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특집] 나이듦을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친근하고 실용적인 노년의 이야기를 만드는 두 곳의 출판사 대표에게 물었다. 왜 ‘나이듦’의 책인가? 우리의 노년을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글ㆍ사진 기낙경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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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리수/ 책읽는고양이 김현정 대표

:소노 아야코의 책을 시작으로 나이듦에 대한 에세이를 출간하고 있다. 지혜롭게 나이드는 다양한책을 펴냈고 최근엔 노년 생활을 위한 실용적인 팁을 담은 책을 출간하고 있다.

 

소노 아야코 책 『마흔 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 를 시작으로 나이듦에 대한 에세이를 시작했습니다.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몸이 안 좋아 회사에 못 나가고 집에서 쉰 적이 있었는데, 그때 검토했던 원고가 소노 아야코의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중년 이후가 되어야 추한 것, 비참한 것에서도 가치 있는 인생을 발견하게 되고, 또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문구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몸이 힘들어 일을 대하는 자세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에 대해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인생이 내 생각과 계획대로 탄탄하게 추진되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관점이 달라졌고 나이듦이 슬픔과 쇠퇴가 아니라 지혜와 충만함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나 자신부터 변화가 생겨 커다란 지혜의 안목을 경험한 셈이니 출간을 준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소노 아야코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는 '계로록(戒老錄 : 늙음을 경계하는 기록'입니다. 소노 아야코 글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소노 아야코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시아버지 이렇게 세 분의 노인과 함께 살면서, 계로록(@@@)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내가 늙으면 저렇게는 살지 말자는 생활밀착형 메모였던 셈이지요. 그리고 세 분 모두 임종 때까지 함께 살았으니, 계로록에 공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돌려 말하지 않는 돌직구 표현도 특징입니다. 내용도 거창하지 않은 생활 속 깨알 조언에 가깝지요. 명랑할 것. 자주 씻을 것. 입 냄새, 몸 냄새에 신경을 쓸 것. 화장실 사용 시 문을 꼭 닫고 잠글 것. 지나간 이야기는 정도껏 한다. 자주 버릴 것. 신변 소품은 늘 새로운 것으로 교체할 것. 화초 가꾸는 일만 하면 빨리 늙는다 등이 그렇습니다. 또 노년의 의미를 불어넣어주며, 죽음에 대해 담담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어 공감되고, 평범한 소재에서도 깊이 있는 본질을 보여주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80세나 넘는 나이에도 현역 번역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김욱 작가님의 『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 는 어떤 책인가요?


김욱 선생님과의 인연은 번역가와 출판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연세에 현역으로 일하시는 것도 특이했지만, 무엇보다 글이 좋았고, 적극적이신 데다가 애초에 문학 소년이셨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계셨습니다. 이보다 훌륭한 번역자가 있을까 싶었는데, 살아온 내력도 남달랐습니다. 은퇴 후에 한갓진 전원주택에서 글이나 끼적이며 쉬고 싶었던 분이 일흔을 앞두고 잘못 선 보증으로 전 재산을 날렸으며 그 울분으로 협심증까지 걸려 남의 집 묘막살이 신세로 전락했다는 겁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간절함으로 도전한 것은 번역이었고, 그 후 10년 동안 200권이 넘는 책을 번역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인생 후반에 겪은 성장통을 통하여 인생이란 언제든 늦지 않다는 지혜를 곱씹게 해주는 책이지요.

 

미나미 가즈코의  『늙지마라 나의 일상』 은 노년의 일상을 보내는 실용적인 지침들이 담겨 있다는게 인상적입니다.

 

나이듦에 대한 지혜를 담은 대부분의 책이 철학적인 데 반하여 이 책은 생활 지침서라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이 책에서는 옷을 입고 관리하는 방법부터 집안 정리, 자녀들과의 새로운 관계정립, 식생활, 운동요법, 자녀가 유산 때문에 다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실로 다양한 실용 지침을 담고 있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육아서를 읽는 것처럼, 자기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처음으로 겪는 노년의 삶을 위해 이런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 리수에서 출간하고 싶은 노년 관련 책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처음에 노년 관련 책을 낼 때는 저도 나이가 한창 젊었을 때라, 내가 읽을 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나보다 윗 연배를 위한 책이라 여겼었는데, 지금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꼭 노인만 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살아보는 오늘과 내일을 위한 책이라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독자이고, 배워두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장담합니다. 관심을 두고 있는 작가는 따로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누구나 양질의 콘텐츠만 있다면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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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는 사람들 이수미 대표

: 여성학자 박혜란의 50대, 60대, 70대를 기록한 에세이들로 인기를 얻었다. 우울하고 어두운 것이아닌 유쾌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보여주는 다양한 책들을 펴내고 있다.

