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여성의 몸, 스스로 알아 가면 좋겠어요 (G. 최혜미 한의사)
환자 분들이 몸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가셨으면 좋겠어요. 여자의 몸에 대해서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글ㆍ사진 김하나(작가)
201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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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값비싼 건강검진을 한다고 얻는 것도, 보약을 달여 먹는다고 생기는 것도, 개인 트레이닝을 받거나 마라톤을 하는 몸짱들만 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내 몸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건강한 삶은 시작됩니다. 여자가 자기 몸을 살펴야 하는 이유는 ‘엄마가 될 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내 몸’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루 한 달 흐름에 따라 변하는 내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심신의 불편함을 덜고 내 몸을 향한 자신감을 한 층 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최혜미 한의사의 책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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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최혜미 인터뷰어 편>


오늘 모신 분은 여성에게 꼭 필요한 ‘내 몸 돌보는 법’을 알려주시는 한의사입니다. 월경전증후군, 자궁근종, 난임, 출산, 완경 등 불편해도 물을 곳이 없어서 힘들었던 문제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주시는 분이에요. 최혜미 한의사님 모셨습니다.

 

김하나 : 원장님은 복약안내서를 너무 성실하게 쓰시잖아요.


최혜미 : 네, 제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예요.


김하나 : 제가 이걸 잘 알고 있는 이유는 제가 원장님의 환자였기 때문이죠(웃음).


최혜미 : 네(웃음).


김하나 : 아주 묘한 관계인 것 같아요. 항상 진료실에서 저를 상담해주셨는데, 지금은 제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나오셨어요. 청취자님들께 말씀드리자면, 제가 ‘(팟캐스트에) 제 주치의 선생님을 모셔야겠어요’라고 한 적은 없고요. 원장님의 첫 책이 나왔는데 출판사에서 <책읽아웃>에 섭외를 해주셨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알게 된 케이스였습니다. 복약 안내서 이야기를 더 하자면, 제가 원장님께 약을 짓고 난 뒤에 너무 감동했었어요. 복약 안내서에 약을 어떻게 데워 드시라는 내용도 있지만, 그 앞부분에는 저에게 보내는 편지로 되어 있어서 받고 깜짝 놀랐었거든요. 때로는 서너 장씩 있을 때도 있고... 처음 시작하실 때부터 복약 안내서를 그렇게 친절하게 꼼꼼하게 쓰셨어요?


최혜미 : 제가 상담을 조금 길게 하는 스타일인데...


김하나 : 상담도 엄청 길게 하시죠(웃음).


최혜미 : 데스크의 원성이 자자할 정도로 상담을 되게 상세하게 해요. 몸에 대해서 쭉 파악한 다음에 처방이 나올 수 있어서 굉장히 길게 열심히 이야기를 해드리는데요.


김하나 : 거의 우리 팟캐스트 분량만큼 하시잖아요.


최혜미 : 환자 분이 진료실을 벗어나고 나면 바로 잊어버리실 게 너무나 분명한 거예요. 왜냐하면 전문 용어도 많고 평소에 듣지 않았던 자신의 몸에 대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쓱 지나가는 게 저도 아쉽고, 환자가 나중에 한약을 받았을 때 ‘이 한약이 도대체 무슨 약인지, 몸에 무슨 작용을 하는지, 먹고 나면 어떻게 좋아지는지’ 알고 있으면 약을 먹는 보람이 훨씬 더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쓰기 시작했는데, 복약 안내서가 상담의 축약본인 셈이죠. 상담한 내용을 정리하고, 이 약을 먹으면 어떻게 변할 건지 안내하는 글이에요. 그런데 상담이 길수록 글도 점점 길어지는 효과가 있어요(웃음).


김하나 : 그래서 복약 안내서를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다음 약을 지을 때는 또 변해가는 추이에 맞춰서 안내서를 써주시니까, 제 몸에 대해서 이렇게나 꼼꼼하게 들여다 본 분이 편지를 써주시니까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환자들로부터 그런 이야기 많이 듣지 않으시나요?


최혜미 : 생각보다 많이 들어요. ‘그냥 무심하게 받았다가 편지가 있어서 놀랐다, 이런 데 처음 봤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요. 그런데 저한테도 그게 환자 분들과 계속 치료를 해나기에 되게 유리해요. 한 번 공부하면서 치료해나가는 거라서. 이 분이 몸에 대해서 알고 있고 이 약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고 계시면 다음 상담은 그렇게까지 길게 안 해도 되니까 약간 실리적인 입장에서 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쌓이면서 환자 분들이 몸에 대한 지식을 축적해가셨으면 좋겠어요. 환자 감동의 마케팅 측면도 있는데(웃음), 여자의 몸에 대해서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김하나 : 그 마음이 확장된 책이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가 아닐까 싶어요. ‘여자들이 자기 몸에 대해서 스스로 알고 공부했으면 좋겠다, 지식을 축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최혜미 : 네, 맞아요.


