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만화? 모두가 보면 좋을 『걸크러시』
오늘날의 여성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면 의심의 여지 없이 꼭 읽고, 선물해야 할 책.
글ㆍ사진 엄지혜
2019.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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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만화

 

“멋진 내 딸들에게”로 시작되는 프랑스 만화가 ‘페넬로프 바지외’의 『걸크러시―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가 잔잔한 반응을 이끌고 있다.  『걸크러시』 는 2016년 1월부터 10월까지 프랑스 <르몽드> 공식 블로그에 매주 연재되어 5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 2019년 3월 현재 17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35만 부 넘게 팔렸다. 프랑스 젊은 독자층에게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페넬로프 바지외는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30인의 삶을 만화 『걸크러시』 로 재구성했다.

 

『걸크러시』 에 등장하는 여성 30인의 공통점은 모두 주변의 압력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의지로 삶을 꾸리기 위해 확고하고 의연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보다 커다란 역경을 마주하면서 더욱 강해지고 특별해진다.” - 페넬로프 바지외

 

『걸크러시』 에 등장하는 인물은 기원전 4세기의 산부인과 의사 ‘아그노디스’, 아파치 부족의 전사 로젠, 오늘날의 여성용 수영복을 고안한 수영 선수 ‘애넷 켈러먼’, 노년 여성의 생활 공동체를 만든 사회운동가 ‘테레즈 클레르’, 무민 시리즈의 ‘토베 얀손’ 등 사회의 요구나 주어진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규범에 맞서 싸워 삶을 개척한 사람들이다. 프랑스 서점상 사이트 ‘파주 데 리브레르(Page des libraires)’는 “오늘날의 여성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면 의심의 여지 없이 꼭 읽고, 선물해야 할 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페넬로프 바지외는 1982년 파리에서 출생, 파리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1년 수학 후,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에서 공부했다. 2007년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던 중 자신의 블로그에 일상을 담은 웹툰을 연재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 연재물을 엮어 블로그 이름을 딴 첫 책 『내 인생은 아주아주 찬란해』를 펴냈다. 2008년부터 『조세핀』 시리즈(전 3권)를 그리며 작품활동을 이어왔고, 이 만화를 원작으로 두 편의 실사영화가 제작되었다. 2010년 발표한 첫 장편 그래픽노블 『우아한 시체』는 이듬해 제38회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 공식 경쟁 부문에 선정됐고, 2013년 제40회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받았다.

 

지난 3월 22일, 페넬로프 바지외가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걸크러시―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의 출간 뒷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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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훨씬 단단하게 만든 작품

 

2016년에 10개월간 <르몽드> 공식 블로그에 연재할 당시, 프랑스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여성 독자와 남성 독자의 반응이 달랐나?

 

댓글에서 여성인지 남성인지는 알기 어렵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 응원이 많았다. 80세라고 밝힌 한 여성 독자는 “이런 여성의 이야기는 난생 처음 들어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악플은 많이 없었다. <르몽드>는 악플을 잘 관리하는 편이다. 아, 남성 이야기는 왜 나오지 않냐?는 질문도 있었다.

 

『걸크러시』 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꼽은 기준은 무엇인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주체적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20세기 백인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모든 시대, 모든 국가를 아우르는 여성상을 담아내는 것이 내 목표였다. 각자에게 주어진 여건 안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개척해 나갔는지 소개하고 싶었다.

 

인물을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


연재하기 몇 년 전부터 여성들의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 기회를 무척 기다리고 있었다. 평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존재한다. 미국에서 출간된 버전에는 책에 다루지 못한 30명의 여성 리스트가 실려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 한 명은 꼽는다면?


이 질문은 들을 때마다 답이 달라진다. 오늘은 '무민' 시리즈를 탄생시킨 만화가 토베 얀손을 꼽고 싶다. 나는 이 책을 쓰기 전까지 그가 여성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토베 얀손은 '무민'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었지만, 일이 즐겁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모든 걸 내려놓고 전기도 없는 오두막집에서 연인과 함께 살기를 선택했다. 나는 그의 삶이 무척 특별하다고 여긴다.

 

2019년 3월 현재 17개 언어로 번역됐다. 다른 언어로 표현된 『걸크러시』 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


놀랍다. 만화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언어가 다르고 모양도 다르니까. 한국어판도 무척 좋게 보았다. 한글은 아름다운 언어인 것 같다.

 

『걸크러시』 는  작가인 당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 작품을 연재하면서 내가 전보다 훨씬 단단해졌다고 느꼈다. 연재를 준비하는 동안 수많은 인물의 전기를 읽으면서 그들로부터 힘을 얻었고 같이 분노했으며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됐다. 그리고 2년 동안 이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걸크러시』 덕분에 특별한 인생을 경험했다.

 

내한해서 한국 독자들을 많이 만났는데, 어떤 인상을 받았나?


프랑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국도 여성들이 사회적 압박을 많이 받는 걸로 알고 있다. 한국은 미투 운동의 영향이 컸다고 들었는데, 프랑스의 경우 미투 운동이 한국만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 것 같다. 프랑스의 성평등 문제는 한국보다 덜 드러나 있다. 프랑스 남자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젠틀맨’ 이미지가 있지만 그 안에 문제점이 많다. 프랑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임금을 20% 덜 받는다. 가정폭력에도 많이 노출되어 있다.

 

프랑스 만화가들은 작품 활동을 순조롭게 하나? 수입이 안정된 편인가?


출판업계에서 만화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단행본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많은 만화가들이 생계를 안정적으로 꾸리긴 어렵다. 나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작가의 삶이 그렇듯 대부분의 만화가들의 삶이 녹록치 않다.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나 TV 시리즈가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내 만화의 두 작품도 영화로 제작됐다. 『걸크러시』 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후속작은 어떤 이야기인가?


소설을 기반으로 둔 초자연적 힘에 관한 이야기다. 큰 사이즈의 만화인데, 2020년 1월경에 프랑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젊은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다. 가능하다면 한국어로 번역되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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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크러시페넬로프 바지외 저/정혜경 역 | 문학동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간 그들의 삶의 태도와 삶의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며, 어쩌면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었거나 진취적인 면모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을 새롭게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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