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로 다시 무대 찾은 정동하를 만나다!
에드거 앨런 포가 느꼈을 고독감이죠,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외로움을 겪어본 적이 있어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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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의 안타까운 삶을 담아낸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가 두 번째 시즌을 맞아 공연되고 있습니다.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등 다양한 소설은 물론 ‘갈가마귀’라는 시로 유럽 문단에까지 이름을 알리며 이후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지만, 정작 에드거의 삶은 죽음과 가난, 외로움이 잠식했고, 학창시절부터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됐던 그는 길거리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돼 40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는데요. 이토록 힘겨운 에드거의 삶은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멤버 에릭 울프슨이 작곡한 음악과 함께 무대 위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초연 때부터 소문이 자자했죠. 음악이 정말 좋은데 너무 어렵다고! 덕분에 이 작품, 특히 에드거에 캐스팅된 배우의 가창력은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인데요. 그래서 만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노래 잘하는 가수, 뮤지컬배우로 거듭나고 있는 정동하 씨 말입니다.

 

“서로 맞는 작품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뮤지컬 <투란도트>로 남우주연상(DIMF 어워즈)이라는 너무 큰 상을 받고 부담을 가진 상태에서 연기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무게가 있는 작품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제작사 측에서는 넘버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를 찾고 있었고. 그렇게 만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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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한 지 한 달 반이 지났는데 어떤가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의 일대기인 데다 라이선스 작품치고는 배우가 만들어 갈 부분이 많은 작품이잖아요.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랜 걸린 느낌이에요. 캐릭터 설정이 가장 어려웠죠. 관련 영화도 보고 실제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도 보면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알코올 중독자, 천재, 사회성이 떨어지고 다소 히스테릭하고. 첫사랑 엘마이라가 떠나면서 망가지고, 마지막 희망이라고 여겼던 버지니아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흐름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표현할 것인가. 그게 가장 어려웠어요. 개인적으로 분량이 많아서인지 생각하고 시도해 보고 싶은 여지가 많았고, 표현할 수 있는 방향도 다양해서 매회 변화를 주면서 재밌게 공연하고 있어요.”

 

인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셨을 텐데,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은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에드거 앨런 포가 느꼈을 고독감이죠, 세상에 혼자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외로움을 겪어본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때 혼자였던 시간이 많았거든요. 이사도 30번 이상 다녔고, 초등학교 때만 전학을 6번이나 갔으니까. 외롭다는 건 결핍이고, 결핍이 있으려면 그 전에는 뭔가 채워져 있어야 하는데, 그 전에 아무것도 없었다면 그건 결핍이 아니죠. 그 정도로 포 역시 외롭다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외로웠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에드거 앨런 포>는 초연 때부터 캐스팅만 보고도 노래가 어렵나보다 생각했던 작품이거든요. 가창력 뛰어난 정동하 씨가 체감하기에는 어떤가요(웃음)?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음악이에요. (김)수용이 형이나 (윤)형렬이, (이)창섭 씨 모두 잘 표현하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노래를 그냥 부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잘 표현해야 하는 거니까요. 저도 총 32회를 공연해야 하니까 사실 부담은 돼요. 노래로 부담되는 작품은 처음인 것 같아요.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뮤지컬이라서 음악적으로 표현을 잘해야 하지만, 이 인물을 표현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배우들에게 <에드거 앨런 포>의 노래가 어떤 존재인지 영상을 통해 더 자세히 확인해 보시죠!

 

 

 

 

뮤지컬이나 연기에 원래 관심이 있었던 건가요?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실황을 보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랭구와르를 좋아해서 실제로 그 인물을 두 시즌 동안 연기했는데, 그 기간 동안 하나의 다른 삶을 사는 기분이더라고요. 앞서 얘기했듯이 어릴 때 계속 혼자다 보니 자아가 뚜렷하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뮤지컬을 하면 캐릭터의 옷을 입고 뚜렷한 자아가 있는 인물이 되는 희열이 있어요. 그래서 좋아하게 됐고, 연기가 익숙하지 않았을 때는 몰랐는데, 어느 날 무대 위에서 상대배우가 보이기 시작하고 대화를 나누게 되고... 그런 과정이 재밌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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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수니까 음악적인 부분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호할 것 같은데, 작품을 보실 때 음악과 대본 중에 어느 걸 좀 더 중요하게 보나요?


“당연히 둘 다 보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작품 자체의 설득력인 것 같아요. 관객들이 보실 때 스토리의 흐름이 이유 있게 전개되는 작품, 그래서 배우가 울고 있으면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요. 그런 면에서는 대본 쪽이겠죠. 물론 그 원칙이 다 지켜지지는 않았지만요.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이고, 무대 위에서 노래하면 행복한데 왜 그럴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결국은 제가 무대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게 뮤지컬이냐 가수로서의 무대냐는 두 번째 문제가 아닐까. 무대에서 에너지를 분출하고, 관객들의 에너지를 받고. 그게 저에게는 굉장히 행복한 의식이거든요.” 

 

이른바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도 많이 참여하셨잖아요. 비슷한 이유인가요(웃음)?


“가장 많이 참여한 사람 중에 한 명이죠(웃음).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거나, 아니면 불러 주시니까. 감사한 부름이잖아요. 저는 그 프로그램으로 이름이 알려지고 수혜를 입은 사람인데. 그런데 너무 소진되는 건 원치 않아서 나름대로 완급 조절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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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니까 새해 계획이나 바람을 마지막으로 여쭤볼까요?


“좀 쉬면 안 될까요? 연말까지 많이 바빴거든요(웃음). 일단 <에드거 앨런 포> 열심히 하고, 당연히 음악 작업도 열심히 해야죠. 음악으로 세상에 얘기하고 싶은 것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어요. 매체든 공연장이든 음반이든 저를 좋아해주고 기억해주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 일은 뭐든 할 거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지난해도 시간이 다 갔더라고요. 올해도 그렇지 않을까. 할 수 있는데 안 하고 넘어가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활동하다 보면 올해도 또 바쁘게 흘러가겠네요(웃음). 정동하 씨는 오래 전에 부활 멤버들과 함께 만난 적이 있는데요. 가수 정동하와 배우 정동하를 인터뷰하는 느낌은 사뭇 달랐습니다. 몇 년의 시간 동안 정동하 씨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기자에게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이 신선했다고 할까요. 인터뷰 중 자주 언급했던 결핍과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얘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지만, 아마 그 감정들은 정동하 씨가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에드거 앨런 포에 충분히 녹아들어 있겠죠? 정동하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는 2월 4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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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