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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음악하는 아이돌의 진짜 이야기 - 서효인 시인

박희아, 『아이돌의 작업실』
오직 책에만 있는 음악하는 아이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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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일도 신곡은 발표될 것이고, 새로운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 어떤 아이돌은 작업실에 틀어박혀 음악을 할 것이고. 그들의 다음 스탭은 다행이고 영광이다. (2018. 07. 06)

 다섯명의 아이돌.png

다섯 명의 아이돌

 

 

아이돌 음악을 즐겨 듣는다. 그래서 누군가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어오면 당연히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어떤 음악을 듣느냐는 추가 질문에서 세븐틴의 <박수>나 오마이걸의 <비밀정원>을 이야기하면 그때부터 분위기는 싸하게 식는다. 내가 하는 말이 재미없는 농담이라 생각하고 억지로 웃어주거나, 지금 나를 놀리나 싶어 눈을 흘기거나, 나도 걸 그룹을 좋아한다며 과한 포즈를 잡거나. 어떤 부류든 대화할 준비는 되지 않은 상태다. 나는 아이돌 음악으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을 뿐이다. 그것을 수준 낮은 유행이나 질 낮은 상품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과 길게 음악 이야기를 나눌 자신은 없다. 그럴 시간에 엊그제 발표된 음원의 뮤직비디오나 보는 게 더 생산적일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음악 이야기는 주로 주말에 <인기가요> 같은 것을 틀어놓고 혼자 궁시렁거리는 것으로 대체하거나 박희아 기자의 글을 찾아 읽는 것으로 대신한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사회문화적으로 보다 진전된 방식일 것이다. 그런 박희아 기자가 신간을 냈으니, 할 말이 오억 개쯤 되는 친구를 백 년 만에 만난 것 마냥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스스로 음악을 만드는 아이돌의 오늘”이라니. 소속사에 의해 상품으로 기획된, 시키는 것이나 잘하는, 음악적 깊이 같은 것에 관심이 없을, 좀 생겼고 꽤 추는…… 등등의 악의적 편견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나는 박희아 기자와 대화를 진지하게 준비했다. 책에 나온 아이돌의 음악을 찾아듣고, 최근 활동하는 아이돌 중에 작사 작곡에 능한 아티스트를 찾아봤다. 그리고 책을 펼쳤다.

 

K-POP라고 부르는 아이돌 음악이 세계의 음악적 트렌드를 이끌고 있으며, 지리적 문화적 차이를 무화시키는 글로벌한 콘텐츠가 되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그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만드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여러 국적을 망라한 작곡자 그룹이 있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콘셉트가 결정되고, 아이돌은 그것을 노래와 퍼포먼스로 실현시킨다. 철저하게 산업적이면서도 동시에 창의력을 요하는 이 과정에 있어 항상 결과물로만 존재할 것이라 여겨지던 아이돌이, 이제는 창작자 역할까지 면밀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가수에게 창작자의 롤을 요구하는 일은 <서태지와 아이들> 시대 전후로 형성된 우리나라 특유의 정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는 K-POP을 지엽적 문화나 컬트적 놀이가 아닌, 스토리를 가진 콘텐츠로 기능하게 한다. 스스로 창작한다. 그것을 표현한다. 예술의 기본적 원리를 한국의 아이돌 중 일부는 체득하여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체득과 실현에 능한 다섯 아이돌의 목소리가 있다. 세븐틴의 우지, EXID의 LE, 빅스의 라비, B.A.P의 방용국, 블락비의 박경의 목소리들은 인터뷰어 박희아의 준비된 질문을 따라 아이돌 음악의 이곳저곳을 유려하고 성실하게 헤엄쳤다. 각기의 개성이 뚜렷한 다섯 명의 인터뷰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파동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동일한 흐름을 지니지만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몸피를 변화시키는 박희아 기자의 질문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각 그룹의 색깔을 섬세하게 구분하고 있기에 우지에게는 우지의 질문이, 박경에게는 박경의 질문이 제 옷처럼 자연스럽다. 그에 따라 대답하는 사람도 우리가 흔히 아는 로봇 같은 언론 제출용 답변이 아닌, 진짜 스토리를 입 밖으로 내보내는 듯했다. 세븐틴 멤버가 모여 있는 회의실의 장면, 마이크로닷에게 전화를 거는 라비의 모습, 시집과 산문집을 읽는 방용국의 표정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소파에 앉아 <인기가요>를 감상할 때는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신곡 뮤직비디어나 티저 영상에도 물론 없다. 오직 책에만 있는 것이다.

