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각(色覺) : 우리는 색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우리가 사물에서 보는 색은 정확히 말하자면 사물의 색이 아니다. 사물이 반사하는 스펙트럼의 영역이다.
글ㆍ사진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2018.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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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은 세계의 인식을 위한 기본 요소다. 눈에 잘 보이는 재킷, 브랜드의 로고, 눈,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피부를 떠올려보라. 하지만 정확히 어떤 원리로 우리는 사물을 보는 걸까? 잘 익은 토마토나 녹색 물감에 시선을 고정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사물의 표면에서 빛이 반사되어 눈으로 들어오므로 우리는 볼 수 있다. 14쪽의 다이어그램에서 볼 수 있듯 가시 스펙트럼은 전체 전자기 스펙트럼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사물마다 다른 파장의 가시광선 스펙트럼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므로 다른 색깔을 띤다. 토마토 껍질은 대부분의 단파장 및 중파장을 흡수한다. 파란색, 보라색, 녹색, 노란색, 오렌지색이 여기 속한다. 그리고 남은 빨간색이 우리의 눈을 거쳐 뇌에서 처리된다. 따라서 우리가 사물에서 보는 색은 정확히 말하자면 사물의 색이 아니다. 사물이 반사하는 스펙트럼의 영역이다.


빛이 눈으로 들어오면 수정체를 거쳐 망막을 자극한다. 망막과 수정체는 안구의 뒷면에 있으며 추상체와 간상체라고 일컫는 감광세포로 들어차 있다. 그중에서 추상체가 시각의 큰일을 도맡는다. 각 안구에 12억 개의 추상체가 존재하는데, 엄청나게 민감할 뿐더러 빛과 어둠의 구분도 담당한다. 하지만 색깔의 구분은 주로 간상체가 한다. 간상체는 추상체만큼 많지는 않아서 각 수정체마다 600만 개 가량이 있는데, 대부분은 황반이라 일컫는 작은 중심점에 모여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 가지 다른 간상체를 지니는데,2 각각 440, 530, 560나노미터로 다른 파장의 빛에 맞춰져 있다. 추상체의 3분의 2가량이 긴 파장에 맞춰져 있으므로 인간은 스펙트럼에서 차가운 색보다 따뜻한 색―노란색, 빨간색, 오렌지색―을 더 잘 볼 수 있다. 세계 인구의 약4 .5퍼센트가 간상체의 결함 탓에 색맹이거나 색약이다.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색맹이나 색약은 대체로 유전이며 남성에게 더 많아 12명에 1명꼴이다. 한편 여성은 200명에 1명이 색맹이나 색약이다. ‘정상’적인 색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빛으로 간상체가 활성화되었을 때 신경계를 거쳐 뇌로 정보를 전달하고, 이를 색으로 해석한다.


얼핏 간단하게 들리지만 색의 해석 단계는 상당히 혼란스럽다.


색깔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지, 또는 오직 내면의 징후인지 여부를 놓고 17세기부터 뜨거운 형이상학적 논쟁이 벌어졌다. 2015년, 소셜 미디어에서 파란색과 검정색(아니면 흰색과 금색?)의 드레스를 놓고 벌어진 난리법석은 인간이 모호함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보여준다.


같은 드레스를 놓고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색깔을 봄으로써 뇌의 사후 색 처리 과정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인간의 뇌가 대체로 환경광―예를 들어 햇빛이나 LED 전구―과 재질의 신호를 수집해 단서로 삼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서를 통해 무대 조명에 색 필터를 갈아 끼우듯 인식이 미세하게 조정된다. 사진의 낮은 질이나 드레스 착용자 피부색 등의 단서 부족 때문에 인간의 두뇌는 환경광에 의존해 색을 짐작한다. 일부는 드레스가 강한 빛에 들떴음을 직관한 두뇌가 색깔을 더 어둡게 조정해 받아들인다. 반면 다른 이들은 드레스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믿어 두뇌가 색깔을 더 밝게 조정해 받아들이는 한편 그림자 같은 파란색을 걷어낸다. 인터넷 세계에서 같은 이미지를 보면서 다른 색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컬러의 말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저/이용재 역 | 윌북(willbook)
매일 색을 다뤄야 하는 사람이라면 색에 대한 깊은 영감을, 색과 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색을 제대로 이해하는 안목을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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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각 #컬러의 말 #스펙트럼 #간상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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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기자, 작가. 2007년 브리스톨 대학교를 졸업하고, 옥스퍼드에서 18세기 여성 복식사와 무도회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코노미스트>에서 ‘책과 미술’ 담당 편집자로 일하며, <텔레그래프>, <쿼츠>, <뉴 스테이트먼> 등에 글을 기고했다. 2013년 <엘르 데코레이션>에서 연재했던 칼럼을 정리한 책 <컬러의 말>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