 

예순 즈음의 일상 이야기를 엮은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 , 70대 페미니스트 할머니의 세대공감에세이인  『오늘은 난생처음 살아 보는 날』  모두 여성학자 박혜란의 책입니다. ‘나이듦’에 관한 주제로 그녀의 책을 출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박혜란 쌤과는 1996년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의 편집자로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인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쌤이 50대 중반에 여성신문에 ‘나이듦에 대하여’ 칼럼을 연재하셨는데, 제가 편집을 맡아 2001년에 같은 제목의 책으로 출간하여 크게 화제가 되었어요. 특히 ‘다른 사람에게 팔 것도 아닌 내 나잇값은 내가 마음대로 매기면 그뿐’이라는 박쌤의 주장은, 이름 옆 괄호 안에 적힌 나이라는 숫자로 개개인을 규정지어 버리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연령차별주의를 유쾌하게 비틀었죠. 그때만 해도 나이 듦을 주제로 한 책들이 거의 없어서, ‘나이 듦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국내 최초의 책’이란 평가를 받은 기억이 납니다. 
 
박혜란 선생님의 글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박쌤과 모두 8권의 책을 내왔는데, 놀라운 사실은 한 번도 원고 마감을 어기신 적이 없다는 거예요. 마감에 사는 기자 출신이라는 점도 한몫 했겠지만, 그보다는 쓰기로 작정하고 집필에 들어가면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쌤의 글쓰기 스타일에 요인이 있는 것 같아요. 술술 맛깔나게 읽히는 글을 어쩌면 그렇게 후딱 써내려갈 수 있을까 궁금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 와 드는 생각은 그분의 삶과 글이 일치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구를 가르치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는데다, 관습과 통념에 매이기보다는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오신 분이다 보니 글 또한 살아온 대로 써질 수밖에 없는 거죠. 독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나 함께 여행을 할 때도 어른으로서 권위를 세우려고 하거나 훈계 비슷한 말을 하신 적이 없어요. 늘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고 격려해주며,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지 않으니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죠. 
 
『그림 수업, 인생 수업』 은 인생 후반을 그림으로 연 전직 CEO의 그림수업 이야기입니다. 생의 후반에 좋아하는 취미를 발견해 얻는 즐거움이 인상적인데요. 어떤 점에 끌려 책으로 출간하게 되었나요?

 

저자 김준희 선생님은 제가 신참 편집자일 때 편집국장이셨고, 편집자 출신으로 중견기업의 CEO까지 된 화려한 경력을 갖고 계신 분이죠. 김쌤이 몇 년 전 은퇴를 하시고 홍대 앞 화실에 다니며 가끔 화실에서 가까운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차를 드시곤 했어요. 오실 때마다 그리고 있는 초상화를 보여주시며 어떻게 그림을 배우게 되었는지, 왜 만델라 같은 인물을 그리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주셨죠. 한 달에 한 번씩은 가졌던 사무실 차담이 자연스럽게 초상화를 담은 에세이를 내자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머리칼이 희끗희끗해진 인생 2막에 어릴 적 꿈의 씨앗을 잊지 않고 화실 문을 두드려 보는 용기, 그림 실력이 늘지 않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조금씩 그려가다 보니 ‘망친 그림이라는 것은 없고 조금 그리면 좋아지는 그림이 있을 뿐’이라는 삶의 지혜를 얻어 가는 과정이 독자들에게도 감동을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만의 ‘나이듦에 관한 책’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편집자로 살아온 지 30년이 됐는데, 다행스럽게도 제가 살면서 관심을 갖게 된 주제를 제가 만드는 책에 담아왔던 것 같아요. 첫 아이를 키울 때 잠시 유아 도서를 만들 기회가 생겨 그림책의 매력에 푹 빠지기도 했고, 30?40대는 인문사회 교양서를 만들며 당대의 이슈들을 다루었죠. 오십을 넘기니 관심사는 자연히 노년의 삶, 세대 간 소통으로 이어졌습니다. 흔히 나이가 들면 여유롭고 지혜로워진다고들 하는데 꾸준한 인격 수행이 없이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접받고 싶어 하고 가르치고 싶어 하는 강퍅한 어르신들이 주위에 얼마나 많나요? 세상이 규정하는 나잇값에 매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며 사는 분들, 먼저 살아봤기 때문에 후배들을 더 잘 이해하고 격려해 주는 진짜 어른의 삶을 보여 주는 것을 저희 책의 특징으로 꼽고 싶습니다.

앞으로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서 출간하고 싶은 노년 관련 책의 방향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낸 책들이 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일반론을 말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행복한 노년의 삶을 위한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들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지금 만들고 있는 책은 33년 동안 기자를 하다 퇴사한 후 정원가꾸기를 하면서 놀고 있는 서화숙 쌤의 책입니다. 어려서부터 학교도 빼먹고 숲 속에서 놀기를 좋아했던 서쌤은 그동안 일만 하며 사느라 그토록 좋아했던 놀기를 잊고 살았답니다. 지금은 마당을 가꾸기 위해 식물을 키우고 탐구하는 일뿐 아니라 중고 재봉틀 사서 옷 만들기, 술 빚기 등으로 하루가 짧다고 하네요. 놀면서 살고 싶은 대로 살게 되니 불안하지도 불편하지도 않게 되었답니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놀 것!’ 어떻게 하면 재밌게 놀 수 있는지가 곧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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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