 

좋고 나쁨의 기준을 의미없게 만든 다섯 인터뷰였지만, 개인적 취향과 관심에 따라 굳이 인상적인 꼭지 하나를 고르라면 EXID의 LE 인터뷰였다. 다른 네 아이돌은 프로듀싱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LE 또한 곡 작업을 한다는 건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저 LE가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데 나와서 고생하고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었을 뿐이다.(지금 이 순간까지도 필자에게는 <포미닛>의 전지윤, <원더걸스>의 유빈 같은 아이돌이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랩은커녕 음악 활동 자체가 위축되어 버린 것에 대한 크나큰 섭섭함이 있다.) 고등학생일 때 바스코, 베이식, 언터처블과 함께 공연을 하고, 스무 살이 되어서는 가이드 녹음을 한 돈을 술을 먹는 데 다 쓰고, 아이돌이 되었지만 쉽게 뜨지 못해 멤버들과 눈물의 짜장면을 먹고, <위아래>로 역주행에 성공, 지금의 위치에 올랐으며, 현아의 곡을 프로듀싱하고…… 음악을 중심으로 한 성장 영화의 시나리오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이야기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아이돌을 떠나서, 여자는 하면 안 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 ‘하면 안 됨’의 강요 때문에 그녀의 음악 활동이 덜 알려진 게 아닐까. 심지어 <위아래>, <아예>, <내일 해> 같은 히트곡의 작곡자인데 말이다. 뒤늦었지만 LE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이제 LE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각 아티스트마다 할애된 화보도 퀄리티가 높다. 특히 감자칩을 입에 물고 작업실 책상에 앉아 있는 우지의 사진, 뒤에 보이는 종이컵이며 구겨진 종이며, 휴지며 하는 것들, 책의 제목과 잘 어울리는 베스트 컷이었다. 멤버들의 작업실을 회사에서 마련해준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아이돌의 창작이 소속 그룹과 회사의 성장에 분명한 도움이 된다는 뜻일 테고, 그들의 작업이 앞으로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는 의미도 함께 있을 것이다. 아이돌에게는 미래가 있다. 당장 내일도 신곡은 발표될 것이고, 새로운 무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 어떤 아이돌은 작업실에 틀어박혀 음악을 할 것이고. 그들의 다음 스탭은 발걸음을 목격할 수 있음에 다행이고 영광이다.

 

아이돌 음악을 즐겨 듣는다. 음악 좀 아느냐고? 아니, 나는 음악을 사랑한다. 이 사랑은 반영구적으로 갱신될 것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아이돌이 있기에, 그 아이돌들의 작업실이 있기 때문에.

 

 

책의 에필로그는 샤이니 종현을 기리는 문장들이다. 나 또한 지금 K-POP과 아이돌 음악에게 단 하나 아쉬운 점은, 종현의 다음 걸음을 볼 수 없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자랑스러운 점은 뮤지션 종현이 우리에게 있었다는 사실 자체다.  

 

 


 

 

아이돌의 작업실박희아 저 | 위즈덤하우스
아이돌이라는 독특한 직업군에 속할 뿐, 직업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른 청년들과 똑같은 사회인이자 최선을 다해 커리어를 만들어가려 애쓰는 직업인들이라고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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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효인(시인, 문학편집자)

아이돌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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