해준 이 곡을 모를 리 없던 이 펭귄은 시상 부문의 시의성에 맞추면서도, 'It's a beautiful life/난 너의 곁에 있을게/It's a beautiful life/너의 뒤에 서 있을게'라는 짧은 구절의 팬들을 향한 가사로 관중에게 보답했다. 연습생이라기엔 너무나도 프로페셔널한 펭수, 그는 프로다.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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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