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이 정도면 과학적으로 살아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가 꿈꾸는 과학관은 관람객이 실패를 경험하는 곳이다. 누구나 과학을 직접 해보면서 그것이 대단한 누군가를 위한 학문이라 느끼는 대신 과학과 가까워지는 곳이다.
글ㆍ사진 박형욱(도서 PD)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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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어렵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하는 책이 있다. 저자는 과학자다.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은 생화학을 전공했고, 곤충과 식물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했고, 과학사를 강의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과학이 어렵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과학의 어려움'과는 다른 것 같다. 에잇, 하고 돌아서려는데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다만'이다. 그가 이 책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제목 뒤에 숨어있을 것이다.

 

책은 감기나 늦잠과 같은 일상의 친숙한 주제부터 민주주의나 존엄한 죽음처럼 우리가 함께 생각해야 할 묵직한 문제들까지, 특별한 경계를 두지 않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로 말을 건넨다. 생리적인 사이클에 따라 청소년기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심한 일이 아니다. 물고기는 투표로 먹잇감을 정하고 집단을 형성해 지도자를 선정한다. 그들의 사회는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을 새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저자에 따르면 과학은 질문에서 시작하며, 짐작이 아니라 계산이고, 새로운 발견과 증명으로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래서 과학은 암기하는 것으로 끝나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하나의 방법이다. 삶의 태도다. 책이 전하는 주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실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꿈꾸는 과학관은 관람객이 실패를 경험하는 곳이다. 누구나 과학을 직접 해보면서 그것이 대단한 누군가를 위한 학문이라 느끼는 대신 과학과 가까워지는 곳이다. 그의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을 바라고 또 기대해본다. 우리의 삶도 변할 것이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정모 저 | 바틀비
작은 꽃들이 큰 꽃보다 먼저 피는 전략으로부터는 빽도 없고 힘도 없는 자들의 연대를, 자신의 것을 버리면서 빛을 발하는 원자와 태양을 통해서는 낮아지는 것의 어려움을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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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