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사는 개구리 씨는 내게 고민을 털어놓고 옷을 선물 받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고도 했습니다. 혹시 할 수 있다면, 다음 생일에 엘비스 프레슬리의 무대 의상을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요.
주인공 화가는 집주인 개구리 씨와 10년을 함께 살면서 열 벌의 옷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깨달았지요. 자신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사실을요. 그리고 상대의 바람을 담은 옷을 만들어주는데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주인공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를 깨닫고 나서야 별 볼일 없었던 화가 일을 집어치우고 의상실 간판을 내걸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엘비스 의상실> 이라는 이름의 의상실을요.
개구리 씨는 주인공이 만들어 준 옷을 입고, 대학생활도 하고 취업 준비도하고 데이트에서 차이기도 하다, 결국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는 혼족이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찾으려 애쓰면서 고군분투하며 세상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별이 반짝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개구리 씨는 살아있을 때 입어보지 못한 엘비스 무대 의상을 입고 무대에 섭니다. 이 모습은 주인공 아가씨의 눈에만, 그리고 나중에 인화된 폴라로이드 사진 속에만 남게 되었지만 말이에요. 말도 안되는 일을 믿고 응원해주는 ‘말없는 이해의 힘’은 믿기 어려운 일들을 만들어냅니다. 따뜻한 격려가 담긴 엘비스 의상실의 옷을 여러분들도 입어보세요. 팍팍한 세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최향랑(그림책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