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특집] 올여름, 고독한 채팅방에서 방콕 해볼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책’ ‘독서’라는 키워드를 치면 수많은 방이 뜬다. 방마다 들어찬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책 이야기를 나눈다. 이 중 ‘고독한 독서방’을 체험해봤다.
글ㆍ사진 기낙경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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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는 ‘고독한 채팅방’이었다. 트렌드에 발 빠른 후배가 어느 날 휴대폰을 보면서 키득거리고 있길래 대체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다름아닌 ‘고독한 박명수’란 채팅방이었다. 카카오톡의 오픈 채팅은 서로 낯 모르는 사람끼리 채팅을 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인데, 고독한 채팅방은 좀 독특하다. 소위 짤(인터넷에서 ‘사진’을 일컫는 은어) 전용 게시판처럼, 고독한 채팅방은 메시지 대신 이미지로만 소통하는 채팅방이다. 이를테면 ‘고독한 박명수’ 방은 박명수와 관련된 온갖 사진을 올린다.

 

고독한 채팅방 중에 독서와 관련한 채팅방이 있다는 얘길 들은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독서에 목말라 있었나 할 정도로 수십 개의 고독한 독서 채팅방이 개설돼 있었는데, 무작정 호기심에 여러 개의 채팅방을 들어가봤다. 이들 대부분은 공개 채팅이었으나 간혹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다만 그 비밀번호가 베스트셀러 1위 도서의 ISBN 뒤 네 자리 등으로 간단해서 찾는 데 그리 어렵진 않았다. 채팅방에 입성하니 예전 같으면 입장하자마자 “림 안녕하세오” “어섭셔”란 인사말이 올라올 타이밍에 다들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이 없어서 조금 뻘쭘했다. 아니나 다를까, 입장하자마자 5~10분을 못 버티고 퇴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일전에 고독한 채팅방을 경험해봤기에 망정이지, 초보자였다면 나 역시 들어와서 ‘왜 아무도 말을 하지 않지?’라고 생각하고 나갔을지 모른다. 이 낯섦을 이기지 못하고 인사를 하거나, 키보드로 글자를 쳐서 말을 건다면? 돌아오는 건 방장의 단호한 퇴출이다.

 

다른 고독한 채팅방과 비교해 고독한 독서 채팅방의 특징은 평일 낮에는 거의 활동이 미미하다가 출퇴근 때와 일과 후 저녁 시간, 주말 등 쉬는 시간에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올라오는 사진은 당연하게도 책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인데, 소설, 에세이, 시, 자기 계발서부터 만화,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에서 캡처한 도서 관련 내용까지 다양하다. 책 제목을 묻는 사람은 기본, 여름휴가에 어울릴 만한 도서를 추천해달라는 사람, 요즘 어떤 출판사의 선물이 좋은지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 새벽 2~3시에 잠자리에서 책 읽는 모습을 올리는 사람 등 저마다 다양한 개성의 사진이 올라온다. 이처럼 고독한 독서 채팅방은 독서와 관련한 채팅이지만, 반드시 책뿐 아니라 책과 관련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곳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한 독서 채팅방은 지금 책을 소비하는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고 읽는지 궁금하다면 고독한 독서 채팅방에 가면 된다. 또 자극적인 이미지와 문구가 시도 때도 없이 범람하는 요즘, 다양하고 인상적인 글귀를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얻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채팅방에 올리기 위해 방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오래된 책을 뒤적이며 좋은 글귀를 찾는 즐거움이 하나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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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용하나

 

1단계 카카오톡을 켜고 채팅 탭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우측 하단에 있는  ‘+’ 버튼을 누르면 오픈 채팅 탭이 팝업된다. 2단계 오픈 채팅 탭을 누르면 오픈 채팅 홈페이지가 나오는데, 우측 상단의 돋보기 버튼을 누른 다음 채팅방 이름에 ‘고독한 독서’ ‘고독한 책’ 등으로 검색한 뒤, 마음에 드는 채팅방으로 입장한다. 3단계 책과 관련해 직접 촬영했거나 캡처한 다양한 사진을 올린다. 4단계 고독한 채팅방에서 대화는 원래 불가하지만, 텍스트콘이나 본인이 채팅한 글을 캡처해 이미지로 올리는 건 허용한다. 텍스트콘 이용법은 화면 하단 우측의 ‘#’ 을 누르고 텍스트콘이라고 친 후 돋보기 버튼을 누르면 텍스트콘 화면으로 넘어가는데, 여기서 글자를 입력해서 올리면 된다.

 

 

참여자 수는 몇 명일까

 

현재 카카오톡 오픈 채팅에서 독서, 책과 관련한 유명한 고독한 채팅방은 고독한 독서인, 고독한 글귀, 고독한 독서가, 고독한 독서회, 고독한 문학, 무작정 책 읽기 등 수십 개에 달한다. 우선 참여자 수로만 따지면 고독한 독서인과 고독한 글귀는 800명 정도로 가장 많은 참여자 수를 자랑하는 곳이며, 다음으로 고독한 독서가와 고독한 독서회는 평균 300~400명 후반대의 참여자 수를 기록한다. 이들 채팅방은 참여자에 따른 채팅 빈도가 높고 낮음의 차이만 있을 뿐, 전반적으로 그 분위기는 비슷하므로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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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낙경

프리랜스 에디터. 결혼과 함께 귀농 했다가 다시 서울로 상경해 빡세게 적응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시골은 좀 다를 것 같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