김하나 : 카카오 브런치에 칼럼을 연재하셨었죠. 그 내용이 묶여서 나온 게 이 책이고요. 그때 칼럼 제목이 ‘요즘 여자 건강 백서 : 달과궁 프로젝트’였는데, 홍보를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원장님이 계시는 한의원의 이름이 ‘달과궁 한의원’이잖아요. 이름은 누가 지었나요?


최혜미 : 제가 지었습니다(웃음). 사실 ‘달과궁’이라는 이름은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에서 따온 것인데요. 제가 그 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달의 궁전』 이라는 제목이 소설과는 상관없이 묘하게 여자를 연상시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한의원 이름보다 연재하는 칼럼의 이름을 먼저 정했고, ‘달과궁’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여자한테 의미심장하다는 식으로 생각이 발전됐어요.

 

김하나 : 예스24에서 12월 11일에 북토크도 있었잖아요. 건강에 관련한 이야기들로 채워졌나요?


최혜미 : 맞아요. 책의 내용에 기반 해서 건강에 관심 있는 분들이 오셨고요. 참가 신청을 받아 보니 ‘서른다섯이 얼마 안 남았어요, 서른다섯을 조금 넘었어요, 우리 딸이 서른다섯이에요’ 같은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주로 이 책의 제목이 지칭하는 연령대의 근방에 계시고 건강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이 오셨더라고요.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질문들을 많이 주셔서 그런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했습니다.


김하나 :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가 책의 제목인데, 서른다섯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


최혜미 : ‘서른다섯이라는 나이에 여자의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다룬 꼭지가 실려 있을 정도로, 서른다섯이 여자의 몸이 변하는 분기점이 되는 나이라고 봤어요. 한의학 공부를 하면서 기본적인 생리 병리 공부도 같이 병행을 하는데요. 서른다섯이라는 나이가 여자한테 제일 많이 언급되는 카테고리가 임신과 출산이거든요. 임신, 출산 항목에만 들어가면 서른다섯이 되게 무시무시한 나이로 나와요. 서른다섯이 넘으면 기형아 출산율도 높아지고 유산의 확률도 높아진다는 식으로 언급이 많이 되는데요. 제가 한의대를 늦게 들어가서 서른다섯이 임박한 나이였기 때문에 ‘서른다섯이 뭘 잘못했기에 이런 것이냐’라는 생각으로 이 나이를 파고들었어요. 서른다섯이 여성호르몬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나이예요. 그게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거고요. 보통 여성호르몬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임신, 출산, 생리 등 특별한 이벤트에만 영향을 미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여성호르몬은 기본적으로 가임기라는 시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몸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요.


김하나 : 책에도 그런 부분이 있었죠. 임신이라는 것은 일생에 몇 번 정도 있는 이벤트이고, 평소에는 (여성호르몬이) 여성의 몸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거잖아요.


최혜미 : 그렇죠. 사실 임신과 출산은 그냥 이벤트예요.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벤트이고 없을 수도 있고요. 그것에 초점에 맞춰서 여자의 몸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저는 불편하다고 생각하고요. 가임기라는 시기에 여자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여성호르몬이 미치고 있는 영향, 그 영향에 변화가 생기는 나이인 서른다섯, 이렇게 파악을 했어요.

 

김하나 : 35세가 넘어서 임신을 할 경우 ‘노산’이라고 이야기들을 하는데요. 책에서 ‘지금은 넷 중 하나가 35세 이상의 임산부이고, 이 말 자체도 생각을 조금 바꿔야 한다’고 하셨죠. 관점을 바꾸고자 하는 게 이 책의 아주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최혜미 : 맞아요, 거의 시작이자 끝이죠. 


김하나 : 여자의 몸을 꼭 아이를 낳는 기관을 중심으로 바라보거나 그 기관을 위해서 여자의 일생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관점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이루어져있고 임신이라는 이벤트를 떠나서도 몸을 어떻게 관리하고 같이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잖아요. 그 관점에 대한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최혜미 저 | 푸른숲
여성의 몸을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한의사가 되고 나서 여성의 몸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내 몸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증상을 살피고, 자신이 겪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마땅히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디오클립 바로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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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작가)

브랜딩, 카피라이팅,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광고, 퍼블리싱까지 종횡무진 활약중이다. 『힘 빼기의 기술』,『15도』,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등을 썼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